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억의 여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9-12-03 16: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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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폭력으로 얼룩진 부모를 떠나 새로운 가정을 꾸린 여자. 하지만 아이는 죽고 남편의 폭력이 시작됐다. 희망을 체념한 여자 앞에 갑자기 99억이 나타난다. 거금을 손에 넣은 여자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4일 첫 방송하는 KBS2 새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99억의 여자’는 희망 없이 살아가던 정서연(조여정)이 우연히 99억을 손에 넣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40회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조여정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일찍부터 화제가 됐다.

3일 서울 경인로 라마다서울신도림에서 열린 ‘99억의 여자’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조여정은 “서연의 삶은 상상하거나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 그런데 서연은 담담하고 대범하다. 그 점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생충’에서 밝은 성격의 사모님을 연기한 뒤라, 정반대의 캐릭터에 끌렸다는 설명이다.

앞선 청룡영화제에서 ‘늘 연기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된 그는 “모든 배우가 자신의 연기를 아쉬워한다는 점은 비슷할 것”이라면서도 “나는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마음에 안 든다. 그래도 이게 발전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하며 힘겹게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연기엔 완성이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나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99억의 여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배우 김강우는 불의의 사고로 동생을 잃고 동생 죽음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전직 형사 강태우를 연기한다. 형사 시절 별명이 ‘미친 소’였을 만큼, 다혈질이지만 ‘의’(義)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드라마 ‘해운대의 연인들’ 이후 7년 만에 조여정과 재회하게 된 그는 “세월이 참 빠르다”며 웃었다. 이어 “여정 씨와 언제 다시 같이 작품할 수 있었을까 기대했는데, 정말 좋다. 여정 씨는 내가 (연기를) 막 던져도 편하게 다 받아주는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악역 전문 배우’로 통하는 정웅인은 정서연의 남편 홍인표로 분한다. 아이를 잃은 슬픔과 분노를 아내에게 쏟아내는 ‘폭력 남편’으로, 그 이면엔 서연을 향한 집착이 있다고 한다. JTBC ‘스카이캐슬’로 주가를 높인 배우 오나라는 ‘금수저’ 윤희주를 맡아 14세 연하 배우 이지훈과 부부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다섯 명의 등장인물 모두 눈먼 돈, 99억을 둘러싸고 복마전을 벌인다. 작품을 연출하는 김영조 감독은 “등장인물 다섯 명의 삶이 현대인의 일상과 현실을 상징한다”면서 “인생의 꼬임을 통해서 세상살이를 말해보려고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조여정은 “내가 절망의 끝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서연이를 보면서, ‘큰돈을 가진다고 정신적으로 나아지거나 행복해지는 게 아니구나’라는 작은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99억의 여자’는 최고 시청률 23.8%(닐슨코리아 집계, 전국기준)로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후속작으로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전파를 탄다. 조여정은 “전작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건 다음 주자에겐 좋은 일”이라면서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라서 시청자들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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