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외국인학교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상] 60년 전통-역할 ‘흔들’

입력 2019-12-03 18: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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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머물던 외국인 선교사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지난 1958년 설립된 대전외국인학교(TCIS; Taejon Christian International School)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국제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3개 교육과정(PYP, MYP, DP)을 모두 인가받은 학교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WASC(미국 서부학교 및 대학교협회) 인가도 획득했다. 자기 주도적 창의연구학습을 실현하고 인성을 갖춘 21세기 글로벌 인재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 학교의 IB 통합연속교육은 K1(만4세)부터 12학년까지 연계된 지속적 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통합교육을 구현하고 있다. 이 학교 기숙사 프로그램은 학교 설립 이듬해인 1959년부터 운영해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취득이 어려운 국제기독교학교협회(ACSI) 인가를 지난 2003년 받았다. 학업의 성공뿐 아니라 학생이 책임감과 자립심을 키우고,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경험하는 또 다른 전인적 교육 공간이다. TCIS의 독특한 기숙사 프로그램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과 전 세계의 국제학교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고,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TCIS는 세계 유수 대학 진학에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이 학교 졸업생 중 올해 미국 아이비 리그 및 상위 100대 글로벌 대학(2019년 기준)에 진학한 학생만 해도 30여 개 대학 9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캘리포니아 공대, 코넬대, 존스홉킨스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샌디애고 캘리포니아대, 에든버러대, 홍콩대, 미시간대, 옥스퍼드대, 펜실베이니아대, 토론토대, 워싱턴대 등에 많은 학생이 등록했다. 지난 61년간, 한국의 성장과 격변의 시기를 거치며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으로 자리를 지켜온 동시에 글로벌 인재양성의 요람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TCIS가 쌓아온 빛나는 전통과 중요한 역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 가고 있다. 이런 우려는 이 학교 학생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7~8년 전 600여 명이던 학생수는 현재 4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큰 원인은 대전에 유입되는 외국인과학기술자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외국인 자녀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국인과학기술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뭘까?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에 대한 기대효과가 크지 않고 외국인 정주 여건 등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특구는 전국의 4곳으로 분산 조성돼 대덕특구만의 파워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에서도 외국인 정주여건 등의 미흡으로 외국인투자나 외국인 과학기술자의 유입이 미미한 상태다. 이러다 보니 외국인 자녀가 많지 않고, 이는 대전외국인학교 학생 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TCIS의 학생이 감소하는 두 번째 주된 이유는 외국인학교의 입학자격과 내국인 입학비율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현행 외국인학교의 입학자격은 외국인의 자녀나 3년 이상 해외에서 거주한 내국인이다.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비율은 학생정원의 30%에 그친다. 이는 국내 외국교육기관이나 국제학교, 국제고 등에 대해 규제가 아예 없거나 미미한 것과 대비된다.

대전외국인학교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상] 60년 전통-역할  ‘흔들’대전외국인학교 관계자는 “TCIS는 우리나라 외국인학교 중 가장 긴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는 ‘토박이’ 외국인학교로 지역이나 국가 차원에서도 매우 소중한 교육기관”이라며 “학교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지자체와 교육청, 정부가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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