[기자수첩] 다이어트 열풍과 거식증

기사승인 2019-07-02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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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이어트 열풍과 거식증

‘날씬함을 닮고 싶니?’, '날 날씬하게 만들어줘‘, '자신감까지 찾아주는 가벼운 칼로리'.

TV광고시간 10여분 동안 다이어트와 관련된 CF 광고만 3~4건이 쏟아진다. 대부분 마른 몸매의 여자 모델이 함께 등장하는데 다이어트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 모델이 '요요현상'을 고민하는가 하면, 날씬한 몸매의 모델이 나와 'S라인'을 강조하는 식이다.

광고가 끝난 뒤 방영되는 프로그램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는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모델 같은 몸매를 지향하며, 요요현상을 두려워하는 전형적인 다이어터의 모습이 자주 반복된다. 다이어트의 대상은 대부분 마른 몸매의 출연자들이다. 정작 다이어트가 필요한 비만인들은 미식과 폭식을 뽐내는 '먹방'을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여름이면 한 번쯤 고민하는 다이어트. 이쯤이면 고민이 아니라 강요에 가깝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는 이런 다이어트 바람이 거식증을 선망하는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마른 몸매를 위해서는 거식증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프로아나(Pro-Ana·거식증 선망)족이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거식증은 음식을 장기간 심각한 정도로 거절함으로써 신체적 부작용을 야기하는 정신질환이다. 치료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리중단과 여러 내과적 질환, 골다공증 등 신체 전반적으로 위험이 크다. 정신질환 가운데 사망률 1위를 차지할 정도다.

문제는 이들 청소년들에게 거식증의 부작용과 위험성은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는 점이다. 양질의 정보습득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과 SNS를 기반으로 등장한 10대 프로아나족들은 거식증이 어떤 병인지 이미 잘 알고 있다. 실제 SNS상 프로아나족의 대화 속에는 정신질환 진단 여부나 골다공증 등 부작용 경험담, 치료 포기 사례 등이 녹아있었다.

거식증으로 겪는 위험보다 사회가 주는 다이어트 압박, 마른 몸매가 아니어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훨씬 강하다는 반증이다. 또는 거식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함에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국내 거식증 치료 기반이 미약하다고 이야기한다. 거식증 치료 대부분 비급여에 해당돼 환자들의 부담이 크고, 청소년에서 효과가 있는 일부 치료법은 아예 의료기관에서 시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떤 사회에서나 소외되거나 낙오되는 사람이 발생한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 마찬가지로 다이어트와 마른 몸매를 이토록 강권하는 사회라면 적어도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한 치료환경은 조성할 필요가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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