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연예인의 전과와 영향력

기사승인 2019-11-29 19:31:25
- + 인쇄

[친절한 쿡기자] 연예인의 전과와 영향력

지난 10월 개봉 직후부터 영화 ‘조커’(감독 토드 헤인즈)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렸습니다. ‘조커’는 올해 열린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예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524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관객의 입맛을 사로잡았기도 했습니다.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보기 드문 영화인 것이죠.

반대로 어두운 면도 존재합니다. ‘조커’가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거나 범죄자를 미화하는 영화라는 반응이 그것이죠. 유명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범죄를 통해 자신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실제 2012년 미국에선 당시 24세였던 제임스 홈스가 “내가 조커다”라고 외치며 영화관에서 총을 난사해 80여명의 사상자를 내는 일도 있었죠.

범죄를 다룬 영상물, 또는 영상에 등장하는 누군가가 현실 범죄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두고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립니다. 다만 그것이 위험하다는 인식만큼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대중매체가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현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의 크기와 관계없이, 그 결과가 미치는 악영향은 지나치게 크고 끔찍합니다. 때문에 이와 관련해 누군가는 주의를 줘야 하고, 매체를 받아들이는 대중도 이를 의식할 필요가 있겠죠.

28일 전과가 있는 국내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법안이 뒤늦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이 발의한 이 방송법일부개정법률안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연예인들을 방송 출연 정지·금지를 하도록 제재하는 규정이 담겨있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벌칙 조항도 신설됐죠.

법안을 제안한 오영훈 의원은 현재 활동 중인 연예인들을 소급적용 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오 의원은 28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법이 시행된 이후 6개월 뒤부터 적용하도록 제안했기 때문에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소급적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법안 심사 안건에 상정되지 못했고,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등 법안 통과 여부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기도 하죠.

이번 해프닝으로 현재 연예인들의 전과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법안이 알려지면서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다수의 연예인들을 더 이상 방송에서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죠. 대표적으로 불법 도박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방송인 이수근, 탁재훈, 김용만, 붐, 토니안이 있습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우 주지훈과 박유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가수 탑(본명 최승현)의 이름도 언급됐고요.

범죄를 저지르는 연예인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29일에도 가수 정준영과 최종훈이 집단 성폭행과 몰카 혐의로 각각 징역 6년,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죠.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을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배우 강지환 역시 다음달 5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고요.

어쩌면 우리는 연예인들이 저지르는 범죄에 조금씩 관대해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전과가 있는 연예인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을 확인하며 받은 충격이 그 증거입니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과거 유죄 판결을 받고 전과가 남은 연예인들을 방송에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전과가 있는 연예인들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이지 않을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