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나침반] 중복개설금지, 1인1개소법 정신 살려야

기사승인 2019-08-20 1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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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철수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김철수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의사 등 자연인이 의료기관, 즉 병 · 의원을 개설할 때에는 한 곳만을 개설할 수 있다.’ 의료법 제33조 8항 규정이다. 이른바 중복개설금지법, 1인 1개소법 조항이다.

이 규정에 대한 중요한 판결이 곧 내려진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정신에 합당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해묵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결정이다.

치과 의료계는 헌법재판소가 의료법 제33조8항, 일명 ‘1인1개소법’이 합헌임을 조속히 판결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책임지는 병원경영은 1인 1개소법이 지켜질 때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의료법이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 1명에 대해 단 한 곳의 의료기관만을 개설하거나 운영하게끔 강제하고 있는 것은 한 의료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지도 말고, 다른 의료기관의 운영에도 간섭하지 말라는 취지로 알고 있다. 

의료인이 한 곳의 의료기관에서 진단과 치료,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병원경영을 하는 것, 그곳에 의료인의 양심이 있고 윤리가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이는 병원을 믿고 찾는데 필수 요소로 인식된다.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다른 의료인을 고용해서 병원운영을 맡게게 되면 고용된 의료인은 실질적인 병원경영의 책임이 없으므로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기 쉽다. ‘반값 덤핑 판매’를 미끼로 삼아 환자를 유인하고 과잉진료, 무자격진료, 무허가 재료 사용 등 온갖 범죄행위를 저지를 공산이 크다는 말이다.

의료인이 복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과잉진료, 위임진료의 횡행, 의료자원의 왜곡 등 각종 폐해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방지해야 하는 이유다. 환자의 실질적 의료기관 선택권을 보장하고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통해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법원도 지난 5월 30일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환수 처분에 관한 판결에서, 다른 의료인의 이름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에게 1인 1개소법 위반은 현행법 상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대법원 판례에 이어 제33조8항의 정당성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의사, 약사 등은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 직능인이다. 전문가는 그 분야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 그 사명을 다해야 한다.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한 첫째 조건은 중복개설금지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최전방의 의료인 또한 예외일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일부 의료기관의 사리사욕을 채워주는 판결을 지양하고, 의료인 스스로 영리추구를 배제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나아가 복지부, 대법원 및 시민단체들의 염원을 감안하여 현행 법이 규정한 1인 1개소 운영 원칙 조항이 합헌이므로 우리 헌법정신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줘야 한다.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사회정의의 실현은 결코 어려운데 있지 않다. 전문가 집단이 전문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원칙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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