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할 줄 몰라요” ‘코로나19’ 정보절벽 마주한 노년층

기사승인 2020-02-27 0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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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이 앞 병원에 확진자가 다녀갔다고요? 전혀 몰랐는데. 언제 그랬대요?”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80대 노인은 동대문구 경희대병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처음 듣는다며 되물었다. 경희대병원에는 확진 판정을 받은 56번 환자가 지난 13일 내원했다. 지난 15일에는 동대문구 서울삼육병원 장례식장에 40번 환자가 방문했다. 이 노인의 거주지와 병원, 장례식장의 직선거리는 각각 1㎞가 채 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활발한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기준,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홈페이지에는 관내 코로나19 확진자 정보와 동선 등이 게재돼 있다.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와 일시, 대중교통 이용 여부, 당시 발병 상태 등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일부 지자체 단체장들은 SNS를 통해 확진자 여부와 동선 등을 공개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어플)도 인기다. 국내외 코로나19 관련 상황을 알려주는 ‘코로나나우’, 확진자의 이동 경로 및 격리장소 등을 시각화한 ‘코로나바이러스 맵’, 특정 장소와 확진자 동선이 어느 정도 겹치는지 확인하는 ‘코로나있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노년층에게 온라인의 벽은 높다. 스마트폰은 있지만 활용이 어렵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의 노인은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대부분 TV를 통해 얻는다”고 말했다. TV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상황 등은 파악할 수 있으나 거주지역 내 상세한 확진자 동선 정보 등은 확인하기 어렵다. 

지자체에서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안내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문자의 내용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확진자 동선을 상세히 안내하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외출을 삼가고 의심 증상 발생 시 즉시 1339 또는 보건소로 전화 달라’는 개인위생 관리방법만을 보내는 지자체도 있다. 

온라인서 벌어지는 ‘마스크 전쟁’도 노년층에게는 다른 세계 이야기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마스크 구매는 인기 아이돌 콘서트의 ‘티켓팅’을 방불케 한다. 시간에 맞춰 홈페이지에 접속, 빠르게 클릭하지 않으면 구매가 어렵다.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구매가 거의 불가능하다. 

노년층은 약국과 편의점을 찾았다가 번번이 발길을 돌렸다. 동대문구 이문동에 거주하는 한모(68)씨는 3일 동안 인근 약국을 모두 순회했지만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했다. 그는 “주변 약국을 모두 돌았는데 재고가 없다고 한다”며 “어제 썼던 마스크를 조심히 말려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판다는 건 들었지만 구매 방법을 모른다”고 덧붙였다. 

약국과 편의점도 재고가 없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마스크를 요청해도 전혀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며 “어르신들이 ‘마스크 있는데 안 주는 것 아니냐’며 화를 내거나 욕을 하고 가실 때는 너무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마스크 100장을 발주 넣으면 30장이 올까말까”라며 “하루에 20~30명은 마스크를 찾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노년층은 대부분 마스크 구매를 자녀에게 의지하고 있다. 김모(83·여)씨는 “아들이 사다준 마스크 몇 개가 있어 병원에 가기 위해 쓰고 나왔다”며 “인터넷은 전혀 할 줄 모른다. 남은 마스크가 다 떨어지면 돌아다니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삼순(82·여)씨도 “약국에서도 다 떨어졌다고 하니 마스크를 어디서 구매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녀들이 사다 놓은 것만 쓰고 있다. 아까워서 2~3번은 쓴 뒤에 버린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넷? 할 줄 몰라요” ‘코로나19’ 정보절벽 마주한 노년층전문가는 노인종합복지관 등 지역단위 거점기관을 통해 코로나19 정보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지역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앱 등이 마련되어 있지만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은 정보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역 내 노인종합복지관 등을 거점기관으로 해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노인에게 문자, 전화 등으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버스 정류장 등에 부착된 코로나19 관련 기본 수칙을 보면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며 “노인의 눈높이에 맞춰 큰 글씨로 바꾸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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