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상공인에는 ‘수석’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0-03-04 10:28:28
- + 인쇄

[기자수첩] 소상공인에는 ‘수석’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꿰찬 영화 ‘기생충’에서는, 아들 기우의 친구 민혁이 아버지가 전해준 선물이라며 수석 한 점을 전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산수경석’이라는 이름의 이 수석은 이름대로 가족들에게 재물과 행운을 전해준다.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에 이르기까지 부잣집에 취직하게 되고, 기우는 부잣집 딸인 다혜와 연애를 시작한다. 수석은 기우의 꿈인 신분상승을 수석이 이뤄주는 매개체다.

그러나 이는 영화적 연출일 뿐, 현실은 다르다. 반지하에 사는 어려운 4인가족에게 수석은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하는 짐에 불과하다.

재물과 행운을 기대하기에는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오프라인 경제는 기생충 주인공의 집처럼 가라앉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민생·경제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온누리상품권의 발행과 1인 구매한도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경제 회복을 위한 착수인 셈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행하는 유가증권으로 일반 소비자가 구매시 약 5% 가량의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전통시장 등 사용이 가능한 곳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으며, 가맹점은 이를 다시 현금화할 수 있다. 이 차액은 세금으로 보전된다.

문제는 온누리상품권의 ‘회수율’이다. 판매된 상품권이 소비자와 가맹점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비율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 회수율은 90% 수준이었다. 

온누리상품권 발행 증가 정도로 녹이기에는 오프라인 소비심리는 심각할 정도로 얼어붙어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달 20일 이후 소비자 발길이 뚝 끊기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말 그대로 침체일로다. 확진자가 매장을 방문하면서 강제적인 휴점 절차를 밟았기 때문이다. 

계속된 ‘상품권깡’에 대한 우려도 있다. 상인이 직접 상품권을 5%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해 곧바로 처리하면 차액을 얻을 수 있는데다, ‘회수율’에도 문제가 없어 적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015년 이후 정부가 가맹점 상인 할인구매를 제한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불법 유통으로 적발된 가맹점은 3200여곳에 달한다. 유통경로 파악과 사후추적을 위한 모바일상품권을 출시했지만, 사용 비중은 미미하다.

전통시장 등에서 온누리상품권이 결제에 사용되는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정부의 바람대로 오프라인 시장 회복의 매개체로 사용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현물 유가증권 형태인 온누리상품권의 온라인화(化) 비중을 높이거나 카드 수수료 절감, 일시적인 세제혜택 증가 등이 낫다.

단순히 발행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소비 진작을 꾀하기에는 현재 시장 상황이 너무나도 어렵다. 정부에게는 산수경산이지만, 소상공인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과는 거리가 먼, 거창한 이름이 붙은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akg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