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극 뭐볼까③] MBC ‘신입사관 구해령’ vs OCN ‘미스터 기간제’

기사승인 2019-07-18 11: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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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날 네 편의 드라마가 함께 출발하며 수목극 대전이 시작됐다. 지난 17일 첫 방송한 KBS2 ‘저스티스’ MBC ‘신입사관 구해령’ SBS ‘닥터탐정’ OCN ‘미스터 기간제’는 각각 선명한 색을 앞세워 시청자를 만났다. 작품마다 특징과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선택은 취향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 MBC 수목극 ‘신입사관 구해령’

조선의 첫 여사(女史) 구해령(신세경)과 모태솔로 왕자 이림(차은우)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첫 회에선 염정소설을 읽는 책비 노릇을 하는 양반 구해령이 필명 매화로 소설을 쓰는 왕자 이림과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서책방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매화의 소설을 구해령이 혹평하며 시작된 악연이다. 구해령은 우연히 만난 노비 아이를 구하기 위해 가짜 매화로 낭독회를 열다가 다시 이림을 마주치게 된다.

이준범 기자

볼까신세경의 대활약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그려진 조선시대 여성 중 독보적으로 주체적이고 똑 부러진 캐릭터다. 구해령의 대사와 태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사극 속 여성을 보면서 소화되지 않았던 고구마가 내려가는 청량감을 맛볼 수 있다. 신세경 역시 역할과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고 마음껏 뛰어노는 모양새다. 또 드라마 속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과거사나 사전정보가 많지 않은 것도 몰입을 돕는다. 궁궐과 거리를 오가며 소설과 역사, 기록에 집중하는 우직한 전개가 돋보인다.

말까 : 극의 흐름이 자주 끊긴다. 촌스럽고 노골적인 음악,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 차은우의 발성 때문이다. 단순한 음악이 TV를 방금 켠 시청자에게 상황을 쉽게 설명해주는 건 맞다. 하지만 극에 몰입하고 있던 시청자를 방해할 정도다. ‘무슨 이런 음악을 깔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구해령과 이림의 첫 만남 장면에서 등장한 OST는 드라마에 대한 점수를 크게 깎는다. 현대극에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차은우의 답답한 발성이 사극에선 걸림돌이 됐다. 신세경, 박기웅, 이지훈 등 함께 출연하는 동료 배우들의 발성이 얼마나 좋은지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자처하는 느낌이다.

 

인세현 기자

볼까 : “조선시대에 여자 사관이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드라마인 만큼, 사극이지만 자유로운 분위기가 돋보인다. 현재에 쉽게 빗댈 수 있는 인물의 설정이나 상황이 유쾌하게 다가온다. 첫 편에선 학문에 뜻이 있고 더 넓은 세상을 갈망하지만, 시대적 제한 때문에 고민하는 구해령과 무슨 일인지 궁 안에 갇혀 연애소설만 쓰고 있는 도원대군이자 매화선생 이림의 만남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등 로맨스를 바탕으로 한 픽션 사극에 계보를 잇는 동시에 캐릭터를 표현하는 측면에선 한 걸음 내디딜 것이란 기대도 생긴다. 무엇보다 똑똑하고 씩씩한 캐릭터 구해령이 매력적이다.

말까 : 드라마 배경음악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아무리 장르와 분위기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픽션 사극이지만, 몇몇 배경음악은 몰입을 깬다.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중요한 장면에서 너무나 경쾌한 음악이 깔려 일순간 시트콤 같은 느낌이 났다. 사극으로 처음 지상파 주연에 도전하는 차은우의 연기력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표정과 발성 모두 극을 이끌어가기엔 부족함이 보인다. 다만 차은우가 캐릭터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만큼, 극 중 인물의 성장에 따라 연기자도 함께 발전할지 지켜볼 일이다.

 

[수목극 뭐볼까③] MBC ‘신입사관 구해령’ vs OCN ‘미스터 기간제’

■ OCN 수목극 ‘미스터 기간제’

상위 0.1% 명문고인 천명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 그 진실을 밝히려는 속물 변호사 기무혁(윤균상)의 고등학교 잠입 작전을 그린 드라마다. 첫 회에선 집에서 칼에 찔려 중태에 빠진 정수아(정다은)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고등학생 김한수(장동주)와 그를 변호하는 기무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숨겨진 진실보다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승승장구하던 기무혁이 늘 하던 대로 했으나 사건이 점점 꼬인다. 신뢰를 쌓아가던 김한수마저 중태에 빠지며 기무혁은 로펌에서 정직을 당하는 악재를 겪는다. 실의에 빠진 기무혁은 정수아 사건을 언급하며 지나가는 천명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엿들으며 눈을 반짝인다.

이준범 기자

볼까웰메이드 드라마 냄새가 난다. 단순해 보이는 살인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기무혁이 학교로 향하게 되고, 사건의 키를 학생들이 쥐고 있다는 기본 설정을 알고 봐도 빠져든다. 적당한 속도감과 하나씩 밝혀지는 단서들이 이 드라마를 계속 봐도 좋다는 사인을 준다. 아무것도 모르는 기무혁이 사건에 집중하게 되는 속도에 맞춰 이야기 속으로 함께 젖어드는 느낌이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아온 윤균상이 자신의 모든 걸 쏟아내며 안정감을 준다. 코믹한 분위기에서 시작해 스릴러로 접어드는 드라마의 변화무쌍한 흐름을 주인공으로서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안내한다. 공들인 티가 나는 영상미와 그동안 보여준 OCN 드라마의 완성도 역시 드라마를 볼 이유가 된다.

말까 : 배우들의 연기력과 무게감 편차가 크다. 윤균상이나 조연 배우들에 비해 금새록, 최유화의 연기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사실상 첫 회의 주인공에 가까웠던 최유화는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지 못하고 똑같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다른 특징을 보여주지 못하고 같은 인물처럼 보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앞으로 출연할 학생 역할의 배우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미지수라는 점도 이 드라마의 불안 요소다. 기존 드라마에서 많이 봤던 전형적인 변호사와 검사, 그리고 전형적인 명문고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인세현 기자

볼까 : 평이하게 흘러가는 초반부엔 이 드라마를 OCN에서 방송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만,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중반부터는 확실한 OCN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인 사건의 본질이 천천히 드러나면서 전개도 탄력을 받는다. 첫 편에선 이름값 높이기 바쁜 변호사가 왜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들어가게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마지막 장면에 붙들릴 가능성이 높다. 오로지 이익만을 움직이는 변호사 기무혁을 연기하는 윤균상의 연기 변신도 흥미롭다. 의뢰인에게 불시의 습격을 당한 후 넥타이를 만지는 모습에선, 앞서 볼 수 없었던 얼굴이 보인다.

말까 : 기무혁의 캐릭터 소개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과 달리, 또 다른 주연 하소연(금새록) 선생의 모습을 첫 편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얼마 없는 분량에서조차 단편적으로 등장한다. 서사와 연출, 연기와 음악 등이 모두 평이한 수준이란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큰 단점을 찾긴 힘들지만, 아직 큰 장점도 등장하진 않았다. 장르물에 대한 한국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사건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다음 편부터 확실한 색을 보여주지 않으면 고정 시청층을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이준범 기자·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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