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페, 100명에 물었다…“상술만 늘어”, “어디서 해요”, “껍데기 행사”

[발로 쓴다] 4년된 코세페, 시민들 "무슨 행산지 잘 몰라"…전문가 "흥행 실패, 예상된 결과"

기사승인 2019-11-09 0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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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세페요? 그게 그건가요? 근데 방금 백화점·면세점 가봤는데 달라진 건 크게 없던데요. 하나 더 사면 조금 세일해주는 정도고. 상술만 늘어난 것 같다는 느낌만 받았죠.”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난 김소라(53‧여)씨. 

“터키서도 연말이 되면 이스탄불, 앙카라 도심의 백화점이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어요. 문화축제도 많이 하고요. 지금이 ‘쇼핑축제’ 기간이라고요? 전혀 그런 걸 느낄 수 없네요.” 터키에 거주한다는 재외동포 김동숙(41‧여)씨.

“블랙프라이데이는 손해를 보면서 파는 듯한 할인가를 제시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려 하잖아요? 사람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죠.”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만난 20대 남성 신종호씨.

시민 100명에게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에 대해 물었더니 나온 말들이다. 쿠키뉴스 기자 2명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명동과 강남, 서울역 등 주요 지점에서 길거리 설문을 진행했다.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씩, 군인, 대학생부터 중년의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에게 말을 붙였다. ‘코세페’를 아냐는 질문에 불과 46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인 결과다.

코세페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에서 착안한 행사로 ‘국내 최대 쇼핑축제’를 표방한다. 올해 4회째다. 사실 2015년 진행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까지 셈한다면 5회다. 작년까지 정부 주도 행사였지만, 여러 지적이 일자 올해는 민간이 첫 진행하게 됐다. 하지만 그 성과가 미미하다는 게 현재까지의 대체적 평이다. 지난 1일 개막 이후 1주일이 지났지만, 인지도나 실속 면에서 허울뿐인 행사라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코세페를 안다고 답한 46명 중에서도 최근 물건을 구입한 사람은 25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상당수가 코세페보다, 신세계 ‘쓱데이’, 위메프‧티몬, 등 이커머스 특가를 통해 구입했다고 답해 엄밀한 ‘코세페’ 참여라 하기도 애매했다. 이들 행사를 혼동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서울역에서 만난 김민경(41‧여) 씨는 “한 온라인쇼핑 프로모션에서 공기청정기를 할인가에 샀다”면서도 “나도 코세페 참여자가 되는 것이냐”고 어리둥절했다. 

코세페가 어디서 하는 행사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았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푸드코트에서 만난 20대 남성 정혜림 씨는 “들어본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서 하는지 모르는 행사”라며 “백화점을 들렀지만 어디서도 코세페 라는 문구는 못 봤다”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을지로입구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송현승(40) 씨도 “쓱데이는 포털 검색어에서 몇 번 봤다”면서도 “코세페는 모른다. 어감도 낯설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코세페 기간 물건을 구입한 25명마저도 온라인 쇼핑이 대부분이었다. 단 6명만이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을 이용했고, 온라인은 19명에 달했다. 40대 주부 하수빈씨는 “매장으로 나가기 번거롭다”며 “가전제품은 특히 무겁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코세페 대신 ‘해외직구’를 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역에서 만난 박은진(50·여)씨는 “코세페보다 해외 직구를 선호 한다”며 “지금은 ‘블프’에 비해 할인이 형편없다”고 아쉬워했다. 

시민 대다수는 현 코세페의 문제점으로 ‘행사의 모호성’과 ‘체감 효과 부족‘을 짚었다. 딱히 실속 없는 여러 할인행사가 쏟아져, 이에 대한 피로도 상당한데 코세페는 또 뭐냐는 것. 실제로 신세계는 자체 할인 행사 ‘쓱데이’를 밀고 있고, 롯데는 ‘블랙 페스타’에 주력 중이다. 온라인 이커머스의 행사는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 물론, 정부 측은 이들 할인이 코세페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소비자의 시각에서 코세페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 느껴질 뿐이다. 

코세페, 100명에 물었다…“상술만 늘어”, “어디서 해요”, “껍데기 행사”코세페로 할인 행사는 늘었지만, ‘블프’에 버금갈만한 할인 제품을 구매했다는 시민들은 찾기 힘들었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김성준(32)씨는 “최근 한 대형마트에서 TV를 할인가에 구입했는데 할인율은 10%~20% 정도였다”라고 토로했다. 오히려 코세페 기간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50대 남성 박대환 씨는 “일부 기업들은 할인에 저품질 상품을 내놓거나, 할인율을 부풀려 표기하는 등 기만 행태가 많았다”라고 혀를 찼다.

물론, 코세페의 시행 취지에 시민들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코세페를 안다고 대답한 46명 중 39명은 그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획기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민들의 지적이다. 이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을지로 명동상가 앞에서 만난 김윤지(40·여)씨는 “코세페 기간 동안 물건을 많이 소진한 기업에 정부의 보상이 주어진다면 기업들이 더 파격적인 할인가를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케팅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회사원 심재환(37)씨도 “참여기업 간 협조가 관건이겠지만, 행사명을 하나로 통일 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지금은 정확히 어떤 상품이 할인 대상인지 알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포털을 이용한 홍보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실시간 검색어에 의존하기보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포털 상단에 ‘코세페’ 탭을 만들어 상품과 참여기업을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전문가 역시 지금의 코세페는 ‘흥행 실패’라는 입장이다. 시큰둥한 시민들의 반응은 당연하다는 것. 송수영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사가 위주인 지금의 코세페는 한계가 있다”라며 “이들은 재고 압박이 없으니 파격적 할인가를 제시할 이유가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가격 결정권이 있는 제조사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국내에선 중국의 연말 할인인 광군제가 가능성 있는 모델”이라며 “가령, 킨텍스‧코엑스에 제조업체들이 모여 ‘재고 털기’ 등을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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