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민은 무대 위 삐에로?...분구 철회, 쪼개기에 지역민 반발

입력 2020-03-10 15: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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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쿠키뉴스] 전송겸 기자 =전남 순천시의 선거구가 분구 대신 인구 5만여 명인 해룡면이 찢어지며 광양 선거구에 붙여지자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민들은 선거구 획정에 반발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순천시 해룡면 주민과 지역 시민단체는 10일 순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선거구 획정으로 순천시민의 주권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분구로 광양시에 편입된 해룡면민의 투표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에 통과된 순천·광양·구례·곡성 갑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은 선거법 제25조 1항을 정면으로 위배한 소위 '게리맨더링' 이다"며 "헌법이 정한 주민들의 권리, 표의 등가성에 기초한 당연한 권리가 도둑질당하고 짓밟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우리의 뜻을 강력하게 전달하겠다"며 "순천시민의 주권을 무시한 민주당을 심판하고 바닥에 떨어진 순천시민의 자존심을 되찾아 촛불 시민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해룡면 주민자치위원회와 순천 YMCA, 순천 YWCA, 순천환경운동연합 등 30여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11일 오전 11시30분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도 선거구 획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생당 장성배 순천시 예비후보는 성명을 내고 "선거구 획정은 정치적 야합과 위헌적 결정"이라며 "시민들의 뜻을 모아 위헌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장 후보는 "순천시 유권자의 평등권과 해룡면의 대의권을 박탈한 편법에 국회의 재량권 범주를 벗어난 선거 규정"이라며 "모든 법적 절차를 통해 편법과 반칙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지역구인 순천을 떠나 서울 영등포에 출사표를 던진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선거구 획정을 비판했다.

그는 "순천 시민 입장에서는 침대보다 키가 더 큰 사람의 발을 침대에 맞춰 잘라냄을 당했다"며 "이러한 선거구 획정은 다음에 또 바뀌게 되고, 해룡 주민은 한번 쓰고 버림받는 비닐우산 취급을 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선거구 획정에 칼질을 잘못한 집단이나, 이를 방치한 집권 세력들에게 당한 쪽 사람들이 내뱉고 싶은 말은 바로 '나쁜 ×들!'일 것"이라며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곧 보게 되리라"고 썼다.

순천시는 2월 기준 인구가 28만1천347명으로 선거구 상한선(27만명)을 넘겨 2개로 나뉘게 됐으나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선거구획정안 재의를 요구해 원점으로 돌아갔다.

개정된 선거구는 인구 5만5천명의 해룡면이 광양으로 통합돼 해룡면 유권자들은 순천이 아닌 광양·곡성·구례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를 뽑게 됐다.

해룡면 주민 박모(38)씨는 “이번 선거구 분구에 따라 순천시 해룡면 지역민들은 남의 동네 국회의원을 뽑게 된 것이다”면서 “국민을 아래로 보고 맘대로 찢었다가 붙이는 국회의원들의 정치 놀음에 순천시민은 무대위의 삐에로가 됐다”고 분개했다.

pontneu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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