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에게 ‘퍼스트블러드’는 중요하지 않다

담원에게 ‘퍼스트블러드’는 중요하지 않다

기사승인 2019-07-29 11: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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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기든 첫 득점을 하면 기선 제압과 함께 상대에게 심리적으로 압박을 주게 된다. 

이는 리그오브레전드(LoL)에서도 마찬가지다. LoL에서 첫 번째로 상대를 처치하면 ‘선취점을 달성’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일반적인 킬을 했을 때(300골드)보다 더 높은 골드(400골드)를 지급받는다. LoL 영문판에서는 ‘First Blood’라는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퍼스트블러드’ 줄여서 ‘퍼블’이라고 칭한다.  

퍼블을 누가 차지하는지에 따라 경기 흐름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경험치, 골드, 라인 우위 등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는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담원 게이밍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리그 1위(28일 기준)를 달리고 있는 담원의 서머 시즌 퍼블 비율은 약 39%다. 경기의 61%은 상대에게 선취점을 내줬지만 69%의 고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담원 게이밍이 서머 시즌 동안 승리한 경기들을 살펴보면 총 18 세트 중 10세트를 상대방에게 퍼블을 허용했다. 국제대회인 리프트 라이벌즈에서도 3경기 중 2경기를 중국팀에 퍼블을 허용했지만 모두 이겼다.  

담원이 당한 퍼블의 대부분은 '너구리' 장하권에게서 나온다. 많은 팀들은 너구리를 무너트리면 담원을 이길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너구리를 집중 견제한다. 실제로 너구리가 퍼블을 당한 백분율은 25.9%로 팀 내에서 가장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구리는 주눅들지 않는다. 

손해를 본 만큼 더욱 악착같이 달려들어 그보다 더 큰 이득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그의 KDA는 3.8로 크게 눈에 띄는 수치는 아니지만 탑 라이너 기준 솔로킬 1위(14회), 평균 분당 가한 데미지 1위(627), 팀 전체 데미지 비율 1위(32.6%) 분당 CS 1위(9.4)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즉, 많이 죽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너구리는 지난 인터뷰에서 “퍼블을 당해도 이제 담담하다. 죽음이 익숙해졌다”며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많이 죽는다. 그렇지만 방향성을 더 잘 다듬어서 지금의 공격성을 유지하고 싶다. 죽더라도 더 공격적이고 상대에게 위협적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갈고 닦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담원이 퍼블을 당하고도 승리할 수 있는 요인에는 팀원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대가 너구리를 집중 견제하는 틈을 타 이득을 극대화한다.

특히 미드라이너 ‘쇼메이커’ 허수의 기세는 최고를 달리고 있다. 

쇼메이커는 서머 시즌 KDA 7.4로 미드 라이너 중 1위, 평균 킬 1위(3.6) 평균 어시스트 1위(6.2) 분당 골드 수급량 1위(433) 등을 기록했고 28일 기준 MVP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캐년’ 김건부 또한 정글러 중 어시스트 1위(8.4)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이 수행하고 있다. 올해 스프링 시즌부터 LCK에 참여한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각 라인에 적재적소 지원을 가며 담원의 상승세를 이끌어주고 있다.   

스프링 시즌 상체에 비해 비교적 약하다고 평가를 받았던 바텀 듀오 ‘뉴클리어’ 신정현과 ‘베릴’ 조건희의 개인 능력 또한 눈에 띄게 성장했다. 뉴클리어의 KDA는 스프링 시즌 5.5에서 6.3로 올라왔으며 베릴의 KDA 또한 2.6에서 4.1로 성장했다.  

담원의 지난 경기들을 살펴보면 퍼블을 내주고도 압도적인 교전 능력으로 분위기를 반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8일 진에어전의 경우 담원은 2세트에서 타나 ‘갱플랭크’에게 솔로킬을 당하면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총 골드량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후 주요 오브젝트 앞둔 교전에서 두 번 연속으로 대승하며 경기 주도권을 가져갔다.

