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계 산업, 일본에 쫄 필요 없다

기사승인 2019-08-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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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계 산업, 일본에 쫄 필요 없다“4분기는 분명 어렵다. 단, 대체가 불가한 것(기술·기계)이 어디 있겠나. 이문을 남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 극복할 수 있다. 오히려 기계 산업 전체로 볼 때는 전화위복의 계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하며 일각에서 일고 있는 기계 산업 위기론이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그의 반응과 별개로 소기업과 중소기업 위주로 편성된 기계 업계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는 꼭 살펴봐야 할 문제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이 국내 전 산업계에 뻗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 기계 업계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요지는 관련 업계에서 사용되는 공구부터 수치제어반(기계 부품을 가공하는 공작기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장치)까지 일본산 제품을 안 쓰는 게 없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지나친 비관론이다. 크고 작은 국내 기계 업계 종사자들의 말처럼 업계가 올해 하반기부터 일본의 갑작스러운 ‘몽니’로 수익성 감소를 비롯한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사업 전체가 흔들릴 일은 없다.

문제가 된 수치제어반과 정밀기계 등은 당장 대체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치제어반은 독일의 ‘지멘스’, 정밀기계는 국산과 유럽제품, 여러 공구 역시 글로벌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충분한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우리 기계 산업계는 일각의 비관론처럼 쉽게 무너질 산업도 아니다.

산업계에서 ‘개미’로 불리는 기계 업계는 작은 기업들이 모였음에도 수준 높은 산업 경쟁력을 토대로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 500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이어 한국 수출 2위를 달성하며 국내 전체 수출 6000억달러 달성에 핵심적 역할을 해냈다.

아울러 산업 특성상 데이터와 산업 노하우 축적이 기술 개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데, 후발주자인 한국 기계 산업은 식민지 기간과 6·25전쟁이라는 혼란을 딛고 독일 등 선진국과 함께 다양한 기계 산업 부문에서 10위 내의 높은 경쟁력도 갖췄다. 기초체력이 약하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현 상황은 한국 기계 업계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부터 일본 기계 산업은 지정학적 위치와 유럽 기계 수준의 품질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무기로 한국을 상대로 항상 흑자를 기록해 왔다.

그런 일본이 한국 기계산업을 상대로 수출 제재에 나섰다는 점은 이미 ‘경제 논리’에서 벗어난 ‘정치적 목적’이 개입한 것이 분명하다. 결국 일본이 자신들의 이익을 내주더라도 한국의 경제적 혼란을 야기하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읽히는 상황이다.

국내 전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기계 산업계에서도 일본과의 경제 전쟁은 시작됐다. 원치 않는 싸움이더라도 시작된 싸움은 이겨야만 한다. 또 악화된 한일관계가 아니더라도 한국 기계 산업의 대일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다. 비록 계기가 일본의 외압으로 시작됐으나 우리 정부와 기계 산업계가 이 기회를 살려 산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길 기원한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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