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하트세이버 된 선생님

입력 2019-09-20 11: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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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하트세이버 된 선생님전주삼천초등학교 김숙주(32) 교사. 김 교사는 지난 추석연휴 첫 날 인형으로 만 해 봤던 심폐소생술을 실제 응급환자한테 해 생명을 살린 특별한 경험을 했다.

김 교사는 전남 순천의 처가를 방문, 인근 공원에서 가족과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던 40대 남성이 쓰러지더니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보게 됐다. 김 교사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쓰러진 남성 곁으로 다가가서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다.

김 교사는 “아내에게는 119에 신고할 것을 말하고 저는 10분 이상 계속해서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면서 “학교에서 매년 받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 심폐소생술은 환자 상태를 확인한 뒤 도움을 요청하고 흉부압박을 시도해야 한다.
 
김 교사는 앞서 달리던 아들은 아버지가 쓰러진 것을 모른 채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 교사는 더욱 애가 탔다.
 
김 교사는 “제 아이들도 옆에 있는 상황이라 환자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면서 "당시에는 힘든 것을 못 느꼈는데 집에 돌아와 긴장이 풀어지니 그때서야 온 몸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의식과 맥박은 되찾았지만 의식이 없었던 남성은 최근 의식을 회복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중이란다.
김 교사는 “환자분 의식이 회복되지 않아서 마음 한구석이 계속 무거웠는데 지난 16일 의식이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의식회복 소식을 듣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사는 “방송이나 신문에서 심폐소생술로 사람을 구했다는 기사를 보면 ‘특별한 사람이겠구나’했는데 막상 내가 겪어보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생각하게 됐다”면서 “응급환자 발생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사람을 살리는 건 의사지만, 사람을 만든다는 건 교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김 교사는 아이들과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초임 때는 무척 힘들었는데 원인을 찾다보니 내가 부족하다 생각해야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었다”면서 “아이들을 나에게 맞추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아이들이 바뀐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교사는 지난 13일 순천경찰서로부터 표창장을 받았고, 조만간 소방서로부터 하트세이버 인증서도 받을 예정이다. 

전주=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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