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광빈 감독 “‘클로젯’ 장르? 메시지? 그냥 재밌는 영화이길”

기사승인 2020-0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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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김광빈 감독 “‘클로젯’ 장르? 메시지? 그냥 재밌는 영화이길”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클로젯’을 한 마디로 정의하긴 쉽지 않다. 누군가에겐 눈 뜨고 보기 힘든 잔혹한 공포영화로 남을지 모르고, 다른 누군가는 아동 학대 메시지를 담은 따뜻한 영화로 기억할 수도 있다. 악령 퇴치를 그리는 구마 영화로 보일 수도 있고, 기존 세계의 질서를 초월하는 판타지 영화로 읽힐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가 98분 안에 모두 담겨 하나의 영화로 완성됐다. 데뷔작부터 배우 하정우와 김남길을 캐스팅했다. 이 신인 감독, 대체 누구일까.

‘클로젯’이 개봉하기 하루 전인 지난 4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김광빈 감독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가 처음이라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어떤 질문이든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답변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답변까지 스스럼없이 꺼내 중간에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을 정도였다. 영화에 편집된 장면은 거의 없지만, 자신의 의도대로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는 얘기도 했다. ‘클로젯’을 본 관객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빈틈이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감독과 나눈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옮겼다.


- ‘클로젯’을 보면 초반에는 호러로 가다가 나중엔 드라마 장르로 바뀌는 느낌이 들어요. 처음엔 호러 영화를 기획했다가 나중에 드라마를 넣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둘 중 어느 것이 먼저였나요.

△ “둘 중 어느 걸 우선으로 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장르적인 걸 좋아하니까 가져가지만 그것만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메시지를 넣을 수 있으면 더 잘 전달되고 재밌는 영화가 될 것 같았죠. ‘클로젯’은 장르나 메시지에 무게를 둔 영화보다는 그냥 재밌는 영화이길 바랐어요. 관객들이 영화를 봤는데 생각해보니까 이런 메시지도 있었네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습니다.”


- 장르 영화와 드라마를 동시에 다루려고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 “제가 장르 영화를 좋아해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무섭게 시작해서 무섭게 끝나는 영화는 크게 관심이 안 가더라고요. 무서우면서도 저에게 뭔가 던져주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렇게 장르가 비틀어지면서 재밌는 부분들이 확장되는 것 같거든요. 그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는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니까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게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벽장 소재와 장르를 선택한 다음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했어요. 그 때 관심을 가지고 있던 가족과 상처받은 아이들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더라고요. 초고를 쓰는 데도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재미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 “단순히 웃긴 영화가 재밌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관객들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면서 영화를 보셨으면 했어요. 처음엔 무섭고 긴장되잖아요. 경훈(김남길)이 등장하면서 코믹한 부분도 있고, 마지막엔 드라마의 감정을 느끼고요. 영화를 몰입해서 보다가 보니 이야기를 계속 따라갈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여러 재미있는 체험을 한 것 같고, 또 생각해보니 ‘클로젯’이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거라고 전달되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 영화에서 장르가 호러에서 드라마로 넘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호러 영화와 다르게 미스터리한 점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더라고요.

△ “말씀하신 장르가 넘어가는 과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영화의 표피인 장르적인 이야기가 늘어날수록 영화가 처지고 재미없는 영화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선 빨리 설명하고 넘어가려고 했어요. 어쨌든 ‘클로젯’은 상원(하정우)이 자신의 가족과 딸에 대한 시선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성장하는 이야기예요. 그가 깨닫는 과정이 길어지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장르성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고 판단했죠. 균형을 맞추고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해야겠다고 판단하고 작업했던 것 같아요.”


- 중간에 등장하는 경훈 캐릭터도 눈에 띄었어요. ‘클로젯’이 상원과 경훈, 둘의 이야기로 읽힐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경훈의 이야기는 자세히 나오진 않더라고요. 처음엔 사기꾼인가 싶기도 했고요.

△ “경훈은 영화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예요. 자신의 복수보다는 어머니가 못했던 것에 대해 마무리하는 운명을 가진 인물이길 원했어요. 너무 진지하게 그리면 영화의 톤이 무거워지고 긴장감도 떨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영화를 재밌게 환기시키는 역할을 줬어요. 또 경훈을 이전에 봤던 퇴마사와 차별되게 그리고 싶기도 했고요. 마지막에 경훈의 눈빛으로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한 번에 정리하려고 했죠.”

나눠 먹는

- 경훈이 하는 퇴마의식에는 특정 종교 색깔이 드러나지 않아요. 어머니의 영향으로 무속신앙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게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 “일단은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했어요. 상원을 두고 의식을 할 때 방에 걸려있는 부적들은 실제 무속신앙에서 쓰는 부적이에요. 자문을 받아서 미술팀이 만든 거죠. 어떤 하나의 종교로 하면 새롭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인도의 종교와 불교의 화로도 등장하고, 초나 소금, 문양 같은 서양 오컬트적인 요소도 준비했어요. 경훈이 의식을 하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주길 바랐거든요. 어머니가 무속인이라 똑같이 하기 보다는 그 이후에도 경훈이 여러 방식으로 준비를 해왔다는 식으로 접근했어요.”


- 영화에 등장하는 공간도 독특해요. 특히 상원의 집은 어떻게 설정하게 됐는지 궁금했어요.

△ “상원의 집은 건축설계사라는 그의 직업과 어울리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직업에 어울리는 조금 특이한 집을 찾고 싶어서 서양적인데 동양적인 요소가 섞인 집이길 원했죠. 갇힌 것보다는 열려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인물의 외롭고 황량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상원이나 이나의 방은 과하게 넓게 했어요. 또 원래는 벽돌집이 아니에요. 1층에 가벽을 세우고 2층은 전부 CG로 만든 거예요. 첫 장면에서 상원이 우리 집이라고 소개하는 장면도 CG고요. 상원이 친구에게 ‘딸과 시골에 있으면 좋다’는 얘기를 듣고 같이 이사 가는 설정이었어요. 전 상원이 자신 만의 시선으로 그 집을 선택한 것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요.

△ “떨리고 긴장돼요. 하정우 배우님이 시사회 끝나고 저희에게 초조해하지 말고 겸허히 결과를 기다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어요.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클로젯’을 만들면서 가졌던 마음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큰 것 같습니다.”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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