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한여름 밤, 제이슨 므라즈가 녹인 마음

한여름 밤, 제이슨 므라즈가 녹인 마음

기사승인 2019-07-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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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잉. 비행기가 상공을 가르며 위압적인 소리를 냈다. 무대를 향하던 관객들의 눈이 비행기를 따라갔다. 공연이 진행되던 90여 분 동안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벌어졌다. 관객들의 시선이 분산되는 게 내심 불편했던 걸까. 무대 위 사내는 마지막 곡의 앞머리에 즉흥적으로 이런 가사를 붙였다. “비행기를 막아줬더라면. 하지만 난 불평하지 않지.” ‘에어플레인’(airplane·비행기)과 ‘컴플레인’(complain·불평)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을 이용한 라임이다. 사내의 재치에 객석에선 환호가 터졌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가 지난 24일 한국을 찾았다. 2014년 이후 5년 만의 내한이다. 그는 서울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굿 바이브스’(Good Vibes)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열었다. 덥고 축축한 공기 때문에 얼굴에선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므라즈는 연신 싱글벙글했다. 지난해 8월 낸 정규 6집 수록곡부터 ‘아임 유어스’(I’m yours), ‘럭키’(Lucky), ‘93 밀리언 마일즈’(93 Million Miles) 등 히트곡까지 20여곡을 들려줬다.

첫 곡부터 선곡이 탁월했다. ‘당신과 함께 보내는 밤은 어떨지 알고 싶다’는 내용의 ‘렛츠 시 왓 나잇 캔 두’(Let`s See What The Night Can Do)는 제이슨 므라즈가 공연을 여는 근사한 프러포즈가 됐다. 므라즈는 ‘커브사이드’(Curbside), ‘레머디’(Remedy), ‘노 플랜스’(No Plans) 등으로 흥을 돋웠다. 메간 트레이너와의 듀엣곡 ‘모어 댄 프렌즈’(More Than Friends)를 부를 땐 “특별한 손님이 있다”더니 손가락에 끼운 인형을 흔들었다. “긴장할 필요 없어. 숨을 크게 쉬어.” 인형을 친구 대하듯 하는 그의 익살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가수이지만, 제이슨 므라즈는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그의 내한만 벌써 여덟 번째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같은 인사는 물론이고, “아임 유어 ‘고막남친’”이라며 고급(?) 어휘를 구사했다. 손가락 하트를 그리는 일도 예사였다. 므라즈는 서울 공연을 마친 뒤 남쪽으로 내려간다. 오는 26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공연을 개최해 지방 팬들을 만난다.

[쿡리뷰] 한여름 밤, 제이슨 므라즈가 녹인 마음제이슨 므라즈는 노래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사랑을 전파한다. ‘내가 너를 외롭지 않게 해주겠다’는 내용의 ‘언론리’(Unlonely), ‘사랑이 여전한 정답’이라는 ‘러브 이즈 스틸 디 앤서’(Love is Still The Answer) 등이 그렇다. 언어는 달라도 음악은 마음을 녹인다. 므라즈가 ‘93 밀리언 마일즈’와 ‘아이 오운트 기브업’(I Won’t Give up)을 부르자 관객들은 공연장에 별빛을 수놓았다. 휴대전화 전등이 빚어낸 풍경이었다. 

앙코르 전 마지막 곡으로 부른 ‘해브 잇 올’(Have It All)은 제이슨 므라즈식 ‘비나리’였다. 모르는 이를 향한, 참으로 낭만적인 축원이었다. 제이슨 므라즈는 노래의 마지막 구절에 “당신이 아름다운 삶을 갖길, 그리고 그것이 오늘 밤 시작되길 바란다. 끝내주게 환상적이고, 놀랍고, 멋진 삶을 기원한다”며 “당신이 무엇을 꿈꾸든, 그 꿈이 작든 크든, 당신은 꿈을 꿀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모두 깊이 숨 쉬어봐요. 한 번 더요. 오, 정말 좋군요. 자유로워요. 또 숨을 쉬어 볼까요.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고, 그리고 내뱉어요. 여러분. 여러분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자신을 다시 찾을 수도 있죠. 또다시 자신을 잃더라도, 또다시 자신을 찾을 수 있어요. 삶은 돌고 도는 거니까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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