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프리잭(Freejack, 1992)’과 소득격차

입력 2020-02-05 16:25:03
- + 인쇄

로버트 세크리(Robert Sheckley)의 ‘불사 주식회사(Immortality, Inc.)’를 원작으로 한 영화 ‘프리잭(Freejack, 1992)’에서는 ‘자원의 고갈․오존층 파괴․극부유층과 극빈층의 첨예한 대립’ 속에 기계에 의하여 영혼이 지배당하는 극단적인 미래사회를 보여준다.

카레이서 알렉스 펄롱(에밀리오 에스테베즈)은 자동차경주(1991년)에 참가하여 우승한 후, 사랑하는 줄리 레들린(르네 루소)과 바하마로 신혼여행을 떠날 꿈에 벅차있었다. 초스피드로 트랙을 출발한 순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의의 사고로 그의 차는 완파된다. 인사불성이 된 알렉스의 뇌기능을 마비시켜 과거를 없애버리고 상품화하려는 순간, 그는 정신을 차리게 되고, 가까스로 그곳에서 도망치게 된다. 

그는 사고 당시 죽은 것으로 되었지만 미래 세계(2009년)로 납치된 것이다. 그를 쫓는 현금 사냥꾼인 베센틱(믹 재거)을 피해 알렉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쫓기다가 어느 수녀로부터 진실을 알게 된다. 부자들은 죽은 뒤 자신의 정신을 ‘영혼 스위치보드’라는 컴퓨터에 보관시키는데, 기계의 힘으로 죽은 뒤 3일간 살아 있을 수 있다. 그 시간에 맞춰 죽기 직전의 인사불성이 된 사람(프리잭)의 육체를 시간이동장치를 통해 납치하여 자신의 정신을 프리잭의 몸에 이식시킴으로써 불사의 몸이 되고, 프리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프리잭(Freejack, 1992)’과 소득격차사고시간과 장소를 정확히 알고 있는 한 늙은 부자가, 알렉스의 건강한 육체를 얻기 위해 과거에서 미래로 빼내온 것이다. 그 사이 줄리는 맥킨들리스 회사-세계에서 유일한 대기업으로 세상의 거의 모든 게 그들 소유이다-의 중역이 되었다. 알렉스는 이들의 검은 음모를 알게 되고,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의 오랜 친구마저 배신한다. 결국, 그는 배후인물인 거부 맥캔들리스(안소니 홉킨스)에게 잡혀 육체가 바뀔 위험에 빠진다. 결국, 알렉스는 맥킨들리스의 대역이 된다.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2019 글로벌 웰스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6월말 현재 전 세계 성인 인구(만 20세 이상) 51억 명의 상위 0.9%가 세계 전체 부(富)의 44%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위 50%가 가진 자산은 전체 부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한국의 상위 1% 부자가 보유한 부의 비중은 30%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전 세계 부의 불평등 정도는 3년간 완화됐다고 진단하였지만, 한국에서는 소득 상․하위층 간의 소득격차가 점점 커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에서 사용하는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지표-5분위 배율과 10분위 배율-로 알 수 있다.

5분위 배율은 20%씩 5개의 계층(5분위)으로 나누어, 최상위 20%의 소득을 최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그리고 10분위 배율은 10분위로 나누어 최상위 10%의 소득을 최하위 1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배율[( )내는 10분위배율이며, 3/4분기 기준]을 살펴보면, 2015년 4.46배(7.6배), 2016년 4.81배(9.1배), 2017년 5.18배(9.5배), 2018년 5.52배(11.6배)이다.

이 영화에서는 부야말로 행복과 권력의 원천이라 믿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물론, 노력에 의해 상위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공정사회이다. 그러나 문제는 소득격차에 의해 건강 및 교육 등의 각 분야에서 불평등이 야기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득격차가 조금씩 커져가는 상황을 보며, 영화 속의 이야기가 기우가 아니길 바란다.

정동운(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