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만 맞는 백신…“남성도 HPV로 암 생길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 접종 지원 추세, HPV 박멸하려면 남성 접종률 높여야

기사승인 2019-07-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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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07년생 여학생은 여름방학 동안 잊지 말고,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증 백신’ 접종하세요!”

이는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얼마 전 HPV 백신 접종 활성화를 위해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의 일환으로, 만 12세 여성청소년에게 HPV 감염증 백신 예방접종과 사춘기 성장발달 관련 건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리기 위한 자료다. 때문에 자료에서 HPV 접종대상자는 ‘여학생’으로 한정됐다.

반면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과 같이 ‘남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사업은 없다. 문제는 HPV가 남성에게도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HPV는 생식기 감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병원체이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된 사람과의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가려움증 등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그동안 자궁경부암에 걸릴 수 있는 여성의 예방접종만 강조됐고, HPV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인 만 12세 여자청소년의 접종률은 50~60%에 달한다. 남성의 경우 1~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영택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현재 질본에서는 남성에 대한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지 않다. 백신 접종을 지원하려면 비용대비 효과를 확인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데이터가 없다”며 “공공의료가 잘 되어 있는 유럽 쪽에서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HPV는 자궁경부암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항문이나 남성 성기에도 암이 생길 수 있고, 두경부암도 일으킬 수 있다”며 “이외에도 생식기 사마귀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성매개 질환이기 때문에 언제든 발병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창은 백신으로 인해 사라진 감염병이 됐다. 외국에서는 향후 20~30년 사이에 HPV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집단면역효과를 낼 수 있도록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원덕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은 자궁경부암이라는 중대한 병에 걸릴 수 있지만 남성은 성기 사마귀 등 심하지 않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경각심이 낮은 것”이라며 “하지만 남성은 HPV를 전염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주원덕 교수는 “우리나라는 남성의 백신 접종에 대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호주 등 선진국은 남성 접종을 장려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빨리 HPV 감염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남성, 여성 모두 접종하도록 지원하고 있어 우리도 그렇게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HPV를 박멸하는 계획을 세운다면 남성에게도 백신 접종을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백신 도입 후 전 세계적으로 HPV 감염률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질본에 따르면 미국은 약 50%, 호주는 약 76%, 스코틀랜드는 약 97.6%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HPV 백신은 가다실, 서바릭스, 가다실9 등 세 가지이며. 성별에 관계없이 같은 백신을 접종한다. 만 12~13세 여성은 2회까지 무료로 접종할 수 있지만, 남성은 20~30만원의 접종비를 자비로 내야 한다.

 

여학생만 맞는 백신…“남성도 HPV로 암 생길 수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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