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전 오늘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윈스턴 처칠

기사승인 2019-12-08 09: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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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전 오늘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윈스턴 처칠지금으로부터 꼭 78년 전 오늘은 어떤 날이었을까? 1941년 12월 7일 일요일. 그날은 일본이 하와이의 진주만 미국 해군기지를 기습 공격하여 그곳에 정박 중이던 8척의 미국 전함 중에서 7척을 침몰시키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힌 일본의 진주만 공격의 날이었다. 이어서 일본은 수일 동안에 말라야, 필리핀, 보르네오, 태국, 홍콩, 그리고 네덜란드의 동인도를 침공했다.

그날 독일 히틀러의 침공으로부터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던 처칠 영국 수상은 자나 깨나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일본의 군국주의, 독일의 나치즘, 이태리의 파시즘이 상호 연합하여 일으켰던 2차 세계대전은 유럽과 아시아지역을 전쟁의 화마(火魔)로 만들고 있었다. 이 전쟁으로부터 영국을 구하고 유럽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을 끌어들이려 백방으로 움직였던 처칠은 78년 전 오늘 일요일 9시에 영국의 BBC 방송뉴스를 듣고 즉각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통령님, 일본이 무슨 일입니까?”라고 묻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들이 진주만에서 우리를 공격했소, 이제 우리는 같은 배를 탄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처칠은 앞서 11월 10일 “미국이 일본과 전쟁을 하게 되면 영국의 선전포고가 곧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진주만 공격 직후 루즈벨트와 통화한 바로 그날 밤인 12월 8일 새벽 1시 처칠은 런던 주재 일본 대리 대사에게 전쟁을 선포한다는 편지를 썼다. 그리고 처칠은 일본의 미국 하와이 공격으로 그토록 갈망했던 미국의 2차 대전 참전이 순식간에 이뤄진 것에 기쁜 나머지 자신의 회고록에 그날의 행복감에 대해 이렇게 썼다. “미국을 우리 편으로 갖게 된 것이 나에겐 최대의 즐거움이라고 내가 선언한다고 할지라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없을 것이다이제 우리는 전쟁에서 이겼다. 덩케르크 이후, 프랑스의 몰락 이후 이제 우리는 이겼다. 나는 에드워드 그레이(Edward Gray) 외상이 30년 전에 미국은 ‘거대한 보일러’(A Gigantic Boiler)라고 나에게 했던 말을 생각한다. 거기에 일단 점화가 되면 그것이 생산하는 힘에는 한계가 없다. 감정과 흥분에 젖어 만끽하며 나는 잠자리에 들어 구원된 고마운 마음으로 가득한 잠을 잤다”(Andrew Roberts, 「Churchill:Walking with Destiny」, 강성학, 「윈스턴 S.처칠」)

여기서 우리는 78년 전 미국의 2차 대전 개입의 동기와 원인을 알아야 한다.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하게 된 결정적 동기는 일본의 하와이 공격이었다. 그토록 자유와 평화를 외쳤던 미국이었지만 그전까지는 자발적으로 2차 대전에 참전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자국의 영토가 군사적 공격을 받자 즉각 참전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도조 히데키가 이끄는 일본 군국주의의 미국 하와이 공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국가도 미국 영토를 직접 공격한 경우는 없었다. 물론 미국의 적대국이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 일보직전까지 가거나 비국가 테러단체가 미국 본토를 공격한 적은 있었다. 1961년 구소련의 후르시초프 서기장이 미국의 턱밑에 위치한 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 장거리 미사일 배치를 시도하다 중단했다. 그리고 2001년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항공기를 납치해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과 미 국방부 펜타곤에 대한 동시다발적 자살 테러를 벌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미국의 본토를 위협하는 적대 국가는 존재한다. 바로 북한이다. 핵을 만들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끊임없이 미국을 자극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미국의 본토를 타격한 적은 없었다.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의 본토를 타격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까? 혹시 발생한다면 미국은 이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까? 어제 미국에 있는 안보전문가와 통화하면서 만일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이 실수로 미국의 본토를 타격하게 되면 미국은 어떤 식으로 반응할 것인지를 물어봤다. 답은 이렇게 돌아왔다. “공격받은 미국의 군사적 반격에 대한 의회의 승인이 떨어져서 미국이 북한을 향해 전쟁 선포를 하는 날로부터 꼭 이틀 후면 북한은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한반도는 새로운 통일국가의 탄생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자국 영토를 공격받기 전에는 어떤 경우든 미국은 쉽게 군사적 공격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향해 군사적 공격을 선포한다면 바로 그날로부터 이틀이면 북한과의 전쟁은 끝날 것이다'라는 것이 모든 전쟁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나 무솔리니나 도조 히데키와는 달리 처칠은 미국을 여러 차례 여행했으며 48개 주 중에서 28개 주를 방문했었다. 그래서 그는 “화가 나고 동기를 갖게 된 미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고 썼다. 죽을 각오를 결심하고 2차대전을 자유를 위한 전쟁으로 이끌었던 정치인 처칠은 영국 정치인들 가운데 유일하게 히틀러의 전쟁 의도를 읽어 냈던 단 한 명의 정치인이었다. 영국은 물론 전 유럽의 시민들이 체임벌린과 히틀러 간에 맺어진 ‘뮌헨 평화회담’에 도취해 환성을 지르고 있을 때, 단 한 명의 정치인만이 “저것은 히틀러의 위장된 평화사기극”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가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을 자유 진영의 승리로 이끌었던 위대한 정치지도자 윈스턴 처칠이다.

마찬가지로, 불과 19개월 전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김정은 정상회담으로 ‘평화와 번영’의 노래를 부르고, 모두가 그 분위기에 들떠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때, 나는 왜 시종일관 이를 김정은의 위장평화쇼, 핵공갈쇼라고 비판해왔던가? 현상 속에 숨겨진 본질을 꿰뚫어 보는 처칠의 통찰력에 크게 영향받았기 때문이다. 지금 비핵화를 앞세운 남북정상회담이 핵공갈쇼이자 위장평화회담이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그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78년 전 일요일 오늘, 군국주의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공습하는 특별한 날에 다음의 세 가지를 생각해본다. 첫째, 미국은 적국으로부터 자국 영토가 공격받게 되면 즉각 전쟁 선포에 나섰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둘째, 2차 대전 당시의 적국이었던 독일, 일본, 이태리 등은 오늘날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강대국은 어제의 적국도 오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가장 가까운 동맹전략을 펼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셋째, 위대한 지도자 처칠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파워를 간파했고, 전 세계를 전쟁상태로 몰고 간 히틀러에 대해서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정치지도자였다는 사실이다. 오늘 아침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위대한 정치지도자 윈스턴 처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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