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저렴하다면서...” 서울시 청년주택 비싼 임대료 논란[기획]

“시세보다 저렴하다면서...” 서울시 청년주택 비싼 임대료 논란

기사승인 2019-09-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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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끝나면 당장 첫 입주자 모집이 시작될 서울시 역세권청년주택을 둘러싸고 비싼 임대료 논란이 일고 있다. 원룸 규모의 주택임에도 보증금이 최대 1억원을 넘는 등 주거 문제를 겪는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와 SH공사도 이같은 논란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지만 현재로썬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9일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와 광진구 구의동 일대 들어서는 역세권청년주택 모집 공고에 따르면, 서대문구 충정로 청년주택(35~39㎡형) 임대료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만원 수준이다. 광진구 구의동 청년주택(26~32A㎡형) 임대료는 보증금 9400만~1억509만원에 월세는 38만~42만원 수준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만19~39세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공급하는 주택이다. 이번에 시가 직접 공급하는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의 30% 수준의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로 공급된다. 민간이 공급하는 일부 가구는 주변 시세의 85~95% 수준에서 특별공급된다.

청년과 신혼부부들은 다소 비싸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앞서 역세권청년주택을 ‘주변보다 저렴한 시세’를 중심으로 홍보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또 주변시세가 얼만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실제 입주자모집공고문에는 민간공급의 경우 임대료가 시세의 85~95% 미만 수준이라는 점만 명시돼 있을 뿐, 주변시세가 얼마인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각 주택 유형별 임대료의 시세반영률(시세 대비 임대료 비율)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해당 금액이 저렴한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는 것.

최근 이사를 앞두고 청년주택을 알아보던 직장인 A씨는 “주변보다 저렴한 시세라고 해서 알아봤는데 막상 보니까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 얼마나 저렴해졌는지도 알아야 하지 않나”라며 “같은 돈이면 제가 원하는 지역에서도 괜찮은 방을 구할 수 있다. 일단 지원은 해보겠지만 이점은 크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당초 주거취약계층인 청년들의 주거복지를 지원한다는 사업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시세 반영이 이뤄졌다고 해도 원룸 규모의 주택인데 보증금이 최대 1억원을 넘는다는 건 과하다는 주장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청년들 중에 전세보증금으로 1억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부자들의 자녀들에게만 공급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임대료를 낮추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비싼 임대료 원인이 되는 땅값을 정부가 세금을 걷어서 어느 정도 내주던지, 법을 개정해 공공용지 위에 임대주택을 지어서 땅값이 들지 않게 하던지”라며 “현재로써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라 역세권청년주택의 이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서울시 산하 SH공사 측도 이같은 문제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감정원으로부터 받은 시세를 기준으로 임대료 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잘못된 게 없다는 설명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번 역세권청년주택이 인기가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라며 “SH공사에서 시세연동해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산정하는 주택사업이 장기전세, 행복주택, 역세권청년주택 세 가지고 나머지는 원가연동 방식이다. 역세권청년주택의 경우 시세가 100원이라면 80원에 공급하는 건데 어디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크게 저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같은 비싼 보증금·임대료 논란에 “당초 해명자료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민간임대의 경우 인근 시세의 85~95% 기준이지만, 공공임대의 경우 주변시세 30% 수준으로 굉장히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 산정 기준이 되는 인근시세 공개 여부에 대해선 “통상 일반 입주자모집공고를 할 때도 인근시세를 공개하지 않지 않느냐”며 “현재 역세권청년주택 인근시세 조사는 한국감정원에서 하고 있는 만큼 신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세보다 저렴하다면서...” 서울시 청년주택 비싼 임대료 논란[기획]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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