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간호사없어질지도'..간호계에 퍼지는 공포

간호조무사협회 법정단체 인정 요구에...간호계 "의료 하향평준화, 혼란 부를 것" 우려

기사승인 2019-09-17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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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간호사없어질지도'..간호계에 퍼지는 공포간호조무사협회가 법정단체 승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간호사들 사이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간호조무사가 의료인으로 인정될 경우 국민건강은 물론 간호사 직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심지어 간호대학 학생들도 길거리로 나선다.

16일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이하 간대협)는 간호조무사 단체를 의료법 내 법정단체로 인정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오는 10월 5일 국회 앞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수년째 이어진 간호조무사들의 법정단체 승격 요구에 일선 간호사가 아닌 간호대학 학생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호사 직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김도건 간대협 회장은 "간호사 인건비가 비싸니 간호조무사를 쓰겠다는 논리는 의료의 하향평준화를 부르고, 결국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간호조무사를 의료인으로 인정하면 현장에서는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간호협회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보건복지부도 은근히 묵인하는 모습을 보여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간호대의 특성상 대다수 1학년 학생들은 3년 뒤, 4학년 학생들은 당장 몇달 뒤에 간호사가 된다. 미래의 간호사로서 우리가 겪게될 일이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집회를 추진하게 됐다"며 "전국 간호대학 학생들과 간호사들이 참여하는 집회로 7000명가량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간호사 자살 및 태움 논란으로 의료현장의 의료인력부족 문제가 수면 위에 오른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의료인력부족문제를 인건비가 낮고, 간호사와 업무가 겹치는 간호조무사를 활용해 해결하자는 방향에 힘이 실리는 것도 간호사들의 위기감을 부추겼다.

지난 8월 대한중소병원협회는 간호사 인력 수준에 따라 추가 급여를 지급하도록 한 보건복지부의 간호등급제 개선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간호사 채용이 쉽지않다"며 '간호보조인력에 대한 수가 지원'을 요구해 간호사 단체와 맞붙기도 했다. 복지부 또한 간호보조인력의 활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간호계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조무사협회의 요구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만호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의료법 법리를 보면 의료인의 법정단체 설립 목적은 해당 단체의 권익 보호가 아니라 국민 건강권 확보다. 그런데 간호조무사협회가 요구하는 것은 쌩뚱맞게도 회원 권익을 위해 단체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며 "국가면허 의료인인 간호사들이 같은 수준에서 시시비비를 다루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고, 격에 맞게 국민을 설득하고, 알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상 법정단체 규정은 의사, 간호사, 조산사, 치과의사 등 의료인에만 해당된다. 간호사 단체 등은 간호조무사가 법정단체로 승격될 경우 의료인에 승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간호조무사 단체는 의료인 승격과 관련이 없으며, 보건의료인 법정단체 규정을 준용해 중앙회 인정을 받은 안마사, 침구사 등과 같이 중앙회 인정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간호사들의 우려 또한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각 직종마다 고유 권리를 보장하는 단체가 있듯 간호조무사협회도 법적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동환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실장은 "간호사들의 우려는 과잉됐고 현실과도 맞지 않다. 현재 전국 상급종합병원에 간호사들이 몰리고, 중소병원과 의원급에는 간호사들이 가지 않는다. 중소병원에도 간호관리자는 간호사가 맡는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가 어느 정도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라며 "다만, 간호사들이 가지않아 생기는 의료공백을 간호조무사들이 메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 간호조무사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전 기획실장은 "간호조무사협회는 47년 동안 협회로서 활동해왔지만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비효율적 행정, 질관리의 애로사항이 있어왔다. 이를 해결하고, 또 간호조무사가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지 간호사를 대체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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