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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하고 금연 지원한다더니 예산은 감소 중

현재 국내 흡연율, 정부 목표치보다 높아

유수인 기자입력 : 2020.01.06 06:00:00 | 수정 : 2020.01.08 09:29:18

금연 지원 예산 감소에 뿔난 금연 전문가들

“흡연 조장 광고 잡고 담뱃값 8000원으로 인상해야”

정부 “올해 흡연율 29% 달성 어려워…법안 40개 통과 필수”

정부가 지난 2015년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평균 80% 인상하면서 늘어난 세금으로 흡연자들의 금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담배규제정책 예산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상 당시 감소했던 흡연율은 상승과 감소를 반복하면서 정체되고 있고, 현재 남성흡연율도 36.7%에 달해 2016년 발표한 ‘2020년 남성흡연율 29% 달성’ 목표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연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광고 규제 강화 및 담뱃값 인상 등을 통해 흡연율을 감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男 흡연율 20년 전 비해 절반 ↓, ‘전자담배’ 등 반영 안 돼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19세 이상 현재 흡연율은 22.4%다. 국민건강영양조사가 실시된 1998년(35.1%) 대비 크게 줄었지만 2014년 24.2%, 2015년 22.6%, 2016년 23.9%, 2017년 22.3% 등으로 흡연율은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1998년(66.3%)에 비해 절반 수준인 36.7%로 감소했다. 2015년 담배가격 인상과 실내금연정책 시행으로 2014년 43.2%에서 2015년 39.2%로 크게 감소했으나 2016년에는 40.7%로 다시 늘었고, 2017년에는 38.1%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2018년 여성의 흡연율은 7.5%로 1998년 당시 6.5%보다 늘었고, 청소년 흡연율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성인 남녀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지난 3년간 꾸준히 증가해 4.3%(남성 7.1%, 여성 1.1%)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3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이다. 

남성 흡연율이 감소하긴 했지만 ‘전자담배’ 등의 영향이 데이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백유진 대한금연학회 회장(한림대 가정의학과 교수)은 “전자담배 중 궐련형 전자담배가 2017년 6월 출시됐는데, 그게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중 일부는 담배를 끊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때문에 답변에 착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추가로 말하자면, 전자담배 때문에 국민건강영향조사 설문도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일반 담배 등으로 구체적으로 바꾸었다. 여러 제품을 사용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방식의 통계수치가 생성돼야 한다”며 “또 소변, 니코틴으로 여성 흡연율을 보면, 설문조사보다 2.5배 더 높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성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센터장은 “정부가 발표하는 흡연율은 일반 연초담배에 대한 내용이다. 감소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종합적인 담배 사용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특히 여성과 청소년 흡연율은 1%p 정도 상승했는데, 올라가는 폭 자체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아도 적은 수치가 아니다. 또 이들의 흡연율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을 뿐 필드에서 느끼는 흡연자는 훨씬 많다. 흡연자임을 밝힐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으로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 “광고 없앤다면서”…담뱃세 3조까지 늘었지만 정책 예산은 감소

