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신인협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총지배인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신인협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총지배인

기사승인 2019-08-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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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서울처럼 블라디보스토크도 앞으로 3년 이내에 중·소 호텔들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그때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즉 서비스가 주는 차별성이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지난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레닌스키 라욘에 위치한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톡’에서 만난 신인협 총지배인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1997년 처음으로 롯데에 발을 들인 그는 롯데호텔서울 부총지배인과 롯데호텔울산 총지배인을 거쳐 현재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총지배인을 역임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현대호텔 인수에서부터 롯데호텔로의 재개관 등을 총괄했다. 신 총지배인은 롯데호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마라에 이어 러시아 내 유일한 한국인 총지배인이다.

2018년 기준으로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투숙객 비율은 내국인(러시아인)과 외국인이 각각 4:6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비율 중 한국인은 35% 수준으로 올해도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주 이용고객은 여행객보다는 한국기업과 러시아 내 기업, 러시아 주정부 등 비즈니스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사람들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유일의 5성급 호텔로 객실 153실, 레스토랑 3개, 연회장 4개, 수영장과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신 총지배인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서비스였다. ‘러시아인들은 무뚝뚝하다’라는 속설처럼 대부분 무표정한 직원들이 많았다. 한국과는 달리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까지 서비스와 직업적인 책임감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처음 부임했을 때 ‘서비스’를 뿌리내리는 것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호텔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없었거든요. ‘잠만 자고 가면 되는 곳이지 무슨 서비스냐’ 하는 마인드가 있었어요. 가장 우선순위를 둔 것이 서비스입니다. 두 번째가 잠자리, 그리고 음식이죠.”

신 총지배인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 기타 유럽과 비슷하게 워낙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 중요한 곳이다. ‘내 삶이 더 중요하고,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면 언제든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한 지역이다. 신 총지배인은 우선 손님과 직접 대면하는 영업·서비스 직원들이 프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집중했다. 

“조식을 예로 들면, 한국인 직원들은 손님이 몰리면 바로바로 정리하고 다른 쪽에 사람이 몰리면 우선 급한 일을 함께 해결하고 다시 자기 일을 보는 융통성과 시야가 있거든요. 하지만 처음 이곳은 그렇지 않았어요. 아무리 저쪽 라인에 사람이 붐비고 내가 맡은 곳에 사람이 없어도 ‘내 일이 아니니까’라는 식으로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업무 자체를 넓게 보는 시야를 가지게끔 집중해야했습니다.”

현재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근무하고 있는 러시아 직원들은 총 200여명으로 모두 직전 호텔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을 고용승계한 인원들이다. 이는 블라디스토크와 연을 맺고 있는 20여개 한국기업들 중 가장 높은 고용인원이다.

처음 이들은 ‘롯데’가 교육하기 시작하면서 불만이 커지기 시작했다. 서비스와 근무에 대한 요구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 총지배인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특성을 활용하기로 했다. ‘회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쿠키인터뷰]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신인협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총지배인

“직원 사기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힘들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교육이나 응대를 통해 자신들의 몸값을 올릴 수 있지 않겠냐, 그래야 이직할 때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 하는 식으로요. 1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로 유일한 5성 호텔 근무자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이직 제의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레스토랑 등 음식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롯데호텔 직원들이 영입 1순위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만족도가 상당합니다.”

신 총지배인이 차별화를 둔 것은 바로 ‘조식’이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해 러시아는 모두 점심부터 장사를 시작한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온 여행객들이 마땅히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이 큰 불편함이었다. 신 총지배인은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를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이 많다는 점, 그리고 연령대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미역국이 포함된 조식을 개시했다. 

“호텔의 핵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문 셰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식당들이 모두 점심부터 문을 엽니다. 여행객들이 아침식사를 할만한 마땅한 곳이 없죠. 그래서 롯데호텔의 조식 서비스 자체가 차별성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스라떼입니다. 러시아는 아이스커피라는 개념이 없어서 그저 뜨거운 커피에 얼음을 넣는 정도죠. 그래서 그 부분을 보완하고자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모두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죠.”

현재 블라디보스토크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반일감정이 높아지면서 국내 여행객들로 일본 대신 블라디보스토크를 선택하고 있다. 인천에서 2시간 30여분밖에 소요되지 않아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는 캐치프라이즈가 여행객들을 붙잡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블라디보스토크는 휴가지로 내국인들도 많다. 중국인 역시 러시아와 접경지역인 만큼 버스를 타고 오는 경우가 상당하다. 

“(러시아인들의) 한국인들에 대한 인식은 좋습니다. 시끄럽지 않고 에티켓 부분에서 큰 트러블이 없거든요. 반면 중국인들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키따이’라고 러시아인들이 중국인들을 부르는 멸칭이 있는데, 저도 처음 왔을 때 키따이냐고 묻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 그리고 미래에도 관광지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는 현재 한국과 러시아를 이어주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영사관과도 자주 컨텍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러시아무역관, 그리고 연해주한인회도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건물 내에 들어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여권을 잃어버리면 롯데호텔에 와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큰 목표는 롯데호텔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것이죠. 그래야 호텔이 성장하면서 동시에 직원들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요. 물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아마 3년 내에 블라디보스토크에도 많은 호텔들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과거 서울에도 여러 중·소 호텔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던 것처럼요. 그 시점을 준비해야합니다. 그때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즉 서비스가 차별성을 갖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겁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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