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기고]동아리 활동 창의적으로…절교는 쿨하게

입력 2019-12-24 14: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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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민욱(전주완산고등학교 졸업예정자)

 

지난 11월 15일에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으로 고등학교에서의 길고도 짧았던 나의 3년간의 여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고사장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가면서 생각해보니 나의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아쉬움과 보람찼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 속을 스쳐갔다. 앞으로 대입을 준비할 후배들이 나의 글을 읽고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감을 잡거나 적어도 나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작성한다.

우선 대입을 직전에 둔 학생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1학년 때 생활기록부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이제 막 입학한 1학년의 경우 학교 내에서 어떤 대회와 활동이 있으며 어떻게 자신의 생활기록부에 이를 활용해야 할지 잘 모른다. 또한, 교과 수업에서도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에만 충실히 하면 내신 시험을 잘 보고, 수행평가만 열심히 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학생부종합전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내신만 보고 선발하는 교과 전형과 어울리는 태도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말 그대로 종합평가다. 학생이 자신의 장래희망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스스로 탐구하고 관련 활동을 만들어 환경을 개척해나가는 성장 가능성과 자신이 참여한 활동과 더불어 관련 교과 내신 성적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공 적합성과 학업 역량, 그리고 출결 사항과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과 행동 특성 및 담임 종합의견에서 도출되는 인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모든 내용을 토대로 학생을 평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1학년 학생들은 생활기록부를 구성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또 각 구성요소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팁은 관련 활동들이 학년을 거듭할수록 구체적으로 심화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방송국 프로듀서가 장래희망인 학생이 1학년 때 방송국 프로듀서가 하는 일과 필요한 덕목 등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었다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떤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국 프로듀서가 되고 싶은지, 어떤 방송국 프로듀서가 되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지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장래희망에 관련한 계획을 세웠다면 이제 교내 활동과 동아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학교에 재학 중인 선배와 친해져 교내대회 및 동아리와 관련된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교내 게시판이나 학교 홈페이지의 학사일정을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 토대로 자신이 참여할 교내대회를 생각하고 어떻게 준비할 지 생각해 놓도록 한다.

또한, 동아리 활동을 계획할 때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차별 요소가 될 수 있다. 그 예로 내가 2학년 때 했던 활동인 동아리 연합 발표회를 들 수 있다. 각각의 동아리가 자신의 활동만 하는데 바빴고 동아리 내에서만 결과물을 발표하는 점이 아쉬웠던 나는 서로의 성과를 모두에게 발표해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아리 기장과 회의해 동아리가 모두 모여 1학기마다 성과를 발표하고 토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런 작은 변화는 동아리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하게 하는 촉진제가 되는 등 좋은 변화를 일으켰으며 이후 후배들에게는 매 학기 진행하는 하나의 틀이 되었다.

이 밖에도 모의재판, 토론회 등의 동아리 활동을 동아리 내에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전교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내 최초로 시도했다. 이런 활동은 동아리 내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회와 학급 임원 등으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내가 했던 학생회 활동에서 학생들이 게시판을 잘 보지 않아 정보가 학생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구석에 위치했던 게시판을 유동인구가 많은 화장실과 급식 대기줄에 설치하는 등 기존의 틀을 깼고, 무대 감상에만 치중되어 있던 학교 축제를 동아리 부스를 설치하도록 학교에 건의해 전교생이 수동적으로 축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내가 변화시킨 학교의 모습을 친구들과 후배들이 따르며 이것이 하나의 틀로 자리 잡았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이렇듯 교내에 동아리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을 때 활동을 포기하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하지만, 주도적으로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십중팔구 대인관계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긴다. 친구 사이의 의견 차로 인한 갈등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나 또한 동아리 활동을 계획할 때 갈등을 겪었다. 갈등이 생겼을 때는 힘들어했지만, 그때만 지나고 나면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고등학생에게 대인관계의 악화는 활동을 진행하는 데 장애물이 될 뿐만 아니라 공부에 집중하는 데 어렵게 만드는 주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내가 그랬다. 한 친구와의 관계가 악화되어 공부도 잘 되지 않았고 계획이 흐트러졌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이 글을 읽는 학생은 되도록 대인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노력하되, 만약 활동과 대인관계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대인관계 때문에 활동을 포기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절교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확실히 하도록 하자. 절교를 할 것이면 확실히 해야 공부&활동과 대인관계를 모두 놓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3년은 그 과정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길고 긴 시간이겠지만 지나고 나면 아주 짧은 시간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앞으로 힘든 시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힘들어하고 있는 이 시간 또한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나를 성장시켜준 자양분이 될 것임을 생각하고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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