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고구마

입력 2019-12-03 1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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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고구마풍부한 간식거리가 넘쳐남에 비해 자칫 운동량은 부족해지기 쉬운 계절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살찌기 쉬운 요즘 같은 겨울철의 대표적인 영양 다이어트 먹거리는 고구마다. 고구마는 메꽃과의 1년생 초본 식물 뿌리채소로, 섬유질이 풍부하고 주로 단맛이 나는 재배용 작물의 하나다. 원산지는 중남미의 페루(Peru)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마는 항해에 능한 포르투갈 상인들에 의해 필리핀을 거쳐 중국과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우리나라에는 조선 영조 때 통신사로 일본을 방문했던 조엄(趙曮)이 대마도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남긴 저서인 ‘해사일기’(海槎日記)에 보면 “대마도에는 먹을 수 있는 뿌리가 있는데 이를 감저(甘藷) 또는 효자마(孝子麻)라 하는데 일본식 발음으로는 고귀위마(高貴爲麻)이다”라고 쓰여 있다. 

감자는 고구마보다 늦게 전래되어 북쪽인 중국에서 왔다 하여 ‘북감저(北甘藷)‘로 불리다가 원래 고구마의 이름이었던 감저(甘藷)란 이름을 물려받아 오늘날의 감자가 되었다고 한다. 재배지역이 남쪽에 한정된 고구마에 비해, 추운 데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감자는 한반도 전역에 영역을 넓히어 처음의 북감저(北甘藷)라는 이름에서 그냥 감저(甘藷)를 거쳐 오늘날의 감자로 불리게 된 것이다. 

그 후 고구마는 남감저(南甘藷)로 불리다 이 이름마저도 잃어버리고 고귀위마(高貴爲麻)에서 유래된 고구마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영어로 고구마를 ‘sweet potato’, 감자를 그냥 ‘potato’라고 부르는데 원래 유럽에서도 처음에는 고구마를 ‘potato’라고 불렀다. 

하지만 감자가 전해진 이후 감자를 ‘하얀 고구마’라는 뜻으로 ‘white potato’라고 부르다가 훗날 대량재배에 성공한 감자가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감자가 ‘potato’가 되고 고구마는 이와 구분하기 위해 ‘sweet potato’가 되었다. 유럽에서 고구마가 원래 이름인 ‘potato’를 빼앗긴 것이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고구마가 감저(甘藷)라는 이름을 감자에게 내어준 것과 비슷하다.

한의학에서는 고구마를 번서(蕃薯)라고 한다. 이 외에도 색이 짙다 하여 홍서(紅薯), 모양이 토란과 비슷하다 하여 산에서 자라는 토란이란 의미로 산우(山芋), 홍색의 마와 같다 하여 홍서(紅薯) 또는 홍산약(红山药)、땅속에서 열리는 참외란 뜻으로 지과(地瓜)라고도 불린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고구마의 효능에 대해 허한 것을 보하고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신장의 음을 보한다”고 하였고, 금서전습록《金薯傳習錄》에서는 “설사병을 다스리고 과음으로 인한 체내의 비정상적인 습열 같은 노폐물을 없애고, 영양부족으로 인한 어린아이의 몸이 마르는 증상을 다스린다”고 적혀있다.

《本草綱目》載:“蕃薯具有補虛乏、益氣力、健脾胃、强腎陰之功效”。
《金薯傳習錄》云:“能治痢疾、酒積熱瀉、濕熱、小兒疳積”等多種疾病。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고구마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고구마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풍부한 섬유질이 변비를 없애주고, 포만감이 상대적으로 다른 식품들에 비해 커서, 먹는 양을 줄일 수 있게 도와주고, 혈당을 적게 오르게 하여 비만을 방지한다. 다이어트 측면에서 고구마는 감자와 비교될 때가 많은데 칼로리와 아울러 당지수(GI)를 살펴봐야 한다. 당지수(Glycemic Index)란 탄수화물을 함유한 식품이 혈당을 상승시키는 속도와 비율을 측정해 숫자로 나타낸 것으로 이 숫자들은 비만과 당뇨,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지표이다.

단순 포도당 50g 먹었을 때의 혈당 상승 속도를 100으로 정하고, 특정 식품의 당질을 50g 먹었다고 가정했을 때 속도를 상대적으로 나타낸 숫자가 당지수(Glycemic Index)이다. 따라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당질의 흡수율이 높다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당지수가 70 이상이면 높다고 하고 55보다 낮으면 낮다고 표현한다. 

당지수(GI)가 낮다는 것은 체내에 천천히 흡수됨을 의미하기 때문에 혈당이 서서히 오르고 인슐린 저항성도 감소한다는 의미다.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질병이 당뇨인 만큼,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는 것은 당뇨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고구마의 당지수는 55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감자의 당지수는 90으로, 같은 양의 감자와 고구마 섭취시 칼로리는 고구마가 감자에 비해 더 높긴 하지만 비만이나 당뇨에는 흡수속도가 낮은 고구마가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참고로 감자 140g은 100kcal인데 감자는 70g이 같은 칼로리를 나타내므로 이를 계산에 이용해보면 좋을 것이다. 물을 이용해 찐 고구마의 당지수는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불에 직접 구운 고구마의 당지수는 높아지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비만 예방뿐 아니라 고구마는 피부 미용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이는 고구마에 함유된 풍부한 섬유질이 변비를 막아줌으로써 장의 장태를 개선하여, 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피부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풍부한 영양가로 몸에도 좋고, 맛도 있으면서 비만이나 당뇨를 막는데 으뜸인 식품인 고구마를 가족이나 친구들과 모여 나눠 먹으면서 이제 막 시작된 겨울의 정취를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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