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태우면 350원” 운영 위태로운 마을버스, 시민 안전도 불안?

기사승인 2019-10-17 06:45:00
- + 인쇄

동네 곳곳을 누비는 마을버스 운행이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열악한 업무환경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운행기록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버스, 택시, 화물 등을 통틀어 마을버스가 가장 위험하게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거리 100㎞당 마을버스의 과속, 급감속 등 위험운전 횟수는 86.6회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고속버스, 택시, 화물차량 등의 총 평균 위험운전 횟수는 43.78회로 집계됐다. 마을버스가 평균보다 약 2배 이상 위험운전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험운전은 실제 사고로도 이어진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관내에서 마을버스에 치인 사망자는 11명이다. 지난 2017년 대비 3.7배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기준 시내버스로 인한 사망자는 13명이다. 2017년 대비 1명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운전 미숙 또는 고령화를 원인으로 봤다. 운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마을버스 운전기사는 경력을 쌓아서 시내버스로 이직하려는 ‘초보기사’가 다수다. 지난해 서울지역 마을버스 재직자 3409명 중 2315명이 퇴사했다. 이직률은 67.9%에 달한다. 시내버스 운전기사 지원을 위한 경력(1년~2년)을 채운 후 떠나는 것이다. 정년을 채우고 은퇴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마을버스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많다. 지난 2014년 기준 마을버스 운전기사 3243명 가운데 397명이 65세 이상으로 조사됐다. 

마을버스 운전기사들이 직장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다. 시내버스 기사의 평균 연봉은 5000만원 수준이다. 반면 마을버스는 2900만원대로 알려졌다. 반면 노동시간은 마을버스가 더 길다. 시내버스는 월 283시간이지만 마을버스는 월 317시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경우 입지가 불안정해 사고가 날 경우 자비로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1명 태우면 350원” 운영 위태로운 마을버스, 시민 안전도 불안?마을버스 업체는 낮은 수입으로 인해 버스기사의 처우 개선 등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마을버스 요금은 지난 2015년 6월 900원(교통카드 기준)으로 인상된 후 4년 넘게 동결됐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환승 할인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1명을 태우면 350원 남짓 받는 수준”이라면서 “4년 동안 최저임금이 엄청 올랐다. 주52시간제와 휴게시간 보장제 등이 시행되며 운송비용은 증가했지만 요금이 동결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자 업체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운수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시민 서비스 개선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마을버스에 적절한 감시·감독이 동반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철 공공교통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시내버스의 경우 준공영제를 통해 시내버스 기사에 대한 임금 실비 지원이 이뤄졌다”며 “이를 통해 적정한 인원고용과 적정한 운행 시간이 부여되며 승객의 안전도 보장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현재 감독체계가 허술한 준공영제는 답이 되기 어렵다”며 “이용자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지원금에 대한 정산을 투명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수 공공사회연구소 연구위원도 “마을버스는 중요한 대중교통으로 세금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 맞다”면서 “현재의 준공영제 방식으로는 혈세가 낭비될 여지가 크다. 서울지역 마을버스 같은 경우에는 전철·지하철과 대부분 연계돼 있기에 서울교통공사 등이 직접 운영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