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원인 달라도 치료법은 ‘인지기능개선제+대증요법’

‘혈관성 치매’만 치료제 적응증 취소…“대안 필요”

기사승인 2019-08-23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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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원인 달라도 치료법은 ‘인지기능개선제+대증요법’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치매의 종류는 원인에 따라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레비소체 치매, 알코올성치매 순으로 많이 발병한다.

원인은 달라도 치료법은 비슷하다. 잇따른 치매 치료제 개발 실패로 아직까지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지만, 인지기능 저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매치료제가 있어 약물치료와 대증요법이 시행된다. 대증요법은 원인이 아닌, 증세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현재 국제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는 치매치료제는 도네페질(donepezil),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갈란타민(galantamine), 메만틴(memantine) 4종이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치료제의 경우 다른 퇴행성 질환의 치료제들에 비해 증상 진행 지연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하지만 초기에 약을 꾸준히 복용한 사람과 아닌 사람을 추적한 결과를 보면, 5년 뒤 중증으로 진행된 비율이 전자는 15%, 후자는 7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들 약은 치매 초기부터 말기환자에게 사용이 가능하다”며 “이외에도 치매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증상 완화제, 합병증 예방을 위한 치료제가 함께 투여된다”고 말했다.

윤현철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증상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기본적으로 치매치료제와 같은 인지기능개선제가 투여된다”며 “대신 치매 증상에 따라 항우울제, 수면제, 손떨림 등 파킨슨병 증상 완화제가 함께 사용되고, 금주를 돕는 입원치료 등도 시행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혈관성 치매’만 예외적으로 대증요법 중심으로 치료가 시행된다. 치매 치료제에 대한 적응증이 취소돼 마땅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혈관성 치매에 쓸 수 있는 유일한 치매 치료제는 ‘도네페질’인데, 해당 약제 재평가에서 효과가 규명되지 못해 보건당국이 적응증 취소를 결정했다.

윤 교수는 “안타까운 점은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약물 사용에 제한이 됐다는 것이다. 환자는 불안한데 의사가 할 수 있는 말이 ‘잘 먹고 잘 자야한다’는 말 뿐이다”라며 “현장에서는 이러한 당국의 결정에 혈관성 치매를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 코드를 변경하는 등의 편법으로 약물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편법을 강요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지기능개선제의 효과는 나이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며 “특히 노인들은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르기 때문에 증상이 조금이라도 덜 진행되는 것을 원한다.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면 약을 쓸 수 있을 때 쓰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기웅 교수는 “치매는 약물뿐만 아니라 비약물치료도 중요한 질환이다. 잘 설계된 인지강화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본인과 보호자의 여건에 따라 시설 등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치매안심센터 등을 이용하면 경제적 부담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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