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는 5부제” vs “쉽게 구입, 긍정효과”…현장은 갑론을박

[르포] 마스크 5부제 시행 첫 날…"대기 시간 감소", "여전히 별 따기", "장차 나아질 것"

기사승인 2020-03-10 0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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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46년생이라 아침부터 나와 기다렸는데, 아직도 마스크를 못 구했어요. 다른 곳을 가 봐도 마찬가집니다. 내일이면 저는 살 수도 없는데, 주말은 사람들이 더 몰릴 거고, 어떻게 할지 막막합니다.” 종로5가에서 약국을 찾던 시민 서모씨. 

“전산 입력 과정 등 어려움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확실히 줄이 줄어든 효과가 있습니다. 여전히 다른 업무는 신경 쓸 새 없지만, 지난주에 비해 훨씬 나아진 것 같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만난 약사 이모씨. 

정부가 마스크 대란 해결을 위해 꺼내든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시민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이전보다 마스크를 쉽게 구매했다며 호평을 한 시민들도 등장한 반면, 여전히 약국에 물량이 없다며 ‘마스크 없는, 마스크 5부제’라고 혹평한 이들도 많았다. 현장의 약사들 역시 마스크 5부제를 두고 제각기 의견이 엇갈렸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연도를 2개씩 나눠, 각 요일별로 구매 일을 정한 제도다. 약국에서 신분증 확인을 거쳐 일주일당 1인 2매만 구매가 가능하다. 출생연도 끝자리 1‧6은 월요일. 2‧7은 화요일. 3‧8번은 수요일, 4‧9번은 목요일, 5‧0번은 금요일에 살 수 있다. 주 중 지정일을 놓쳤다면 주말에 출생연도와 관계없이 구매할 수 있다. 우체국‧하나로마트는 향후 신분확인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출생연도‧재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1인 1매만 살 수 있다.

이날 오전 11시께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약국에는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다만 지난주만큼 수백 미터에 달하는 긴 줄이 늘어서는 모습은 없었다. 오전 10시께 입고된 마스크 200매 가운데 50매 가량은 아직 남아있었다. 해당 약국의 약사는 “지난주 동시간과 비교하면 달라진 상황”이라면서 “5부제 시행 영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평했다. 

이곳에서 어렵지 않게 마스크를 구매했다는 주부 고모 씨는 “사람이 적어 10분 안에 마스크를 구입했다”면서 “전에는 이곳저곳 줄이 길어 살 엄두도 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2매도 아껴 사용하면 일주일 동안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5부제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호평했다. 

반면 인파가 많은 종로5가의 한 약국 앞에서는 서모씨(75)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서씨는 “오전 9시부터 기다렸는데, 정작 약국에 마스크가 없었다”면서 “오늘 안에 마스크를 사야 하는데, 주변 약국 모두 마찬가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약국의 약사는 “백제약국, 지오영 등 공급처의 마스크 공급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라며 “운 좋게 물량 입고 시간에 맞춰 온 분은 구입하지만 그러지 못한 분들은 여전히 못 사고 있다”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마스크 5부제로 인파는 줄어들었으나, 구매 실패 페널티는 더 커졌다는 것이다. 지정 요일에 구매하지 못하면 주말에 구입을 나서야 하지만, 이 역시 어려운 일이다. 주 중 구입에 실패한 사람들이 대거 몰릴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다음 주가 된다 해도 구입은 장담하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수급상황이 개선되지 못하면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마스크 수급 상황이 나아지면, 5부제가 빛을 볼 것이라고 기대한 약사도 있었다. 종로5가역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생년월일과 출생년도를 헷갈린 고령의 손님들을 제외하고 예상만큼의 혼란은 없었다”면서 “물량도 예정대로 들어오고 있고, 상황이 개선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자체에 부정적 입장의 약사들도 만날 수 있었다. 광장시장 인근 약국 관계자는 5부제라는 말에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이건 사실상 공무원이 할 일”이라며 “왜 주민센터 등에서 마스크를 배급하지 않는지부터 취재를 해보라”라고 얼굴을 붉혔다. 이어 “현재 조제 등의 기타 약국 업무는 꿈도 못 꾸고 있다”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판매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마스크 없는 5부제” vs “쉽게 구입, 긍정효과”…현장은 갑론을박실제로 일각에서는 주민센터와 기관 등의 마스크 판매를 요구 바 있다. 인원파악이 용이하고 이미 전산시스템이 구축된 공적체계를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인력 수급에 대한 문제, 주민 센터가 감염원이 될 가능성, 지역별 편차, 마스크 물량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리라는 지적들이 나왔다.

정부는 하나로마트·우체국에서도 곧 약국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과 같은 전산망을 갖춰 이를 대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의 목소리는 제각각이다. 인근 약국 관계자는 “약국은 환자 보호 취지에서 구매이력시스템이 활용 가능하지만, 우체국과 하나로마트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반면 또 다른 약국 관계자는 “대만처럼 약국으로 판매처를 일원화 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협 우체국과의 연계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평했다. 

한편 농협 하나로마트 역시 정부와 협의해 우체국, 약국과 연계한 전산 시스템 도입을 서두른다는 입장이다. 농협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기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산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전국 1900여 점포에 계정을 발급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 측이 제시한 일주일이란 기간은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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