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건강검진 다가오는데… 내시경 소독 상태, 괜찮을까

검진기관 4곳 중 1곳, ‘주의’ 또는 ‘부적정’

기사승인 2019-11-25 08: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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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에 남은 이물질 감염원인 될 수 있어… ‘세척 확인’ 과정 필요

연말 건강검진 다가오는데… 내시경 소독 상태, 괜찮을까1999년 국가암검진 도입 후 내시경 진단이 보편화 됐으며, 복강경수술 등 최소한의 상처만 남기는 내시경 수술이 개복수술을 대체하며 그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 내시경 검진은 2018년 한 해 동안 5년 전보다 160만 건 증가한 677만 건이 시행됐으며, 수술 등을 포함한 내시경 진료는 1238만 건이 시행됐다. 그런데 내시경은 일회용 소모품을 제외하고 모두 세척, 소독 과정을 거쳐 재사용된다. 여러 사람들에게 사용하고 신체 내 점막 등에 직접 닿기 때문에 제대로 세척 및 소독하지 않으면 녹농균, 살모넬라균 등 세균과 B형간염 및 C형간염 바이러스 등이 남아 교차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내시경 진료 연간 1238만 건, 소독관리는 ‘미흡’= 이와 관련해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2017년 내시경 소독 수가가 신설됐지만 여전히 내시경 관리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2018년 점검 결과 검진 기관의 26.5%(1215개소 중 438개소)에서 위내시경 소독 점검 결과가 미흡(‘주의’ 또는 ‘부적정’ 판정)했으며, 16.3%(1016개소 중 198개소)가 대장내시경소독 점검 결과가 미흡했다.

◇내시경 복잡도 높아지면서 세척 난이도도 따라 높아져= 내시경에 남은 모든 미생물을 제거하려면 사용 직후 점액, 혈액과 같은 유기물을 세척한 후 ‘높은 수준’의 소독을 실시한다. 높은 수준의 소독은 저항력이 강한 세균의 아포를 제외한 모든 미생물을 파괴하는 소독을 의미한다. 그러나 소독 이전 세척 단계가 미흡해 오염물이 남아있으면 세균이 응집한 바이오필름(생물막)이 형성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오필름 형태로 남아있는 세균 응집체는 소독 이후에도 가늘고 좁은 채널 내부에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어 감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2015년 미국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의료센터에서 불완전하게 재처리된 십이지장경을 통해 슈퍼박테리아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에 감염되어 두 명이 사망하고, 같은 병원에서 네 달 동안 179명의 환자가 CRE에 노출됐다. 해당 병원에서는 내시경의 재처리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장치 틈새의 이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했고, 그 결과 환자들이 십이지장경에 남아있던 CRE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내시경 오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내시경으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지침에 따라 세척 및 소독 과정을 준수해야 한다. 특히 소독 전 내시경 세척이 잘 되었는지 ▲육안 점검 ▲배양 검사 유기물 오염도(ATP) 확인 검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육안 점검은 세척 후 내시경 표면에 남아 있는 점액, 혈액 등의 이물질과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표면에 묻어 있는 점액, 혈액 등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미생물, 바이오필름(생물막)과같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오염물과 길고 좁은 관 등 채널 내부의 오염 여부는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내시경으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행의 육안 점검만으로는 불완전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 또한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배양검사와 유기물 오염도 확인 검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을 점검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배양검사는 세척이 끝난 내시경에서 샘플을 채취해 18~24시간 세균을 배양하여 세척 결과를 확인한다. 배양 검사를 하면 어떤 세균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 있으나, 세균별 특이성이 있기 때문에 한번에 여러 가지 세균을 검출 해내기 어렵고 균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배양 결과가 나오기까지 해당 내시경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매번 모든 내시경을 대상으로 시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유기물 오염도 확인 검사는 모든 살아있는 유기물에 포함된 아데노신 삼인산(ATP, Adenosine triphosphate)을 측정해 세척 후 남아있는 유기 오염물의 양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오염 물질을 현장에서 신속하게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불완전 세척이 확인될 경우 즉시 재세척 등의 조치가 가능하며 검사 방법이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세척 검사에 활용 가능하다.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및 굴곡 내시경(연성 내시경) 등 세척이 어려운 의료기기의 채널 내부에도 사용할 수 있다.
 
내시경으로 인한 교차오염 위험이 보고 된 2015년 이후 미국의료기기협회, 수술간호사협회, 소화기내시경간호학회 등 국제적인 의료기기 관련 기구에서는 내시경 소독 가이드라인에 세척 결과 검사를 포함할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세척 및 소독 지침에는 세척 후 모니터링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실제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시경 관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염 관리의 수준 자체를 상향하는 국가적 권고와 조치가 필요하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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