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창조 없는 모방은 어머니가 될 수 없다

기사승인 2020-02-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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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창조 없는 모방은 어머니가 될 수 없다[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듯 기존의 것을 재가공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것으로 창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방만이 있는 모방은 자신은 물론 주변의 괴사를 부른다.

유행하는 트렌드나 제품 등을 흡사하게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미투 브랜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미투 브랜드들은 큰 고민 없이 사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와 품질의 저하가 불가피하다. 이는 자기 브랜드는 물론 기존 브랜드 이미지도 깎게 되며, 이는 심한 경우 소비자 외면으로 인한 시장의 공멸을 야기한다.

물론 단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투 브랜드는 시장을 형성시키고 트렌드를 만들며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는 다시 공급으로 이어지며 시장을 성장시키는 선순환이 된다. 이 과정에서 후발주자들은 기존의 제품이 가지고 있던 단점을 잘라내고 장점을 키우게 된다. 품질의 향상은 곧 소비자에게도 간접적인 혜택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같은 미투 브랜드의 장점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통용되기 어렵다. 과자나 라면 등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제품 카테고리 중 하나겠지만, 대부분의 일반 가맹점주들은 하나의 가게만을 차리고 운영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낸 가게와 흡사한 인테리어, 메뉴, 가격을 앞세워 인근에서 장사를 시작한다면 매출 하락은 피할 수 없다. 

프랜차이즈의 미투 브랜드 논란은 오래됐다. 1999년 창업한 생맥주 프랜차이즈 ‘쪼끼쪼끼’는 이후 쭈끼쭈끼, 블랙쪼끼 등 비슷한 콘셉트와 인테리어를 가진 수많은 미투 브랜드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 

이후에도 조개구이, 밥버거, 생과일쥬스, 대왕카스테라 등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하면 곧바로 우후죽순처럼 수많은 유사 브랜드들이 난립한다. 여기에 수많은 가맹점들이 생겨나며 결국 이미지 소비의 가속화를 부른다. 유행했던 프랜차이즈가 짧으면 반년, 길어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사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는 ‘가맹사업 1+1 제도’ 도입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섰다. 해당 제도는 프랜차이즈가 가맹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1개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해야하는 규제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 

연내로 예정됐던 법 개정이 국회에서 계류되면서 유사·동일 브랜드간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조국 정국’에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사회적인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해당 법안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되고 있다. 2019년 당시 연내 통과를 검토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해당 법 개정의 반대론은,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는 것이 시장의 특성인데 이를 규제해서는 결국 진입장벽만 높이게 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하나의 썩은 사과는 다른 사과도 썩게 만든다. 무조건적인 개방과 자율은 소비자와 시장이 자정할 수 있는 기회마저 뺏어버린다. 

해를 넘겼지만 해당 법안은 여전히 멈춰있다. 국회는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숨을 죽이고 있다. 정쟁(政爭)의 소용돌이 속에서 순수한 창업자들은 휩쓸려 익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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