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의 워키토키] 위기의 위스키

기사승인 2019-12-03 13: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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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아나운서 ▶ 워키토키 시작합니다. 오늘도 조현우 기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현우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은 어떤 주제가 준비되어 있나요? 

조현우 기자 ▷ 오늘은 위스키 시장 상황 살펴보려고 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및 폭음과 독주를 즐기는 술 문화가 바뀌면서 위스키 시장은 직격탄을 맞아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국내시장을 일부 철수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생존을 위한 극단적인 허리띠 조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장 상황 자세히 살펴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최근 경기침체 및 사회 분위기로 인해 위스키 소비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군요. 그렇다면 왜 위기가 찾아왔고, 어떻게 극복하려고 노력 중인지 자세한 상황 조현우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전반적인 상황부터 보죠. 조현우 기자, 어떻습니까? 

조현우 기자 ▷ 최근 위스키 업계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거나 판권을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경기침체에 따라 위스키 소비량이 감소한 데다, 최근 저도주를 선호하는 경향에 따른 것입니다. 관련업계에서는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거죠. 그럼 위스키 수입량 변화 추이도 살펴볼게요. 어떤 추세를 보이고 있나요? 

조현우 기자 ▷ 9월 1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위스키 수입량은 2016년 2만1028t, 2017년 2만290t, 2018년 1만9966t으로 계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도 7월까지 수입량이 1만1140t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수입량도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계속해서 수입량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요? 

조현우 기자 ▷ 위스키 업계 한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경기침체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위스키 수요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그 후 2016년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위스키 수요 감소를 부추긴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2008년 이후 십년동안 계속해서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겁니까? 

조현우 기자 ▷ 네. 위스키 시장은 10년째 우하향하고 있습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149만2459상자로, 2017년 159만1168상자에 비해 6.2% 감소했는데요. 이는 2008년 284만1155상자가 출고됐던 것에 비춰보면, 1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수준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10년 전인 2008년 상황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반 토막이 난 상황이군요. 상황이 좋지 않으니 업계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조현우 기자 ▷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프리미엄 주류 업체가 임대 중인 이천 공장의 운영을 내년 6월 종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업체는 위스키 뿐 아니라 맥주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인데요. 환율이나 가동률이 제품 원가에 영향을 줬기 때문에, 효율성 차원에서 검토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위스키 시장의 위기 상황을 반영하듯, 국내 위스키 업계 1위 업체가 내년 6월부터 국내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는데요. 해당 공장에서는 어떤 위스키가 생산되고 있었나요? 

조현우 기자 ▷ 1981년 설립된 이천공장은 6만4000㎡ 부지로, 2009년 해당 업체가 매각한 후 20년간 임차해 사용하기로 했던 곳입니다. 이천 공장에서는 주로 수출용 보드카와 군납용 위스키 등을 생산했는데, 연간 150만 상자에서 200만 상자의 위스키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국내 판매용이 아닌 수출용과 군납용 제품이 생산되던 곳이군요. 

조현우 기자 ▷ 네. 보드카 제품은 일본,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됐고요. 국내 군납용 위스키는 연간 1만 상자 가량이 병입됐습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위스키는 국내 생산 시 더 높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모두 해외에서 병입돼 수입되고, 국내 판매용은 생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국내에서 수요가 많다면 굳이 공장을 정리할 필요가 없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뜻이겠죠?

조현우 기자 ▷ 네. 우리나라 사회 전반적으로 접대문화 등이 많이 줄어들면서, 군에서 수요가 많았던 위스키도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보통 생산 공장은 유통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수요처나 수요처와 가까운 곳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생산 중단을 결정한 건,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었음을 말하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또 환율도 영향을 주었다고요? 

조현우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설상가상 환율로 인해 똑같이 팔아도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이 됐는데요. 이에 따라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이천 공장에서는 수출, 군납용 위스키가 연간 150만에서 200만 상자가 생산되었지만, 공장 가동률이 내려가면서 결국 생산 중단을 결정했는데요. 회사 차원에서도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조현우 기자 ▷ 실제 이 업체는 한때 4000억 원 넘는 연간 매출을 기록했지만, 2017년에는 3000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영업이익은 2013년 1000억 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에는 372억 원으로 곤두박질쳤고요. 위스키 판매량도 지난해까지 10년간 반 토막이 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동안 영어부진에 시달려 왔던 거군요. 또, 이렇게 되면 당장 그 곳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겠어요. 

조현우 기자 ▷ 네. 이천공장에는 본사직원 29명과 협력사 직원 등 90명이 근무 중인데요. 회사가 이천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게다가 위스키 업계 대부분이 고전하고 있어, 업계 전반으로 구조조정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위스키 업계에서는 인원감축 등 다양한 생존방식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이 곳 뿐만이 아니라고요? 

조현우 기자 ▷ 네. 글로벌 위스키 회사의 한국 법인인 다른 업체 역시 올 초 주력 위스키의 영업권 및 판권을 매각했습니다. 이 위스키 브랜드는 주로 국내 유흥주점에서 수요가 많아, 연간 1000억 원 안팎의 매출을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올 초 위스키의 영업, 판매권을 타 업체에 넘긴 뒤 희망퇴직을 받아 220여명이었던 정규직을 90여명으로 대폭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위스키 업계에서는 계속되는 불황에 극단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제 그 원인도 살펴볼게요. 조현우 기자, 한 때 잘 나가던 위스키 업계가 왜 이렇게까지 어려워진 건가요? 

