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흰 눈에 덮혀 사라졌으면… 다시 순백의 겨울로

기사승인 2020-02-27 08: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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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간지역 눈꽃세상-

-오대산 진고개와 상원사 눈꽃 트래킹-

-생명 움트는 이른 봄 풍경 벗어나자 순식간에 펼쳐진 순백 세상-

-코로나 청정지역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긴장감은 마찬가지-

 [쿠키뉴스]평창·곽경근 대기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한국에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로 격상했다. 마침내 이 땅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천명을 넘어섰다. 이제 어디 안심하고 다녀오라고 권할 만한 여행지도 없다. 사실 요즘 같은 비상시기에는 개인 위생관리 철저히 하면서 사람들과 대면을 피하는 것이 최고 상책이다. 전국적으로 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리는 가운데 4월까지도 눈이 내린다는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을 비롯 산간지역은 25일부터 비대신 흰 눈이 쏟아져 설국(雪國)을 이루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소식에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

쿠키뉴스는 동화 속 하얀 나라를 감상하면서 잠시나마 근심을 잊고 하루빨리 눈처럼 깨끗한 세상이 돌아오길 소망해본다.

-무채색 대자연 펼쳐놓은 오대산 진고개 정상 일대-

26, 눈이 녹기 전 1차 행선지로 정한 오대산 자락의 진고개 정상(해발 960m)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진고개 정상은 차가 올라가는 주요 고갯마루 중 8번째로 높은 곳이어서 어렵지 않게 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일찌감치 서울을 벗어나 영동고속도로를 한참이나 달렸지만 주변 어디에도 눈은 보이지 않았다. 허기진 배도 채울 겸 횡성휴게소를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다시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멀리 선자령 능선으로 흰 눈과 줄지어선 풍력발전기가 눈에 들어왔다.

진부ic를 벗어나 오대산 초입 국립공원공단오대산사무소에서 우회전을 해 진고개 정상을 향했다.

진고개 초입의 병내리(해발 600m)에서는 마을 김양겸(59) 이장이 자신의 트렉터를 이용해 눈을 치우는 모습이 보였다. 전날 이장과 통화한대로 마을 전체가 흰 눈에 덮여 있었으나 나무 위와 지붕에는 눈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도로 옆 병내리 주민들의 주 소득원인 파프리카 농장을 지나 700고지를 넘어서고 동물들 생태이동통로를 지나 800고지에 이르니 갑자기 흰눈 세상이 펼쳐졌다

머리 속에 그리던 설국의 모습이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들은 여기저기서 덩어리째 눈을 떨어내고 눈 덮인 계곡아래서는 졸졸졸 맑은 물이 흐른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 뒤로 눈보라가 휘날린다.

신발과 바지가 젖는 줄도 모르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에 들어가 나뭇가지가 휘도록 흰눈이 내려앉은 소나무를 배경으로 눈부신 설산을 카메라에 담고 드론을 띄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순백의 대자연은 모든 색과 소리를 덮고 있었다. 빛나는 눈꽃 세상에 굽이굽이 산간 도로는 이국적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올 겨울 처음 눈다운 눈을 실컷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고 오대산 노인봉(1,338m)과 동대산(1,434m) 산행기점으로 알려진 진고개 정상휴게소에서 차를 세웠다.

이곳 역시 관광객의 발길은 드물었다. 산처럼 쌓은 눈을 열심히 치우고 있던 휴게소 직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의 모습이 평소에 비해 부쩍 줄었지만 낮선 외지인이 자주 찾아오는 것도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고즈넉한 천년 고찰로 떠나는 눈꽃 트레킹-

또 다른 눈꽃세상을 찾아 2차 행선지인 오대산 상원사로 향했다.

진고개 정상에서 다시 내려와 상원사 모 사찰인 월정사를 지나니 비포장 도로 옆 계곡아래 고드름 사이로 흐르는 맑은 소리가 머리를 청량하게 만든다. 개울 곳곳의 자갈 위에 쌓인 눈도 둥글둥글 모난 구석을 감춰 사진에 담아 놓으니 제법 그럴 듯한 작품이 되었다.

눈을 들어 산을 보니 한 방향을 눈이 붙은 나뭇가지 뒤로 침엽수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줄지어 서있다.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 숲길에서 시작해 동피골을 거쳐 상원사에 이르는 약 10에 달하는 선재길은 대부분이 평지로 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이 길은 도로가 놓이기 전부터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며 수행하던 길인 동시에 오대산 화전민들이 나무를 베어다 팔던 길이었다고 한다. 사계절 언제 가도 좋은 사색과 마음 치유의 길이다. 눈 내리는 겨울철에는 한번 쌓인 눈이 쉽게 녹지 않아 아이젠 등 겨울산행 장비를 갖추고 탐방하는 것이 좋다.

상원사는 월정사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더 깊은 산중이라 고즈넉한 정취는 한결 낫다상원사 주차장에서 사찰까지는 뽀드득 거리는 눈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걸어도 15분이 넘지 않는다. 고찰이 가까워지자 스님 한분이 지나는 이들에게 일일이 합장을 하며 인사를 건넨다.

상원사 대웅전에 이르자 사찰관계자 마스크 착용을 권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방문객은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나도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착용했다. 청정지역 깊은 산중에도 신종 폐렴의 공포가 엄습해 있음을 실감했다.

주변 순백의 겨울 숲은 아름다웠지만 사찰 지붕의 눈은 아쉽게도 많이 녹아내렸고 사찰 앞마당도 거의 눈을 치운 상태여서 눈 속에 묻힌 사찰 풍경을 담기는 어려웠다단지 동심으로 돌아간 보살님이 열심히 만든 눈사람이 그나마 위안을 주었다.

눈은 청결함과 희망의 상징이다. 넓게 펼쳐진 순백의 오대산처럼 이 땅의 못된 바이러스가 하루속히 흰 눈에 덮혀 소리없이 사라지기를 기도하며 서울로 향했다.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 대기자/ 왕고섶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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