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덕후의 탄생’ vs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기사승인 2019-11-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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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책] ‘덕후의 탄생’ vs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엇이든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지금 시대 사람들은 조금만 방심해도 금방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게 밀려나고 벗어나지 않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무슨 일을 하든 남들만큼 노력해서 어느 정도 이상의 결과를 내야 하고, 사람들과의 적당한 사회생활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어딜 가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약점이 많을수록 제 자리를 찾기 힘들어지고 한 번 밀려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바뀐다. 과거 내가 좋아했던 일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거나, 나다운 삶을 살려는 노력하는 등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무언가’는 ‘욕심’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다. 한때는 추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나도 모르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우울한 마음이 밀려들어도 다른 사람들 역시 비슷하다는 걸 확인하며 안심하고 또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다음 소개할 두 권의 책은 누군가 꿈꿨을 삶을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연결한 여덟 명의 이야기를 담은 ‘덕후의 탄생’과 평범한 직장인이 퇴근 후 그림을 배우면서 발견한 아름다운 순간들의 이야기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다. 책을 한 장씩 넘기며 자신이 지금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 ‘덕후의 탄생’

게임, 종이비행기, 공룡, 연애 상담, 맥주 만들기. 이력서 취미란에 적어도 될지 고민되는 개인적인 취미에 불과한 것들이다. 남들에겐 어른들의 놀이, 혹은 별 도움 안 되는 일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 ‘덕후의 탄생’에 등장하는 여덟 명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직업으로 연결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라는 확신을 얻고 그것을 직업으로 연결하기까지의 과정을 털어놨다.

저자 김정진 역시 3년 동안 ‘밥상머리교육’에 푹 빠져 지낸 결과 지금은 ‘대한민국 1호 밥상머리교육 전문가’로 불린다. 생소한 명칭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브랜딩했다는 성취감이 훨씬 크다. 자신처럼 좋아하는 일을 평생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에 담긴 사람들을 찾아 전국을 헤맸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깨달은 ‘덕후’의 탄생과 성장의 비결이 이 책에 담겼다. 


◇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덕후의 탄생’이 여러 사람의 인터뷰를 하나의 주제로 묶은 책이라면,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는 한 사람의 에세이다. 매일 지하철 9호선에 오르며 고단한 출퇴근을 반복하던 저자가 무작정 ‘성인 취미 미술 학원’에 등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느 날 시작된 하나의 변화가 저자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그 잔잔한 물결을 음미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저자의 그림이 수록돼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연필 소묘에서 수채화로, 수채화에서 유화로 재료와 소재를 바꿔가며 점점 나아지는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저자의 성장을 대리 체험하는 기분까지 든다. “꼭 그림이 아니어도 좋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지금 당장 실행할 용기를 전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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