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사고 논란의 본질은?

입력 2019-08-15 09:00:00
- + 인쇄
[기고]자사고 논란의 본질은?글:천호성(전주교육대학교 교수)

자사고(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이제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대법원에 ‘교육부의 상산고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부동의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해당 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지정취소를 통보받은 서울의 8개교와 경기의 동산고, 부산의 해운대고 등의 자사고는 각각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법원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고 평가 논란은 처음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고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즉 어떤 평가 내용과 방법을 사용해도 자사고 입장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등 4명의 후보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 혹은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한다는 응답의 비율이 훨씬 더 높았으며,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88%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동의한 조사결과도 있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국민적인 평가는 거의 끝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자사고 평가에 의한 단계적인 일반고 전환의 방안을 선택했다. 즉 해결 방법을 지역교육청에 맡긴 것이다. 사실은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수정을 통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일괄적인 정책전환을 하지 못한 것이 오늘의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자사고 논란의 근원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자사고가 우리 교육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자사고 평가 논란을 보면서 자사고가 교육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본질적인 것은 도외시하고 평가내용과 방법, 절차 등을 중심에 놓고 판단한 교육부의 결정은 그래서 참으로 유감스럽다. 특히 사회적 배려 대상 전형을 문제 삼은 부분은 스스로 자기들의 주장을 부정하는 자가당착의 전형이기도 하다.

자사고는 특권층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최소 3배 이상의 교육비를 받고 있다. 따라서 공부를 잘해도 돈 없는 학생들은 갈수 없는 학교가 자사고이다. 자사고 정책은 적지 않은 사교육비 지출과 대학입시를 위한 정보 독점력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계층적 편향성에 기반을 둔 학교를 방치하면 교육의 공공성은 무너지고 만다. 자사고는 소수를 위한 학교 중의 하나이며,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학교제도로서 자사고는 실패한 교육정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교육에 대한 권리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사회적 기본권임을 감안할 때 국가 차원에서 차별과 배제를 당연시하는 정책은 옳지 못하다. 

한편 자사고 지지자들은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다양화, 학교의 선택권, 사학의 자율성, 수월성 교육 등을 주장하지만 이것은 포장일 뿐 실제로는 대학입시에서 유리한 입시 중심 교과교육과 특권교육을 제도적으로 유지하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다. 자사고 특권교육의 핵심은 학생 우선선발권이었다. 자사고는 이러한 특권을 활용하여 그동안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선점하여 소위 일류대학 합격률을 높임으로써 입시명문고로 탈바꿈 하였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고교서열화가 형성되었고 이것이 교육생태계에 미친 악영향은 매우 크다. 

서열에 따른 경쟁은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고 입시명문고로서 특정학교 출신들의 학연을 통한 카르텔의 지속은 더 큰 사회의 문제로 이어진다. 즉 특권층의 양산은 공정사회를 위협하며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자사고 지지자들이 자사고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자사고가 폐지되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재의 자사고는 학교 선택권보장, 사학의 건학이념에 대한 자율성의 제고, 교육과정의 다양화라는 설립취지와 목표와는 달리 사회양극화의 확대, 명문고(입시사관학교)의 부활, 사교육비의 증가,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등 그 악영향이 더욱 심화되어 우리나라의 교육생태계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자사고 제도를 강하게 비판하는 또 다른 시각에서는 돈과 욕망으로 굴러가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절한 이야기도 나온다.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기회의 평등, 지역의 균형발전, 인구절벽의 사회적 현상 등 현재 우리사회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국가 사회적인 숙제가 교육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개인의 이익만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는 공공재이다. 유초중고등학교의 보편교육 단계에서 아이들이 차별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고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출발선에 공평하게 서더라도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보력 때문에 격차가 생기기 마련인데, 출발선부터 불공정한 현재의 자사고 제도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