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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파도 도와주는 국가 없다

아파도 도와주는 국가 없다

유수인 기자입력 : 2020.01.02 04:00:00 | 수정 : 2019.12.31 19:59:51

지난해 1월, 20대 한국 청년의 국내 이송을 도와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됐다. 청원에 의하면 이 청년은 미국 그랜드캐니언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졌고, 병원비만 10억원이 발생했다. 국내 이송에도 2억원의 금액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사건은 국민 보호 의무가 있는 국가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했으며, 국민들 사이에서도 개인적 상황에서의 국가 책임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가는 해외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재외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치료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검증이 된 이송업체를 이용해 자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여행지에서 환자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선 안 되며, 국민의 생명권 보장을 위해 국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도 재외국민 환자 보호에 대한 소관부처가 불분명하고 법적 체계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해외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했을 때 영사관에 연락을 취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사관에서 지원하는 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이다. 통역서비스는 일부 언어에 대해 전화로만 가능하고, 이송업체 연결은 포털사이트 상단에 광고되고 있는 업체들을 소개하는 식이다. 실제로 한 보호자는 “가족이 해외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영사콜센터에서 네** 검색창에 뜬 이송업체들에 전화해보라는 답을 받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검증된 업체가 없으니 정확한 정보 제공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외 응급환자 이송업체 설립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일반 서비스업’으로 신고만 하면 된다. 상황이 이러니 의료진과 의료장비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실 업체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은 ‘억’소리가 난다. 국적기를 통한다면 이송료는 2000만원대로 크게 줄지만, 개인이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해외에서 사고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해외여행객이 늘고 있는 만큼 현지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환자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효도 관광 등의 이유로 노인 여행객이 늘고 있는데, 이 연령대에는 급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만성질환자가 많다. 단체 여행객을 태운 버스가 추락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고,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 의료 환경이 낙후된 지역이라면 생명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수억원의 치료비도 문제가 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는 것’이다. 적어도 가족 옆에서, 자신이 살던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국가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소관부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 영사조력과 관련해서는 외교부, 의료는 보건복지부, 항공기는 국토교통부, 여행업과 관련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여행자보험은 금융감독원 등으로 연관 부처가 나눠져 있다. 범부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그 후 정부는 업체들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응급상황이다. 여행 전 안전수칙을 숙지하고 위험한 행동은 피해야 한다. 여행자보험을 들면 만약의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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