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브래스트 오프(Brassed Off, 1996)’와 실업

입력 2020-02-26 10: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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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스트 오프(Brassed Off, 1996)’는 영국 대처정부의 탄광을 폐쇄시키는 구조조정 때문에 1984년 이래 140개의 탄광이 폐쇄되고, 그 결과 25만 명이 실직 당한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1992년 영국 요크셔 지방의 작은 가상의 ‘그림리 탄광’에 초점을 맞춰, 그 지방에서 전통을 지켜온 탄광 노동자들로 구성된 탄광 밴드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다룬다.

폐광에 대한 찬반투표가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은 심란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회사측은 폐광을 하기 위해서 퇴직금을 미끼로 마을 사람들을 회유하지만, 10년, 20년을 탄광에서만 일해 온 광부들이 따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더구나 그들에게는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심적․경제적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영화는 이런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다루면서, 밴드를 지켜나가려는 그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특히, 밴드 리더인 대니의 밴드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는데, 그에게 있어 음악은 탄광의 전통이며 정신을 나타내주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브래스트 오프(Brassed Off, 1996)’와 실업결국, 탄광은 폐광되고 밴드의 단원들도 실업으로 밴드에 대한 열의를 잃는 등 더 이상 밴드를 유지할 힘도 없었지만, 대니의 열정 덕분에 밴드는 전국 대회에 참가하게 되고, 마침내 우승을 하게 된다. “음악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산업전체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가정, 인생까지도 파괴하고 있다. ‘진보’라는 미명 아래 몇 푼의 돈을 위해…. 2주전에 탄광이 폐쇄되어 수많은 광부가 실직 당했고, 승리의 의지 그리고 투쟁의 의지조차 잃었으며, 삶의 의미마저 잃는다면…. 쥐꼬리만큼 남은 희망, 연주 하나는 끝내주지만 무슨 소용이죠?” 우승 소감으로 대니가 한 연설이다.

이 영화는 이 시기를 살아간 수많은 노동자들을 실업의 고통으로 몰아넣은 대처 정부의 정책에 대한 통렬한 고발을 담아내고 있다. 물론, 대처정부의 경제정책으로 IMF를 극복한 것은 사실이지만,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암울한 시기였다.

실업(失業)이란, 사람들이 일할 능력과 일하려는 의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취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실업은 여러 측면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첫째, 사회적 측면으로는, 가정파탄, 새로운 사회피부양층의 형성과 중산층몰락, 계층간 소득격차의 확대와 위화감 심화, 범죄증가와 사회불안심리 확산 및 정치적 불안 초래, 둘째, 기업경영 측면에서 평생직업관 붕괴 및 노사간 신뢰관계 악화, 고용불안에 따른 생산성 저하, 연공주의 인사의 붕괴, 우수인력 확보의 어려움, 셋째, 경제적 측면에서는 경제의 악순환, 세수 차질과 조세마찰 발생, 실업대책 재정부담 증가 등 근로자들의 소득의 감소를 초래하여 근로자들의 물질적인 생존기반을 송두리째 무너트리며,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로 인해 생기는 심리적인 압박감이나 소외감으로 야기되는 사회문제는 심각하다.

실업의 유일한 해결책은 충분한 실업연금이 아니라 일자리 마련에 있으며, 실업자에 대한 관심과 따뜻한 사랑을 통한 자신감의 회복이 절실히 요구된다. 인생이 낭비되는 것은 죄악이다. 

프랑스의 위대한 조각가 로댕의 말처럼, “직업은 생활의 방편이 아니라 생활의 목적이다. 일한다는 것은 인생의 가치요, 인생의 기쁨이요 행복”이기 때문이다.

정동운(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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