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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지코와 우지호 사이, 균형을 찾고 싶어요”

“지코와 우지호 사이, 균형을 찾고 싶어요”

이은호 기자입력 : 2019.11.09 08:00:00 | 수정 : 2019.11.08 23:05:23

사진=KOZ엔터테인먼트 제공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 행복할까. 래퍼 지코는 지난달 말 공개한 신곡 ‘벌룬’(Balloon)의 뮤직비디오에서 하늘로 솟은 계단을 끝없이 걸어 오른다. 주위로는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끝도 없이 추락하고, 그가 떨어질 위기에 처하자 그의 추락을 바라는 듯한 눈들이 끝도 없이 줄을 짓는다. 어렵게 다다른 하늘 끝에선 제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텅 빈 눈으로 누군가 먹여주는 음식을 입에 욱여넣을 뿐. 그곳은 진정 천국일까.

지코는 자신이 ‘풍선’과 닮았다고 봤다. 억지로 몸을 부풀리지만 “속에 든 거라곤 몰래 삼킨 한숨”뿐, 결국 “하늘을 날아가는 듯 바람에 떠밀려 가는 무기력한 존재”라고 자조한다. 최근 서울 이태원로에서 만난 지코는 “‘풍선’은 가장 꾸밈이 없고, 내가 돌봐주고 싶은 노래”라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한 뒤에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저도 (‘벌룬’으로)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이 곡으로 위로받은 이들이 다시 저를 위로해줬죠. 이 노래가 마치 저를 치료해준 듯한 기분이에요.”

‘벌룬’은 지코가 8일 발매한 첫 번째 정규음반 ‘싱킹 파트2’(Thinking part.2)에 실린 노래다. 이 음반에서 지코는 자신의 허무와 염세를 솔직히 드러낸다. ‘자신감에는 근거가 넘친다’며 우쭐거리던 ‘싱킹 파트1’의 타이틀곡 ‘천둥벌거숭이’와는 정반대다. 지코는 올해 초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한다. 앞만 보고 달려나가던 시기가 지나고 자신을 돌아보니, 무심코 지나쳤던 나약함이 남겨져 있더란다.

“예전엔 목표를 달성해서 얻는 성취감이 저를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삶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고 할까요.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제가 무엇에 갈증을 느끼는지 많이 고민했고, 그런 고민을 음악으로 꺼내놓은 거예요. ‘행복이란 이것이다’ ‘내 결핍은 이런 것이다’라고 아직 명확하게 정의할 순 없지만, 크고 작은 제 표현들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갈 가능성은 생긴 것 같아요.”

사진=지코 '벌룬'(Balloon) 뮤직비디오

‘벌룬’ 뮤직비디오에서처럼 지코는 언제나 ‘정상’에 있었다. 인정받는 프로듀서이자 래퍼였고, 지난 1월엔 1인 기획사를 차려 CEO가 됐다. 늘 거침없었고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지코는 “인간 우지호의 모습을 내가 꺼내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힘듦이나 나약함마저도 그는 “배부른 소리”로 여겨 일부러 모르는 체했다. ‘성공’만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줄 가장 편하고 타율 높은 경로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나약함을 처음으로 꺼내놓은 뒤, 지코는 “많이 후련해졌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박했던 그가 이번 음반에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코는 이 음반이 비단 자신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이 가사에 많이 공감해주길 바란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나타내던 스타일리쉬한 이미지도 벗어던졌다. “여러 해석이 들어갈 수 있게, 비주얼을 단순화시켰다”면서 “음반 표지도 흰색으로 하고, 의상이나 메이크업에도 힘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우지호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자신을 꺼내놓겠다는 결심 자체가 저로선 힘든 일이었는데, 결국 저 나름의 도전에 성공했다는 방증이 되는 거잖아요, 이 음반이. 그동안 ‘지코’라는 자아를 만족시키기 위해 인간 ‘우지호’에게 너무 박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우지호가 많이 닳아있더라고요. 지코라는 옷을 벗으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조차 몰랐을 만큼요. 이젠 두 자아의 균형을 맞추고 싶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들뜸을 유발할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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