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나는 누구인가? ... '사진 하나, 생각하나' 를 시작하며

입력 2019-10-08 15: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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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인문운동가이다. 이제는 '무엇'을 전하는 일보다 전할 가치가 있는 것을 생산해야 한다. 인문운동가는 지식을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인문정신을 생산하여 이 사회를 인문적 높이로 올리고자 하는 사람이다.

최진석 교수는 사람을 시를 읽는 사람과 시를 읽지 않는 사람으로 나눈다. 둘 사이의 차이가 크단다. 시를 읽더라도 내면의 충격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내면의 충격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그것을 통해서 조금씩 자신의 변화를 감행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 사이에 또 큰 차이가 난다. 이를 우리는 '육화(肉化)한다'고 한다. 이는 시를 외우는 것이다. 시를 외우면, 시인이 시를 타고 침투해 들어와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오히려 더 커져서 시를 지배할 수 있다. 시를 외우면, 시인 몰래 내가 자라 버린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시를 지배하는 인간이 된다. 그가 가장 상급이다. 

인문학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내 말은 내 말인가? 다른 사람의 말인가? 지금 내 꿈은 내 꿈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꾸는 것인가? 이러한 원초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인가? 당한 생각은 아닌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남의 생각의 결과를 내 생각인 것처럼 착각하고 내면화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은 인문적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시선, 사유의 활동, 질문이 바로 철학이다. 철학을 공부하지 말고, 철학하라! 철학은 건너가는 것이다. 예컨대, 이것이 이것이고, 저것이 저것이다는 세계관에서도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다는 세계관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그래 나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매일 쓰고 지인들과 공유한다.

[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나는 누구인가? ...  '사진 하나, 생각하나' 를 시작하며인문운동가는 지금 살고 있는 공동체가 한 단계 상승하여 자주적이고 독립적이며 자유롭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흔히 철학이라 하면, 혼자 조용히 내면을 지키면서 지적인 완성과 인격적 성숙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좀 앎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내 자유와 공동체의 자유가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개인적인 삶의 의미가 우주의 넓이로 확장되는 것이 바로 완성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내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게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이 것을 아는 뜻있는 사람은 자기에게만 필요한 것을 찾기보다 시대의 병을 함께 아파한다. 그러면서 행복을 추구한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아무 것도 없으며, 그저 행복 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이다." (헤르만 헤세) 누구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그러면서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행복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평생 생각만 하다가 사라지는 존재는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욜로' 족의 첫 번째 일은 일의 총량을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그물망은 삶의 크나큰 전환을 시도하지 않는 한 속도와 경쟁, 적자생존과 양극화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근데 요즈음의 가을하늘이 매우 아름답다.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내 인생의 신조"로 이 계절을 즐기자.

내 인생의 신조/로버트 풀검

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꿈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
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슬픔의 치료제는 웃음이며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 가지 신조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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