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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의 농염주의보’ 걸크러시 박나래가 쏘아 올린 유니크한 1시간 [넷플릭스 도장깨기⑬]

'걸크러시 박나래'가 쏘아 올린 유니크한 1시간

이준범 기자입력 : 2019.11.09 08:00:00 | 수정 : 2019.11.09 08:36:28


인기 연예인이 TV에 나와서 자신의 성 경험을 소재로 코미디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무리 입만 열면 웃음을 터뜨리는 타율 높은 코미디언이라 해도 식은땀 나는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모두에게 공개한다는 것부터 어려운 일인데, 그것을 코미디로 녹여서 남을 웃기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그것에 도전한 국내 여자 연예인이 있다. 바로 박나래다.

넷플릭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2시간의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녹화해 1시간 분량으로 편집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박나래는 지난 5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성남, 전주까지 전국 투어 공연을 펼쳤다. 홀로 무대에 서서 자신의 연애담을 비롯해 성형, 술, 분장 개그 등 성과 관련된 다양한 소재를 무기로 첫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를 채웠다.

영상을 보기 전 궁금했던 건 두 가지였다. 넷플릭스가 어느 정도까지의 수위를 받아들였을지, 그리고 과연 재미가 있을지였다.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민망함과 불편함이 동시에 밀려올 것이고, 재미가 없다면 시간 낭비로 느껴져 넷플릭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박나래의 과감한 첫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래도 재미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발적인 색감과 포즈의 썸네일을 눌렀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를 감상하면서 든 첫 느낌은 신선함과 해방감이었다. 박나래의 말처럼 “이래도 되나” 싶은 표현과 몸짓, 내용이 준비할 틈을 주지 않고 쏟아졌다. 술자리에서 들을 법한 야한 농담을 선명한 화질과 사운드로 흘러나왔다. 박나래는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이야기의 흐름과 수위를 조절하고 때로는 맘껏 표현하고 감정을 드러냈다. 방송에서 자신의 삶을 공개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박나래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작위적으로 느껴졌을 정도로 과감하고 빠르게 자신의 쇼를 주입시켰다.

시간이 흐르면서 긴장이 풀리자 관객과의 호흡을 즐기는 박나래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도 관객들의 표정을 살피고 그들과 교감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 무대에서 준비한 대본을 읽고 연기하는 박나래의 모습보다, 그 중간에 잠깐의 텀이 생길 때 웃음을 터뜨리거나 한숨을 쉬는 박나래와 “저도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관객에게 공감의 언어를 건네는 박나래의 모습이 훨씬 매력적이고 재미있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던 성역을 무너뜨리는 공연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박나래라는 매력적인 방송인이 왜 지금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공연의 내용이 미친 듯이 재미있다거나, 지인과 가족에게 권할 정도로 대중적인 코드도 아니다. 다만 국내에서 오직 넷플릭스와 박나래가 만났을 때만 가능한 코미디로 1시간을 채운 건 분명하다. 그리고 박나래가 쏘아 올린 이 작은 쇼가 많은 변화의 시작이길, 고리타분한 문화의 많은 것들을 바꾸는 시작이길 기대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어서 이 기사의 첫 문장을 쓸 수 없는 날이 언젠간 찾아오지 않을까.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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