2016년 당시 정부는 담뱃값 인상 후 거둔 세금(건강증진부담금) 활용해 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29%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복지부가 김순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건강증진부담금(담배부담금)은 2조 4756억원으로 가격 인상 전인 2014년 1조 6238억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이를 통해 ‘학교절대정화구역 안의 편의점에서 담배광고 금지’ 등 비가격 정책을 제안하고, 보건소 금연클리닉, 금연상담전화, 금연캠프, 찾아가는 금연서비스, 군의경 금연지원서비스 등 다양한 금연지원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담배규제정책 예산은 감소하고 있다. 조홍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지난해 대한의사협회지에 게재한 ‘문재인 정부의 담배규제정책 중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규제정책 예산은 2017년 147억원에서 2018년 144억원, 2019년 136억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저소득층 및 군인 등을 위한 건강증진 사업 예산도 2017년 81억원에서 2019년 74억 6000만원으로, 군인 및 의경 금연예산은 2017년 49억원에서 2019년 44억 1000만원으로 줄었다. 찾아가는 금연서비스 예산은 같은 기간 73억 1000만원에서 47억 6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5월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고, 이는 2025년에 달성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2016년 시행을 약속한 편의점 광고 규제 실행 방안에 관한 언급도 없고,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9%까지 낮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이성규 센터장 또한 “당장 올해까지 흡연율 29% 달성은 어렵다고 본다”고 인정하며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이 감액된 것은 사실이다. 현재 담뱃세 중 일부분이 건강보험공단과 복지부에서 집행되고, 나머지는 건보공단에서 의료비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연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연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은 “흡연율 29% 달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실패했다고 본다. 목표를 세웠으면 더 많은 정책을 시행했어야 했는데 노력을 안 했다”며 “담뱃값 인상 당시 담배 광고를 없애겠다고 공언까지 했는데, 여전히 담배소매점에서 광고가 이뤄지고 있다. 외국의 88개국에서는 소매점에서 담대 광고와 진열이 금지돼 있고, 우리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유진 회장은 “담뱃값 인상 후 흡연자들의 저항이 심했다. 정부가 당근으로 내놓은 것이 흡연자 지원을 열심히 하겠다는 건데, 금연 사업비 예산은 매년 줄고 있고 올해는 대폭 삭감됐다”며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처럼 실제로 (흡연자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것인지, 정말 강력하게 흡연을 규제하고 금연을 장려하는 정책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사업 예산을 얼마나 투입하느냐’다”라고 지적했다.

◇ 금연 광고에 1조 투입하고 담뱃값 올려야…정부 “전화 홍보에 올인” 

전문가들은 그간 정부의 담배 가격 정책 및 광고 규제가 미약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2015년 이후 가격 인상 계획 자체가 정책에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담배가격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2015년 담배가격이 2000원 오른 후 많은 부처와 학계 관계자, 금연운동가들이 ‘가격이 올랐으니까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기 전 우리나라 담뱃값은 OECD 회원 34개국 중 최하위였고 지금도 30위권으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OECD 평균 금액인 8000원까지라도 올려야 하는데, 2019년 금연종합대책에 담뱃값 인상은 들어있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금연 광고 예산을 10배, 100배 늘려야 한다. 금연 광고의 효과는 단순히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는 것만이 아니다. 청소년이 많이 들어가는 사이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튜브 등에 광고하는 예산을 적어도 1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며 “또 수업 중 금연강의를 의무화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담배가 얼마나 해로운지를 이해해야 예방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 빨리 담배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모든 담배의 제조‧매매를 금지해야 한다. 매년 국민 6만여명이 담배로 인해 사망한다”고 덧붙였다.

백 회장은 “청소년 흡연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청소년은 어른들을 모방하기 때문에 교육 차원에서 학교 선생님들과 부모들은 모두 금연해야 한다”며 “또 청소년들이 편의점 같은 곳에서 팬시한 담배 광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법적 규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 현재 있는 법의 구속력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은 ‘타바코 컨트롤타워(tobacco control tower)’가 있는데, 우리는 각 부처 기관의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이 센터장은 법안 개정부터 이루어져야 정부의 ‘금연종합대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전했다. 여기에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우선 지난해 5월 발표된 ‘금연종합대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40개 이상의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입법으로 가든 정부입법으로 가든 이해당사자들의 결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복지부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학계와 시민단체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빠져 있는 정책들도 보강돼야 한다. 설문조사를 하면, 전체 흡연자 중 금연 의지가 있는 사람은 55%정도다. 하지만 의지가 생긴 후 실제로 계획을 가지고 어떻게 끊을지 방법을 아는 사람은 10%정도”라며 “많은 서비스를 식탁에 깔아 놨고, 광고도 하고 있지만 실제로 금연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문제다. 올해는 차려 놓은 밥상을 소개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금연상담전화 홍보에 올인해서 전화가 퍼스트 게이트(first gate)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물색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소년 흡연율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그동안 예방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진행됐는데, 중앙 정부 차원에서 교육 자료 등을 잘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금연지원센터, 교육청과 연계해 교육을 실시하는 시범사업도 시작할 것”이라면서 “일반 강의보다는 체험형 프로그램 요구가 많아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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