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텅 빈 지구’ vs ‘지도에 없는 마을’

기사승인 2019-10-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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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책] ‘텅 빈 지구’ vs ‘지도에 없는 마을’

영국 최남단에 위치한 맹키에 군도는 하루 두세 번만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의 섬이다. 200㎢에 달하는 광활한 땅은 만조 때가 되면 사라지고 아홉 개의 작은 섬만 남는다. 이른바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가장 넓은 땅’이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없는 지구의 마법이다.

지구 반대편에선 빈집이 늘어가고 있다. 인구 감소 때문이다. 물론 현재 77억명으로 추정되는 지구 인구는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곧 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 징후가 이미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음 소개하는 두 권의 책, ‘텅 빈 지구’와 ‘지도에 없는 마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지구의 이면을 다룬다. ‘지도에 없는 마을’이 아주 가까이에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특정 장소를 기웃거리는 책이라면, ‘텅 빈 지구’는 아주 멀리서 지구의 인구 감소 상황과 그 심각성을 들려준다.


△ ‘텅 빈 지구’

‘텅 빈 지구’의 두 저자는 한국을 비롯한 6대륙을 누비며 기록한 전 세계 인구 감소의 생생한 현실을 하나씩 들려준다. 주요 전문가 및 일반인들과 인터뷰한 기록은 물론 인구학자들의 연구, 뉴스 등을 통해 인구 감소로 점점 비어 가는 지구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한국의 사례도 눈에 띈다. ‘3포세대’와 ‘유리천장’, ‘밀레니얼 세대’ 등 한국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을 그대로 쓰면서 연애와 결혼, 출산을 거부하는 젊은 세대들의 익숙한 이야기들을 그린다. 저자들이 수집한 기록에 믿음이 가는 이유다.

인구 감소의 끝엔 불행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의료비와 연금 수요 증가, 노동력 감소, 경기 침체 등 우리 앞에 닥치게 될 미래는 만만치 않다. ‘텅 빈 지구’는 그것을 이제 하지말고 바라볼 때라고 말한다.


△ ‘지도에 없는 마을’

‘지도에 없는 마을’의 저자인 영국 뉴캐슬대학교 사회지리학과 교수 앨러스테어 보네트는 공식적인 지도상에 드러나지 않는 장소들을 탐험하는 걸 즐긴다. 국경이 와해되고 새로운 지역주의가 탄생하는 중동 지역의 지리를 비롯해, 작디작은 고립지로 영토가 조각나고, 새로운 섬들이 마구 솟아나고 있는 지구의 감춰진 구석구석을 기록했다. 그렇게 기록한 독특한 장소 서른아홉 곳에 관한 서른아홉 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장소에 대한 개념 자체에 도전을 제기하거나, 지리학과 지도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기도 한다. 

GPS, 인공위성 등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어 누구나 전 세계 모든 곳을 인터넷으로 여행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저 너머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상상해 본 적 있다면, ‘지도에 없는 마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만하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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