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신세경에게 자부심으로 남은 ‘구해령’의 무해함

기사승인 2019-10-08 19:53:37
- + 인쇄

연기자들에게 ‘여름사극’은 쉽지 않은 작업으로 꼽힌다. 사극의 특성상 무더운 날씨를 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종영한 MBC 수목극 ‘신입사령관 구해령’에서 주인공 구해령 역을 맡아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신세경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신세경도 여름 사극 촬영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저었다. ‘신입사관 구해령’의 촬영도 한여름에 진행돼 더위와 싸워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힘든 것은 찌는 듯한 더위나 습도뿐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신입사관 구해령’을 촬영하며 물리적인 더위 외엔 모든 것이 좋았다. 촬영 일정이 급하지 않아 연기를 준비하는 것에 여유가 있었고, 자신의 가치관에 잘 맞는 주제 의식을 이야기할 수 있어 심적으로 큰 만족감 들었다고. 

“이 작품 전까지는 촬영하는 동시에 방영되는 시스템만 경험해봤어요, 촬영이 이렇게 여유 있었던 적은 처음이죠. 마지막 촬영이 이렇게 빨리 끝난 것도 처음이에요. 일단 잠을 자면서 작업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에너지도 좋았기 때문에, 연기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됐어요. 차분하게 준비해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었죠.”

신세경은 인터뷰 도중 몇 번이나 ‘신입사관 구해령’의 ‘무해함’을 자랑했다. 불필요한 자극성이나 억지 전개가 없었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이런 부분은 신세경이 평소에 가진 가치관에 온전히 일치하는 것이기도 했다. 

“‘신입사관 구해령’을 촬영하면서 내 가치관에 어긋나지 않는 작품을 할 때의 기쁨이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폭력적이지 않고 갈등을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은 드라마라는 것이 저에겐 큰 자부심으로 남았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색과 결을 유지할 수 있어서 기뻤고요. 앞으로 제 가치관에 부합하는 작품만 하겠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 이왕이면 그런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쿠키인터뷰] 신세경에게 자부심으로 남은 ‘구해령’의 무해함

구해령은 조선시대 문제적 여인이라는 수식어를 지닌 인물이다. 조선시대 여성 사관이 있었다는 상상력에 기반한 작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극에선 보기 힘든 여성 캐릭터가 나왔다.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나르샤’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던 신세경은 구해령이 앞선 사극에서 맡았던 역할의 주체적인 성격과 비슷하다는 점에 수긍하면서도, 다른 결을 지녔다고 봤다.

“조선시대를 살아가는 여자가 관직을 얻고 출퇴근을 하는 독특한 상상력을 불어 넣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전에 했던 사극과 다를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제가 그 시대 여성들에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죠. 사실 그 부분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초반부에는 구해령의 행동반경에 대한 망설임도 있었지만, 중후반부를 거쳐 말미엔 걱정을 벗었어요. 제작진이 빈틈없는 서사를 만들어준 덕분에, 구해령의 감정과 목표가 명백하게 시청자에게 전달됐다고 생각해요. 공감도 얻을 수 있었고요.”

조선시대 사관으로 치열한 여름을 보냈던 신세경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드라마 작업 때문에 한동안 멈췄던 유튜브 콘텐츠도 다시 만들어 볼 생각이다. 유튜브 채널 이야기가 나오자 신세경은 “크리에이터로서 진지하다”며 웃었다.

“처음에 콘텐츠를 시작했던 의도와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게 채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능 ‘국경없는 포차’를 촬영하면서 음식을 만들고 파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으니 재미있더라고요. 유튜브는 제가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을 기록하는 도구인 셈이죠. 공백기에 팬들과 흥미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새로운 콘텐츠로는 김치 담그는 것을 담아 보고 싶어요. 할머니 댁에 온 친척이 모여 김장을 크게 하는데, 그런 걸 보여드리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