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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흔들리는 배터리 코리아

흔들리는 배터리 코리아

임중권 기자입력 : 2020.02.12 05:00:00 | 수정 : 2020.02.11 17:28:11

[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철강이 산업의 쌀이었다면, 배터리는 미래 산업의 쌀입니다. 2025년이면 반도체보다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배터리 사업을 시작하는 포항 규제자유특구를 방문해 이같이 강조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한국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어주며 성장 잠재력을 극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톱 10위권에 모두 이름을 올리며 블루오션 시장에서 배터리 코리아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대통령의 극찬과 함께 배터리셀의 묶음으로 만들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시대의 핵심 사업인 한국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도 순항 중이다.

2018년 기준 11.6GWh 규모에 불과했던 ESS 시장은 2025년까지 약 86.9GWh로 연평균 33%가량 성장할 예정이며, 국내 기업들은 ESS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전 세계 50여개국에 ESS를 설치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작게는 배터리부터, 이를 핵심으로 제작하는 ESS까지 배터리 강국으로서 입지를 단단히 다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배터리 업계의 분위기는 초상집이다. 정부 ESS화재사고 조사단이 지난해 연거푸 이어진 ESS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ESS조사단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 사이 발생한 5건의 화재사고(충남 예산‧강원 평창‧경북 군위‧경남 김해 등) 중 4곳의 화재원인이 배터리 결함이라고 추정하고 결론지었다. 반면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와 ESS 화재의 인과관계는 없다고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보편적으로 정부의 조사발표가 합당할 경우 기업들은 이에 승복하고, 해결책과 사과문을 내놓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단의 발표는 기업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이는 이번 ESS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졸속으로 점철됐기 때문이다.

조사단의 발표 내용 중 가장 황당한 점은 고의적인 ‘오독’(誤讀:잘못 읽거나 틀리게 읽음)으로 여겨질 만한 대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조사단이 화재 현장의 배터리 보호 장치가 정상 동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이터는 화재 발생 3개월 전 데이터였다.

화재가 발생한 기간에는 오히려 보호 기능이 작동했다는 데이터가 있었다. 조사단의 이번 발표에는 이러한 사항이 누락됐다. 결국 오독을 통한 인위적 끼워 맞추기식 조사라는 지적까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단에 비전문가 집단이 숟가락을 얹었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조사단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더불어민주당)과 김삼화(바른미래당), 김기선(자유한국당) 의원실 보좌관 3명의 인력이 들어갔다. 1차 조사위에서 배터리 전문 인력 보강의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비전문가가 충원된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조사단의 황당한 조사 방식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현 정부가 주야장천 강조해온 ‘국민의 눈높이’에 안 맞는 상황이다.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는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 기업과 현대차그룹에도 납품하는 배터리와 거의 동일한 제품이다. 만약 전기차의 배터리가 터진다면 탑승자의 목숨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기업과 이를 이용해 차를 만드는 완성차 기업들은 배터리 안정성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전기차와 ESS와 탑재되는 배터리 셀은 접거나 망치로 내려쳐도 터지지 않고 폭발하지 않는다. 국내외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세계적 완성차 기업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배터리 안정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현 정부는 줄곧 에너지 전환 정책을 국정 핵심 과제로 내세워 추진해왔다. 배터리로 만들어지는 ESS 사업이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축이라는 점은 강조하지 않아도 모든 국민이 아는 사실이기도 하다. 특히 배터리는 모두가 인정하는 ‘제2의 반도체’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극찬보다 산업의 문제는 전문가들이 정확히 해결하게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제가 틀린 조사로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와 경쟁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은 단연코 없어야 한다.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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