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들춰보기] 가뭄 속 단비 같은 게임 '엑소스 히어로즈'

기사승인 2019-12-04 09: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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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같지 않은 모바일 게임이 등장했다. 

지난 11월 21일 라인게임즈에서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 '엑소스 히어로즈'를 출시했다. 매출 올리기용 양산형 모바일 게임들이 국내 게임 업계를 휘어 잡고 있는 가운데 등장한 엑소스 히어로즈는 3일 기준 구글 매출 10위, 애플 앱스토어 17위에 안착하며 선방 했다. 

엑소스 히어로즈의 첫인상은 마치 어렸을 적 새로 산 명작 RPG를 콘솔 기기로 시작했을 때의 느낌이었다. 

게임 시작부터 단순히 "제국력 XXX년, 세계에 위기가 찾아왔다. 주인공(플레이어)은 영웅임을 증명해야 하니 숲에 가서 사슴 100마리를 잡아와라" 같은 뻔한 전개가 아닌 주인공 '제온'의 시점에서 현재 처한 상황, 앞으로 해야 할 일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이후 스토리 라인 또한 개연성이 있게 표현해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그래픽은 개인적으로 콘솔급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원화 일러스트를 카툰랜더링으로 잘 녹여냈으며 스킬 이팩트, 연출이 훌륭하다. 월드맵 또한 2D와 3D 그래픽이 자연스럽게 전환되게 설계했으며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는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 또한 신경을 많이 썼다. 엑소스 히어로즈에는 작곡가 'ESTi' 박진배와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가 참여를 했는데 반도네온 특유의 음색으로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성우 또한 남도형, 김현지 등 유명 성우진이 대거 참여해 생동감을 살렸다.  

게임성은 단순하지 않고 상당히 전략적이다. 기존의 수집형 RPG들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별 직업, 속성, 등급, 스킬 등 기본적인 틀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엑소스 히어로즈는 자신만의 마나 수급 방법과 '브레이크' 시스템을 가미함으로써 플레이어의 수 싸움을 유도했다.  

먼저 마나는 캐릭터가 스킬을 쓰기 위한 자원이다. 마나는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투를 통해 획득하게 되는데 수급 방식이 직업, 속성 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공격형 직업은 공격을 해야 마나를 획득하고 방어, 지원형 직업은 적에게 피해를 받아야 수급된다. 즉 플레이어는 어느 시점에 어떤 캐릭터가 상황에 맞는 스킬을 쓸 수 있을지 늘 지켜봐야 한다. 

다음은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엑소스 히어로즈에는 캐릭터마다 '수호석'이 있다. 수호석에는 빛, 어둠, 기계 등 다양한 속성이 있는데 전투 중 같은 속성을 가진 적을 타격했을 시 적의 수호석이 파괴된다. 수호석이 파괴되면 브레이크라는 일종의 행동불가 상태에 걸리는데 그 동안 피해량이 늘어나는 등 다양한 추가 효과가 적용되며 이는 승패에 큰 변수를 주게 된다. 

특히 스토리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전투 미션으로 '몇 회 브레이크 성공', '브레이크 없이 승리하기' 등 조건이 붙을 때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한 가지 캐릭터가 아닌 다양한 직업, 속성 별로 캐릭터를 육성해야 한다. 

과금 요소는 수집형 RPG치고 무겁지 않다. 가장 높은 등급인 '운명(5성)' 등급 캐릭터의 등장 확률은 4%로 상당히 높은 편이며 인게임 재화 '제스', '엑소디움', '태양석 인장' 또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충분히 수급이 된다. 또한 게임 자체가 다양한 캐릭터 육성을 장려하다 보니 단기간에 후반 콘텐츠를 노리는 것이 아니면 운명 등급 아래 단계인 '전설(4성)'과 '희귀(3성)' 등급으로 충분히 진행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엑소스 히어로즈에는 '페이트 코어'라는 의상 시스템이 있다. 페이트 코어를 장착하면 캐릭터의 외형과 함께 스킬 효과 또한 변화되는데 라인 게임즈는 "페이트 코어 시스템을 통해 낮은 등급 캐릭터이더라도 활용도를 더욱 높이고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단점도 있다. 

먼저 인터페이스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터페이스는 깔끔하다. 하지만 불편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캐릭터 배치다. 엑소스 히어로즈는 전투 시 추가 보상을 얻기 위해 특정 조건을 만족 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매번 적절한 캐릭터 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캐릭터를 팀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비공정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팀을 하나 밖에 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게임 들춰보기] 가뭄 속 단비 같은 게임 '엑소스 히어로즈'

해야 할 것이 지나치게 많은 점도 아쉽다. 일정 재화, 장비, 재료 등을 주는 도전 콘텐츠만 8개이며 다양한 캐릭터 육성을 장려하는 만큼 영웅 레벨업, 강화에도 그만큼 많은 재화와 시간이 소비된다. 차후 PVP, 레이드와 같은 콘텐츠가 추가된다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재화 또한 약 6개 정도가 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최적화 부분 또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4기가 정도의 용량을 차지하는 만큼 그만큼의 퀄리티는 보장돼 있지만 잦은 튕김, 멈춤 현상, 발열 현상이 빈번하다. 고사양 PC의 앱플레이어에서도 튕김, 멈춤 현상이 종종 일어나는 만큼 좀 더 안정화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것은 라인게임즈가 유저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엑소스 히어로즈의 사전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많이 수용했고 출시 직전 주요 수익 모델 중 일부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러한 결정 떄문에 당장 부족한 부분들은 차후 개선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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