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잇따른 산재 인정, 앞으로 쉬워질까

김연희 의협 법제자문위원 “산재 인정 늘어날 것” 전망

기사승인 2019-08-23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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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잇따른 산재 인정, 앞으로 쉬워질까

설 연휴 기간 당직실을 지키다 숨진 전공의, 중환자 전담의로 환자를 돌보다 뇌출혈로 쓰러진 의대 교수 등이 업무상 과로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과중한 업무로 인한 의사들의 산업재해 승인이 많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연희 대한의사협회 법제자문위원은 앞서 의사들의 산재 인정이 앞으로의 의사 산재 인정을 더 많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계기로 봤다. 김 위원은 “아무래도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므로 추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파장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 법, 규정만 지켜도 의사들의 근로 환경이 개선된다”면서 “길병원 전공의가 사망하게 된 것도 규정을 안 지킨 것이 큰 원인이다. 전공의법이 만들어지면서 인권의 사각지대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지만, 안 지키는 곳도 아직 많다. 기준부터 지키는 것이 먼저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통 의사들이 연구도 하고 환자도 봐야 하고, 전공의도 가르쳐서 근무시간이 길 것으로 추정하지만, 실제 근로환경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라며 “의사들의 과로·연속 근무 등이 계속되는 환경임을 입증할 통계자료가 있어야 의사들의 근로환경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의사도 똑같은 노동자다”라며 “이번 길병원 전공의의 과로사를 의료인의 과로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 전공의는 지금까지 희생을 강요당하며 산재 신청을 섣불리 하지 못했다. 산재 신청이 활발해지고 산재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우리나라 전공의법에 따르면 주당 80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고, 36시간 연속 근무도 가능하다. 이 회장은 “미국, 캐나다 등은 연속 근무 최대 시간을 16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하루를 꼬박 새우고 12시간을 더 근무하는 것이 적절한 근무환경인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를 포함한 보건업 종사자는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예외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며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등은 시간제한이 없어 법적 보호를 못 받고 있다. 의사뿐 아니라 의료인 전체의 과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의사뿐 아니라 다른 직종의 사람들도 과로로 인한 산재 인정은 쉽지 않았다”며 “화상, 절단 등 눈에 보이고 명확한 부분에 있어서 산재만 인정받았었다. 의사라서 더 손해를 본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거 의사의 산재 신청률은 낮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 사무처장은 일반적인 노동자라면 해고를 각오하고 보상받을 생각에 산재를 신청하겠지만, 의사는 특정 교육을 받고 그 분야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산재 신청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특히, 전공의는 교육을 받는 상황이고. 특정 교육을 받고 더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에 감내하는 것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은 근로자라기보다는 사용자로 인식하고 노동에 대한 통제를 본인이 한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과도한 상급자의 노동통제, 과다 노동이 확인되면 산재로 볼 수 있는데 의사들은 상급자의 강압으로 노동했다고 증명하기가 어려운 부분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의 잇따른 산재 판정으로 인해 그는 “의사도 월급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라는 인식과 함께 근로환경 개선으로 환자에게도 나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의사의 산재 승인이 늘어나면, 타 직종의 승인도 수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3월 대한의사협회에서 ‘의사 과로사 해결을 위한 적절한 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의사의 과로는 당연시하고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의사들의 산재 인정률은 타 직군에 비해서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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