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에서 건강검진…보건소 접근성 높인 ‘마을건강센터’

부산시 반송2동 마을건강센터, 동(洞)단위 주민참여형 건강안전망

기사승인 2019-12-02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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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는 주민센터와 보건소가 결합된 형태의 ‘마을건강센터’가 있다. 부산 지역의 특성을 살린 건강안전망으로, 주민센터 안에 작은 창구를 만들고 방문하는 마을 주민들이 수시로 건강을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센터 운영은 주민들이 직접 한다. 사업을 계획하고 각종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주민들의 건강 증진에 힘쓰고 있다. 지난 25일 찾은 해운대구 반송2동 마을건강센터 동(洞) 건강팀원들은 센터와 자신들의 역할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반송2동 마을건강센터는 지난 2016년 12월 1일 개소됐으며, 약 1만2426세대를 관할하고 있다. 팀장 1명, 간호직공무원 1명, 마을간호사 1명, 마을건강활동가 1명, 신체활동전문인력 1명이 상근해 있다.

센터는 ‘작은 보건소’ 개념이자 지역보건법상의 ‘건강생활지원센터’ 역할을 한다.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상시적으로 살필 수 있도록 한 모형이다. 주민센터에 방문한 주민들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혈압, 스트레스, 체성분 및 콜레스테롤을 측정할 수 있고 치매도 검사할 수 있다. 만성질환자는 별도로 등록해 관리하고 있으며, 상시적으로 건강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김연숙 해운대구보건소 동건강팀장(간호사)은 “지역보건법상 지역주민들이 건강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주도형 보건기관은 건강생활지원센터다. 부산에도 규모가 크고 별도 건물을 가지고 있는 지원센터가 있지만 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며 “크게 몇 개 짓는 것보다 규모가 작아도 곳곳에 센터가 있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사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마을건강센터는 시가 2007년부터 10년 이상 추진한 사업이다. 시의 경우 고령화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지표가 낮고 의료비 부담 등이 큰 상황이다. 공공의료 인프라도 부족할 뿐 아니라 지역 내 건강격차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현재는 센터가 반송동 등 32개 동에 58개정도 설치되어 있지만 2022년까지 206개소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부산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조사에 따르면, 센터가 설치된 32개 동 전체 인구의 30%가 건강측정, 만성질환자를 등록하는 등 이용도 및 만족도가 높다. 또 32개 동 센터의 6개월 평균 고혈압 조절율은 15.0%로, 보건소 평균 6.69%보다 높다. 당뇨도 센터는 21.84%, 보건소는 9.94%로 센터를 통한 건강조절 효과가 확인됐다.  

또 2016년~2018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시민건강지표도 향상됐다. 걷기실천은 44.7%에서 55.7%로, 현재흡연은 21.7%에서 21.1%, 건강생활실천은 31.3%에서 39%로 개선됐다.

다만, 센터에는 의사가 상근해있지 않고 의료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필요시에는 보건소, 민간 의료기관, 공공기관, 지역단체, 복지관, 주민 등 지역 인프라와의 연계를 진행한다. 김 팀장은 “센터에서는 보건소가 할 수 있는 건강상담과 검진을 시행한다. 간밤에 잠을 설쳤다고 하는 분들도 상담이 가능하고 혈압이 높으신 분들은 따로 등록해 관리하고 있다”며 “보다 정확한 검진이 필요하다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지역 의료기관이나 복지센터에 연계한다. 보건서비스로만 끝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보건‧복지 분야 전문가들의 지원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센터는 반송2동 주민들이 직접 운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상근직원은 5명뿐이지만 주민건강동아리‧지킴이단 13개(23팀)가 활동하고 있다. 걷기, 노인 인지향상 활동, 고독사 방지‧말벗서비스, 건강한 육아 및 여성 등을 주제로 한 동아리 활동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을 케어하는 것이다.

한 반송2동 주민은 “반송은 공동체가 잘 형성되어 있다. 이웃이 이웃을 돌본다”며 “한 80대 어머니가 혼자 사시는 어머니를 돕고 있길래 ‘어머니가 돌봄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그 어머니는 ‘내가 나이가 더 들어서 못 움직이면 그때 누군가가 날 도울 거다. 그래서 이 일은 한다’고 했다.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마을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센터가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반송2동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이 높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반송동이 1960년대 후반 국가정책 이주지역이라는 점의 영향이 가장 크다. 또 1990년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형성되면서 노인, 장애인 등 저소득 인구가 집중됐다. 반송2동의 기초생활수급자는 해운대구의 34.8%를 차지한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결속력이 뛰어나 기존에도 풀뿌리 조직들이 있었다. 마을건강사업은 주민들의 참여도에 성과가 달려 있다”며 “주민들은 1년에 두 번씩 모여서 본인, 주민, 마을에 필요한 건강 관련 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한다. 여기에 시의 예산, 인력 등의 지원이 지속됐고 전문가와 정부의 지원도 꾸준히 있어서 네트워크가 잘 형성된 것 같다”고 밝혔다. 

 

 

주민센터에서 건강검진…보건소 접근성 높인 ‘마을건강센터’

한편, 사업의 확산을 위해서는 중앙부처의 ‘동 단위 건강사업’ 운영비의 국비매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복지부와 행정안전부는 ‘동 단위 건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동 단위 건강생활지원센터, 소생활권맞춤형건강증진시범사업,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커뮤니티케어) 등을, 행안부는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구축사업(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다.

김연숙 팀장은 “복지부의 건강생활지원센터를 마을건강센터처럼 운영하고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와 논의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그러나 각 부처가 시행하고 있는 동 단위 사업 모형이 협의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선이 생기고 있다. 우선 부처간 사업 모형을 협의해 제시하고,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성웅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최근 복지부는 ‘건강한 노화’를 목표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이고, 학생 때부터 관리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 밀착 관리가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마을건강센터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생활지원센터를 소규모로 연계해 지원하는 사업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분석이 필요하다. 내년까지 분석을 해서 결과가 나오면 도시형, 농촌형 등으로 모델을 만들어 다른 지역에 소개하고 권장하려 한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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