조현우 기자 ▷ 관련업계에서는 주류 음용 트렌드의 변화와 함께, 여전히 진행이 더딘 주세법 개정과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내용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일단, 세수감소 등의 이유로 미뤄지는 위스키 부문의 주세법 개정이 악재로 꼽히고 있는데요. 어떤 상황입니까? 

조현우 기자 ▷ 출고가 기준이 아닌 알코올 도수와 양을 세수 기준으로 삼는 종량세 전환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 위스키 등의 세수는 출고가 기준 72%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출고가 기준으로 72%라면, 현재 세금은 얼마나 되는 건가요? 

조현우 기자 ▷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행법상 국산 위스키 1ℓ당 주세 납부액은 약 2만288원입니다. 여기에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붙으면 제세금은 약 3만1827원이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세금이 어머어마하네요. 

조현우 기자 ▷ 네. 그래서 국내 위스키 업체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해외에서 만들어 들어오는 것입니다. 병입. 그러니까 완성된 위스키를 병에 넣고 패키지 등을 붙여 완성하는 것을 해외에서 진행한 뒤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다면 종량세로 과세체계가 개편되면요?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위스키가 도수가 높다 하더라도 기존 과세체계보다 세 부담이 낮아지는 거죠? 

조현우 기자 ▷ 네. 알코올 도수가 40도인 국산 위스키 1ℓ에 붙는 세금은 약 1804원 수준으로 급락하게 됩니다. 현행 납부세액의 8.9% 수준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정부는 급격한 세수 감소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군요. 주세법 개정 여부에 따라 위스키 업계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겠어요. 앞으로 상황 지켜봐야하겠습니다. 또, 위스키 업계가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이라고요? 

조현우 기자 ▷ 네. 국세청의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 개정안이 이르면 10월 중순 본격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국세청이 8월 말 내놓은 수정안이 최종안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 안의 핵심이 바로 리베이트 쌍벌제의 시행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리베이트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건데,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또 리베이트 금액도 줄어든다고요? 

조현우 기자 ▷ 네. 주류 관련 고시 개정안에 따라 리베이트 제공이 전면 금지되는 소주, 맥주와 달리 위스키의 경우, 도매업자별로 위스키 공급가액의 1% 한도, 유흥음식업자별로 3% 이내 금품 제공이 가능하게 됩니다. 법적으로 리베이트 한도가 정해진 거죠. 그동안 10%에서 최대 40%에 달했던 리베이트 금액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영업 현장에서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리베이트 한도가 갑자기 크게 줄어들면, 아무래도 업계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조현우 기자 ▷ 네. 위스키 업계는 판매 장려금을 통해 1박스 6병인 기본 볼륨 외에 세븐 팩, 에잇 팩 형태로 주류를 유통하고 있습니다. 영업사원 재량에 따라 추가로 1~2병을 제공하는 형태인 거죠. 따라서 이러한 추가 주류를 제공받지 못하게 되는 도·소매상과 일선 업소에서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국세청의 취지대로 리베이트가 없어지거나 줄어들면 그만큼 기존보다 비용도 줄일 수 있어 가격을 내릴 여지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 어떤가요? 

조현우 기자 ▷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위스키 등 무선인식 적용 주류의 경우 금품 제공 한도가 신설된 만큼, 영업을 하면서도 기존보다 판촉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국세청의 취지대로 리베이트가 없어지거나 줄어들면 그만큼 기존보다 비용도 줄일 수 있어 가격을 내릴 여지가 생긴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가격에 대해 변화를 준 업체들이 있습니까? 

조현우 기자 ▷ 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업을 하면서도 기존보다 판촉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업체는 최근 주력 제품 출고 가격을 15% 내렸는데요. 12년 제품 450㎖의 출고가는 2만6334원에서 2만2385원으로, 17년 제품 가격을 4만62원에서 3만4056원으로 조정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위스키는 고급 술. 비싼 술. 이렇게 인식되어 있고 가격 할인 등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례 없던 가격 인하가 있네요? 

조현우 기자 ▷ 네. 그리고 가격 인하를 단행한 건 또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산 위스키 브랜드도 출고가를 최대 30.1% 인하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한 제품의 출고가를 2만6334원에서 2만4255원으로 7.9% 내렸으며, 다른 제품도 4.2% 부터 30%까지 인하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앞서 생산 공장 운영 중단을 발표했던 업체도 가격 인하에 들어갔나요? 

조현우 기자 ▷ 네. 주력 제품 12년 500㎖는 2만4288원으로 7.9%, 17년 450㎖ 제품은 7% 인하했습니다. 또 다른 제품 450㎖ 제품 가격은 8.5% 인하했으며, 330㎖ 제품도 4.4% 내렸고요. 프리미엄 위스키 12년 제품도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이렇게 한 달 내 위스키업계가 가격을 내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위스키 3사는 일제히 출고가격을 내리기로 했어요. 장기 불황과 음주 문화 변화에 따라 떨어진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보이는데요. 업계에서는 가격 인하 이유를 두고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조현우 기자 ▷ 업계는 일단 국세청 고시 개정안 선제 대응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가격 인하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모으면서 국세청의 취지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다면 위스키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주류. 맥주 등도 가격이 조절될 수 있을까요? 

조현우 기자 ▷ 맥주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위스키 업계의 가격 인하에 대한 시장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류고시 개정으로 가격 인하 여력이 생겼고 무엇보다 주세법 개정에 따라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맥주 역시 가격 인하에 대한 생각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최근 위스키 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장 가동 중단 및 구조조정 소식까지 들리고 있는데요. 일단 세 곳의 업체가 위스키 가격 인하에 들어가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만큼, 상황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워키토키 마칩니다. 지금까지 조현우 기자였습니다. 

조현우 기자 ▷ 네. 감사합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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