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만 몰랐던 부동산 PF규제, 금투협 제 역할 못했다

기사승인 2019-12-18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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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만 몰랐던 부동산 PF규제, 금투협 제 역할 못했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고강도 부동산 PF 규제와 관련, 업계와 소통 과정이 없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투자협회가 상반기 중 규제 예고안을 접하고도 증권업계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책무를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부동산PF에 대한 익스포져(대출·채무보증) 총량 규제 방침은 발표 전 별도의 공청회나 회의 등을 통한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 증권업계의 사업 기반을 뒤흔드는 고강도 규제가 일말의 소통이나 예고 없이 이뤄졌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측 입장은 다르다.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이번 규제 관련 회의가 수차례 이뤄졌고, 규제에 대한 예고도 충분히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규제가 부족한 점이 있고 다소 급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공감한다"면서도 "업계의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사실 우리는 상반기부터 금융투자협회와 회의 및 논의를 진행했다. 증권사들이 이번 규제가 예고가 안 됐다고 말한다면 그건 전달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이번 규제 방침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면서 "어쨌든 증권사가 부동산 PF의 너무 과중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실이고 조정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확인 결과 금융투자협회 차원의 사전 대응은 없었다. 증권사들이 규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당국의 규제 입장 및 계획을 전달하는 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이런 규제안이 있는 경우 이전까지는 당국이든 협회를 통해서든 의견 수렴 회의 등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전혀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의 대응은 규제 발표 후 사후 대응 방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금융투자협회는 발표 이후에 증권사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가 당국과 업계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을 방기했다는 것. 

통상 금융권 협회는 업계의 입장과 애로사항을 모아 금융당국에 전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 예로 은행권 DLF대책과 관련, 은행 신탁판매 금지와 관련해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규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당국에 전달했다. 

당국은 이를 받아들여 검토했고 은행의 신탁판매를 허용했다. 은행연합회는 당국과 산업 현장 간의 소통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부동산 PF 규제 방침 관련,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금융투자협회와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금투협 관계자는 "당국과의 회의 여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당국에서 규제를 하기 전에 이런저런 소통은 당연히 했고 부동산 PF 관련 우려는 언론 기사로도 전달이 많이 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투협은 제5대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기 회장으로 누가 당선이 되든 당국과의 조정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줄 인물이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투협 회장 최종 후보자는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 등 총 3명이다. 

한편 금융당국이 발표한 건전성 관리 강화안의 골자는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하고, 증권사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계산 시 채무보증 반영치를 더 늘리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28조1000억원으로, 증권사가 차지하는 규모가 26조2000억원(93%)에 달한다. 증권사별 부동산 PF를 포함한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 현황은 메리츠종금증권 211.5%, 키움증권 112.9%, 하나금융투자 110.8%, 하이투자증권 101.4%, 신한금융투자 99.3%, 한국투자증권 95.4%, IBK투자증권 94.7%, KB증권 86.9%, NH투자증권 68.6%, 삼성증권 51.0%, 미래에셋대우38.8% 순이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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