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2 01:43:01
[드론으로 내려다본 2019 가을풍경] “콤바인이 그려낸 가을 추상화”
쿠키뉴스는 드론 장비를 이용해 하늘에서 내려다본 농어촌과 도시, 삶의 현장, 노랗고 붉게 물든 가을 산과 들 등 ‘2019 여름 풍경’에 이어 다양한 가을 풍경을 연재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상에서 촬영한 사진들도 함께 소개한다. 4. 콤바인이 그려낸 가을 추상화 -상주 용포리 다락논의 가을걷이--회룡포와 경천대에서 바라본 은빛 강변과 황금 들녘--중북부는 벼베기 마무리, 남부 지역은 벼베기 한창-충청도를 중심으로 중북부는 막바지 가을걷이에 분주하고 남부 지역은 벼베기가 한창이다. 낙동강 1300리 물길 가운데 오직 한 곳 낙동면에만 낙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난 18일 경북 상주시 낙동면 갑장산(806m) 아래 ‘용포리 다락논’을 찾았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다락논 녹색길을 따라 '갑장루 전망대' 가는 길은 논과 밭이 빼곡히 이어지면서 절경을 이룬다.   전망대가 가까워질수록 앞산과 뒷산 사이 다락논들이 모여 마치 황금 계단 같은 가을 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촐한 전망대에 오르니 금싸라기라도 뿌린 듯 비단결처럼 펼쳐진 다락논이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황금색 물결되어 출렁인다.대부분 이 땅의 논들은 경지정리를 하면서 굽은 등과 허리를 곧게 폈다. 덕분에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났어도 콤바인 등 농기계를 이용해 그럭저럭 한해 두해 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경사가 심한 산골 마을 농부들은 오늘도 다락논에 올라 콤바인의 접근이 어려운 곳의 벼들은 일일이 낫으로 베어낸다. 다락논 주변의 정리가 대충 끝나면 운전 실력이 뛰어난 콤바인 기사가 좁고 차량이 뒤집어질 것 같은 급경사의 산비탈 도로를 올라 삼각형과 마름모꼴 외 기하학적 형태의 논에 들어가 야무지게 벼베기를 마친다. 문명의 이기인 드론을 띄어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전망대에서 본 풍경과는 또 다르게 산 아래 모자이크 형상의 다락논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한편으로는 척박했던 땅을 헤치고 돌을 골라내어 돌담을 쌓고 물을 길어 볍씨를 뿌렸을 선조들의 몸 고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 왔다. 벼가 자라면서 비나 제때 내려주면 다행이련만 오로지 하늘에서 내려주는 빗물에 의존한 천수답(天水畓)이 대부분이고 보면 마음고생 또한 얼마나 심했을까, 오늘의 황금들녘이 너무나 대견해 보였다. 용포리 다락논에서 만난 농부 이정수(83‧사진) 씨는 “이 곳 다락논은 용포리 외에 신오리, 비룡리, 수정리까지 4개 부락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 오래 전에 나라에서 여기도 경지정리를 해준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했지. 농토는 얼마 안되는데 경지정리를 하면 농토가 3분 1만큼은 주는 거야. 그래서 회의 끝에 그냥 없던 일로 했어. 지금은 모두 나이 먹고 힘드니까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아”라며 “그래도 나는 3남 1녀를 두었는데 큰 아들은 대한항공 다니고 둘째 아들은 수협에, 셋째 아들은 대구에서 공인중개사 회장이라며 산 농사짓느라 힘은 들었지만 자식 농사는 잘 지었지. 나 아직도 건강하고 자식들 잘 살고 그만하면 됐지 뭐!”라며 볏단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다락논 취재 후 물돌이 풍경으로 유명한 인근 경천대와 회룡포를 찾았다. -생명수 흘러내리는 상주 경천대-낙동강변에 위치한 경천대(擎天臺)는 강원도 태백산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1,300여리 물길중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는 “낙동강 제1경”의 칭송을 받아 온 곳으로 하늘이 만들었다 하여 일명 자천대(自天臺)로도 불린다. 사벌면 경천대 전망대에서 본 낙동강과 회상리 들녘에 가을이 가득하다. 낙동강 푸른물이 햇살에 반짝이며 강 건너 반달 모양의 황금벌판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육지 안의 아름다운 섬마을, 예천 회룡포-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태극무늬 모양으로 휘감아 돌아 모래사장을 만들고 거기에 마을이 들어서 있는 육지 속 아름다운 섬마을, 회룡포(回龍浦)의 논에도 황금물결이 일렁인다. 장안사 절이 있는 비룡산 능선을 따라 오르면 회룡대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물도리 모양으로 굽어진 내성천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내성천 맑은 물과 어우러진 넓은 백사장 위에 떠 있는 듯한 회룡포 마을, 반듯하게 정리된 논 가득 노랗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농부의 낫을 기다리고 있다. 물이 돌아가는 회룡포 마을에는 7, 8년 전만 해도 20여 남짓 가구가 살았으나, 모두 도회지로 떠나고 지금은 9가구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도로가에 알곡을 가득 싣은 차량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차량을 따라 천천히 앞으로 가보니 대형 정미소가 눈에 들어 왔다. 정미소 관계자는 요즘은 새벽 2시까지 작업을 해도 다 소화를 못한다고 전한다. 한 농부가 차장 문을 내리고 말을 건넨다. “우리 상주 지역은 토질도 좋고 일교차도 커서 밥맛이 좋아요. 상주 쌀 소개도 잘 좀 해주고 쌀금도 잘 받을 수 있게 정부에 압력도 좀 넣어줘요.” 기자가 정부에 압력을 넣을 처지는 못되지만 그래도 노력해 보겠다는 답을 하고 차에 올랐다. 상주‧예천=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 사진=곽경근 대기자‧왕고섶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