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the 34th Street, 1994)’과 무형자산

입력 2019-12-26 09: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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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만 믿으세요.”라는 광고의 카피가 있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불신에 빠져있으면 이런 광고가 나왔는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과연 보이는 것만 진실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일까? 사랑하는 마음은 보여줄 순 없지만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 그 뒤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칼릴 지브란의 시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에서처럼…

한 해의 끝자락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는 우리들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영화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영화가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the 34th Street, 1994)>이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과는 달리, 산타클로스의 존재여부를 묻는다.

신이 산타클로스라고 주장하는 크리스 크링글을 산타클로스로 인정할 수 있는가를 가리기 위해 법정심리까지 벌어진다. 과학적인 증거에 기초하여 판결을 내려야 할 판사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크리스에게 패소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판결 직전에 기적이 일어난다. 산타클로스를 믿는 소녀 수잔은 크리스마스카드와 함께,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고 선명하게 찍혀 있는 1달러 지폐를 판사에게 건네준다. 판사는, ‘이 돈이 재무성에서 발행되며, 정부와 국민이 이를 인정한다. 지폐에 쓰여진 바와 같이 하나님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를 연방정부가 확실한 물적 증거도 없이 믿었던 것을 모범 삼아 국민의 뜻을 수용하여, 산타클로스가 존재하며 크리스 크링글이 바로 그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다. 연방정부의 ‘공식 입장’을 근거로, 산타클로스에 대한 믿음만으로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크리스를 석방한다.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the 34th Street, 1994)’과 무형자산글 첫머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가 과학적으로 존재 여부를 증명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많다. ‘사랑’이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명확히 정의할 수 없지만,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우리는 신의 존재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지만, 오늘날 전 세계 인류의 90%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에서도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소중한 자산이 있는데, 이를 무형자산(intangible assets)이라 한다. 즉, 물리적인 실체(구체적인 형태)는 없지만, 그 자산을 소유함으로써 장기간 법률적 또는 경제적으로 미래에 효익(즉, 제품의 매출, 서비스제공에 따른 수익, 원가절감 또는 자산의 사용에 따른 효익의 형태로 발생)을 제공하는 자산을 뜻한다. 이에는 산업재산권(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및 상호), 라이선스와 프랜차이즈, 저작권, 탄소배출권 또는 시설이용권, 컴퓨터소프트웨어, 개발비, 영업권 등이 있다.

“얘야, 꼭 보여준다고 믿고 보여주지 못한다고 못 믿고 그런 것이 아니란다. 꿈은 우리가 믿는다고 생각하면 존재하는 것이란다.” 영화 속의 대사이다. 영화에서처럼 “우리는 믿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이미 기적이 이루어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을 올바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업의 성공의 열쇠인 것처럼…. ‘크리스 크링글’이라는 정감 어린 이름과 포근하게 내릴 눈을 생각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정동운(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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