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 막고 위험출산 줄이고...저출산 극복 나선 '산부인과 의사'

고대구로병원 조금준 교수, ‘출산 환경 개선’ 위한 연구 매진

기사승인 2019-11-0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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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산 막고 위험출산 줄이고...저출산 극복 나선 '산부인과 의사'

“아이를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낳게 하는 것도 저출산 극복에 필요한 조건이라고 봐요.” 

비혼, 만혼 현상이 지속되면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10여 년간 저출산 대책에 투입된 예산은 185조원이 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명도 안 되는 0.98명으로 떨어졌고, 8월 출생아 수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0.9%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 아이를 갖고, 안전하게 출산하고,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까지를 ‘출산’의 과정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조금준 고려대학교 부속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아이를 임신하는 것부터 건강하게 출산하는 과정까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산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여기에는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출산율 감소로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다. 의료기관 폐업이 늘고 산부인과 전공의 수가 줄면서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고 있다”며 “그만큼 의사의 책임도 커지고 있다. 불가항력적으로 생긴 분만 사고에 대해서도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의료인이 힘 쓸 수 있는 분야는 ‘안전한 분만’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산과 관련한 의료기술은 아직도 제자리다. 고령산모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하고 임신성고혈압 등 임신 합병증에 대한 원인, 발병률 파악도 안 되고 있다. 이에 조 교수는 분만환경 개선과 안전하고 건강한 임신, 출산을 위해 직접 산부인과 의사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료기기 및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하는 ‘조산’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조산은 주산기 이환율 및 사망률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산 위험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조 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제품 중 하나는 자궁경부무력증 치료를 위한‘조산방지 자궁경부 밴드’다. 마취 없이 외래에서 자궁경부를 조일 수 있는 밴드다. 진통 없이 자궁경부가 부드러워지면서 열리는 이 증상은 조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현재 자궁경부를 조여 주는 수술법이 있지만 감염 등 합병증의 위험이 있다.  

조기양막파수를 조기 진단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기기 및 약물도 개발 중에 있다. 태아는 양막 안에 있는 양수에서 성장하고 발달하게 되는데, 임신 24주 전 진통 없이 양막이 먼저 파수되면 태아는 폐성숙이 되지 않아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조 교수는 물속에서 껍데기가 벌어지지 않는 홍합의 성분을 이용해 양막 손상을 막을 수 있는 약물과 자궁경부에 거치해 양막파수를 조기 진단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조 교수는 “저출산 현상과 함께 고위험 산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산과의 의료적 상황은 침체되어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을 위해 돌파구가 필요할 때라고 본다”며 “나도 출산 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 이것이 좋은 선례가 되어 나중에는 분만 현장 산부인과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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