26일 샌드박스전 1세트에서도 담원은 여지없이 퍼블을 허용했다. 특히 이날 샌드박스는 너구리 ‘카르마’를 집중 공략하며 괴롭혔다. 경기 초반부터 데스가 쌓인 너구리는 KDA 0/6/0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했다. 여기서 담원은 너구리를 지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머지 4명의 성장에 집중했다. 너구리는 불리한 와중에도 서밋 ‘클레드’와 CS 싸움에서 지지 않았고 끝까지 압박을 하며 서밋이 다른 라인에 가지 못하도록 탑에 묶어 놨다.

이후 너구리는 아이템 빌드를 아군 지원에 특화된 ‘불타는 향로’와 ‘아테나의 부정한 성배’를 선택해 쇼메이커와 뉴클리어가 적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결국 경기 후반에 일어난 대규묘 교전에서 대승하면서 담원은 세트 승리를 가져갔다. 

너구리는 이날 경기에 대해 “데스를 많이 당했는데 카르마는 데스를 당해도 역할이 달라지지 않는다. 만약 ‘카밀’로 그렇게 죽었다면 경기는 힘들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그리핀 전에서도 1, 2세트 모두 퍼블을 주고도 완승했다.   

1세트에서 그리핀은 담원의 바텀에서 퍼블을 차지했고, 연이어 탑에서 너구리를 잡아냈다. 이후 그리핀은 드래곤을 앞둔 교전에서 추가로 3득점을 하며 5-0으로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가져갔다.

담원의 전투력은 여기서도 빛이 났다. 그리핀의 초반 우세에도 불구하고 담원은 CS와 포탑 방패를 통해 골드를 수급하며 그리핀의 스노우볼링을 저지했다. 이후 대규묘 교전에서 절묘한 어그로 핑퐁을 보여주며 연이어 대승했다. 특히 베릴 ‘알리스타’가 존재감을 보여주며 담원의 바텀이 더 이상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담원에게 ‘퍼스트블러드’는 중요하지 않다

담원의 경기력은 국제 대회에서도 통했다. 지난 5일 열린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3경기 중 2경기를 상대 팀에게 퍼블을 허용했지만 이겼다. 

탑e스포츠와의 경기에서 너구리 ‘블라디미르’는 어김없이 집중 공략 당했다. 퍼블을 차지한 탑e스포츠는 꾸준히 너구리를 공격하며 상체 주도권을 가져갔다. 담원은 바텀에 쪽에 힘을 실어주며 경기 중반까지 버텨냈다. 

경기 16분, 탑에서 고통 받던 너구리가 소나를 잡아내면서 교전에서 대승,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4데스로 시작했던 너구리는 어느새 초반 부진을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 성장해 버렸고 쇼메이커도 노데스 7킬을 달성하며 탑e스포츠를 무너트렸다. 

7일 JD 게이밍과의 경기에서는 뉴클리어가 퍼블을 당했다. 초반 기선 제압을 당한 담원은 모든 라인전에서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은 캐년 ‘카서스’와 베릴 ‘알리스타’가 분위기를 반전 시켰다. 캐년은 초반 플로리스 ‘자르반’의 정글 동선이 꼬인 것을 이용, 조금씩 격차를 벌렸다. 

경기 13분 베릴이 JD 게이밍 측 4명을 동시 띄우는 슈퍼 플레이를 선보이며 담원은 교전에서 대승을 했다. 분위기를 탄 담원은 이후 교전에서 연승을 하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캐년이 ‘진혼곡’을 울릴 때마다 JD 게이밍은 쓰러졌다. 

김목경 담원 감독은 “우리 팀은 퍼블을 굉장히 잘 내주는 팀이다. 특히 탑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 연습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은 퍼블을 허용할 때 엄청나게 손해인 경우가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퍼블을 내줘도 이득인 경우가 있었다. 퍼블보다는 플레이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퍼블을 당해도 일관성을 지키면서 생각했던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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