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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팔레스타인 계획은 한반도 정책과 연결된다”

[김양균의 현장보고] 팔레스타인 르포… 분리된 삶, 부서진 꿈-2부 거부된 권리 <끝>

김양균 기자입력 : 2019.11.20 00:01:00 | 수정 : 2019.12.04 12:22:58

나블루스 쿠파카둠 금요집회에서 이스라엘군과 시위대의 대치 모습. 사진=김양균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연일 비보가 전해지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공습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34명이 사망했다. 집을 잃은 팔레스타인인과 사망한 아동의 시신은 이팔갈등의 참혹한 실상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지구내 유대정착촌을 사실상 허용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 민간 정착촌 정착이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과 관련, 홍미정(57) 단국대 중동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일관된 중동정책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중동 분야, 특히 팔레스타인과 관련 권위자인 홍 교수는 19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팔 정책의 기본 골격은 한반도 정책과 같기 때문에 사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루살렘에 가기 전 체크포인트에서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이 버스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양균 기자

◇ “연결되어 있다”

-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세계 정책이 기존의 것을 뒤엎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시나요?

“전 트럼프 대통령이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편다고 보지 않아요. 미국의 일관된 정책 틀에서  트럼프는 움직이고 있어요.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중동정책, 그 중에서도 이팔갈등입니다. 미국이 이팔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알면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이해할 수 있어요. 정책의 기본 골격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편들기가 더 노골적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에 비추어 현 미국의 대이스라엘 기획을 분석하면 이스라엘의 점령지인 가자지구, 골란고원,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등지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박탈하고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죠. 팔레스타인 난민 상당수는 주변 아랍국가로 쫓겨나 있어요. 미국은 난민들이 거주 지역에서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요.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의 팔레스타인 난민 상당수는 영주권자인데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라는 것은 팔레스타인으로의 귀환을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 오바마 행정부 당시는 어땠죠?

“미국은 일관되게 팔레스타인의 권리 박탈 기획을 추진해왔어요. 오바마 행정부는 트럼프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오바마조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탈을 묵인했어요. 일견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세계정책을 보면 큰 차이는 없습니다.”  

- 미국의 기획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세요? 

“가자지구를 예로 들어보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 시나이 반도(가자지구와 인접해있다)에 공장을 지어 가자 거주민이 출퇴근을 하게 하자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 계획이 가자내 팔레스타인인을 시나이 반도로 강제이주 하려는 의도가 아닐지 의심합니다. 2007년 이스라엘이 가자를 실지배하고 있는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한 이후 이곳의 압박은 심화되고 있어요. 가자 연안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확보라는 이해관계가 숨어있다고 봅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역과 지중해 연안의 천연자원을 독점하길 원하죠. 채굴기업은 미국의 노블에너지이고요.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지구에서 떠나길 바라는 겁니다. 이는 곧 미국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하죠.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전략의 핵심입니다. 최근 이스라엘 하이파 항구내 미군기지 건설도 관련이 깊고요.”

- 난민의 삶은 피폐하지만, 한편으론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점령 하에서 탄압을 받을 바엔 인근 아랍국가로 이주하는 것이 개개인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렇지가 않아요. 요르단, 레바논, 걸프 국가 등이 이스라엘 점령 하보다 더 나은 환경일까요? 아랍국가는 팔레스타인인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면서도 선거 등 민주적인 제도를 나름대로 운용해왔어요. 다시 말하면 팔레스타인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단 거죠. 여기에 70여 년간 저항의 경험도 아랍국가로선 불안 요소에요. 팔레스타인인은 팔레스타인이 아니면 갈 곳이 없습니다.”  

- 보도를 하면서 ‘왜 우리가 팔레스타인을 알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저 조차도 명쾌한 답은 찾지 못했고요. 교수님 견해가 궁금합니다. 

“국제화 시대에서 국제정치, 경제, 사회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남북과 중동 문제도 일부 고립된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에요. 시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죠. 세계를 알지 못하면 한반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20세기 초 세계 정책의 중심에 영국이었다면 이후의 국제사회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을 이해하지 않으면 한반도와 중동을 이해할 수 없어요.”

-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팔갈등에 무관심하죠. 

“정부는 자국 이익 차원에서 이스라엘과의 좋은 관계 형성이 중요할 겁니다. 대중도 이팔갈등이 오래된 사안이고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에 뉴스를 통해 현지 사정을 접해도 무덤덤한 건 아닐까요? 다만 주류 시민사회가 이팔갈등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영미뉴스를 통해 팔레스타인 실상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현지와 직접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국제화시대에는 직접 나서야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이팔갈등도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의 취재 중 인터뷰한 현지인들. 사진=김양균 기자

◇ 에필로그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기자의 시선을 잡아챈 것은 명동을 방불케 한 활기 넘친 번화가였다. 기자는 과연 이곳이 팔레스타인 맞느냐며 동행한 아디의 이동화 팀장에게 수차례 되묻곤 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팠지만, 피점령지하에서의 고통에 눈이 갔다. 그럼에도 길에서 만난 팔레스타인인 중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던 그들을 보며 기자는 이들이 낙천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취재가 진행되며 낙천적이란 생각 대신 그들의 의연한 태도에 존경심이 들었다. 삶은 이어지지만, 매순간을 분노로 태울 수는 없다. 이들이 분노하는 방법은 자립하는 것, 보란 듯이 살아내는 것이었다. 

잊지 못할 순간도 있었다. 쿠파카둠 금요집회에서는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 몇 안 되는 이스라엘 군인들은 고무총과 최루탄을 쏘아대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협했다. 현지 청년들이 돌팔매를 위해 돌을 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취재를 마치고 수돗물로 머리를 감고 있는 기자를 지켜보던 한 노인의 눈빛을 아직 기억한다. 어쩌다 한번, 어쩌면 두 번 다시없을 팔레스타인인의 집회에서 유난을 떤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들은 70년 넘게 항의집회를 이어오고 있었다. 피점령지에서 매순간 굴종을 요구받는 삶, 그리고 저항. 이것이 그들의 현실이었다.  

부린마을의 활동가 갓산의 집에서 얻어먹은 밥을 기억한다. 닭고기와 육수가 배인 밥을 허겁지겁 뱃속에 밀어 넣으면서 ‘염치’라는 것을 떠올렸다. ‘우리에게 팔레스타인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 질문의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끝내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시금 팔레스타인행을 기약하는 것을 보면, 마클루바의 맛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해본다. 

*‘팔레스타인 르포… 분리된 삶, 부서진 꿈’ 연재를 마칩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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