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말 사랑한다면서 왜 때려요?”

가정폭력 키운 ‘솜방망이’ 처벌… 전담재판부 확대 설치 시급

기사승인 2019-12-07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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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는 남편 파비앙의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린다. 처참한 그녀의 일상에서 유일한 위안의 존재는 자녀 마티아스뿐이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그녀는 법원에 접근금지를 신청하려하고, 집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치지만 번번이 남편의 저지에 막힌다. 올해 10월 개막한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마티아스’는 가정폭력이 여성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 그 고통이 자녀들에게 어떻게 전해지는지를 묘사한다. 엄마를 때리는 아빠에게 마티아스가 던지는 질문은 천진난만하지만 아프게 현실을 꼬집는다.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면서 왜 때려요?”

“엄말 사랑한다면서 왜 때려요?”

가정폭력은 가정의 해체, 여성과 아동에게 씻지 못할 상흔을 남긴다.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우리 사법당국은 어째서인지 제대로 된 처벌을 주저한다. ‘솜방망이’ 처벌은 가정폭력범죄를 예방 및 근절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가정폭력에 대한 법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과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정폭력방지법)’이다. ‘가정폭력처벌법’은 지난 1997년 제정된 이래 현재에 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른바 ‘강서구 전처 살해 사건’을 계기로 법의 피해자 보호가 미비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높았다. 그해 11월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법무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은 가정폭력 대응 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에서의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검거·조치를 보면, 검거인원 대비 구속인원의 비율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약 0.7%,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1.3~1.4% 정도로 증가했다. 다시 2016년, 2017년 0.8~0.9% 정도로 다시 감소했다. 

검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임시조치의 청구, 가정보호사건으로의 처리,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등이 있다. 특히 법원은 임시조치의 결정, 불처분 결정, 보호처분 결정, 피해자보호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여성계를 비롯해 법조계에서도 가정폭력 관련 각종 법적 분쟁을 보다 통합적 해결할 수 있는 사법시스템 구축에 대한 요구가 높다. 

참고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가정폭력법원 시스템을 통해 가정폭력범죄를 일반적인 재판절차와 구별, 가정폭력에 대한 전문적 교육을 받은 판사·검사·보호관찰관 등의 참여로 가정폭력범죄의 초기 개입부터 재판 이후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당장 외국의 가정폭력전담법원 도입은 어렵지만, 가정법원 안에 가정보호재판부를 설치할 수는 있다”며 “가정폭력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법관이 사건을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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